악몽을 꾸다 쓰다
밤새 쓸고 닦고 나르고 빨래를 했다. 큰 쓰레기 하나를 들어내면 작은 먼지의 사태가 났다. 우리 애들 둘에 어디선가 나타난 애들까지, 냥들이 젖은 발로 사방에 발자국을 내며 돌아다녔다. 여기를 닦고 돌아서면 저기가 더러웠다. 묵은 빨래가 이 서랍 저 상자 열 때마다 튀어나왔다.
어찌나 노곤한지 일어날 시간이 되는 게 반가울 지경이다. 끝없는 빨래와 청소의 도돌이표는 내 꿈 레퍼토리 중 하나다. 툭하면 재생되는데 전혀 익숙해지지 않는 거다. 쌓인 숙제와 닥친 마감이 때와 먼지로 출현하리라는, 이유쯤은 뻔히 짐작한다. 알지만 안다고 괜찮지가 않은 거다. 비유는 식상하고 아무 도움이 못 된다. 악몽 재생을 막지 못하고, 노동의 피로를 덜어주지 않고, 꿈이니 다행이라 안심되지 않는다. 피곤하고 언짢다.
투덜의 끝에는 근본 원인을 알면서 해결하려 애쓰지 않는 닝겐이 있다. 숙제 위에 숙제를 쌓으며 도돌이표를 그리는 나란 인간. 오늘의 빈둥거림으로 내일의 악몽을 예약하는 어리석은 간세다리. 간세는 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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