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와 냄새 사이
오전에 향에 대한 얘기를 해서였는지 모른다. 내게 꼭 맞는 샤워비누가 있었는데, 그 향도 참 좋아했는데 이제 구할 수 없어 아쉽다는 얘기였다. 엷은 아몬드향 비슷했던, 오래된 냄새를 소환했었다.
골목을 걷고 있는데 향이 흘러들었고 새머리를 하고 두리번거렸다. 올해 처음 보는 금목서를, 고등학교 수위실 뒤에 피어있던 만리향을 찾았다. 오래된 냄새를 맡았다.
향이 어디까지 따라오나, 만리만큼 올 수 있으려나, 킁킁 향기 끝자락을 쥐고 걷다 습격을 당했다. 이게 뭐지? 이게 뭐야! 저기 냇물가에 아낙 둘이 있다. 무언가 씻고 있다. 여기는 은행나무가 많은 동네였다.
가을 마실은 향기로 시작해 냄새로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