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바다에 대하여
(너는) 제주 살아서 좋겠다!
온 지 얼마나 됐냐는 물음 다음으로 많이 듣는 말. 잊을 만하면 던져지는 말. 쉬이 대답하지 전에 질문자의 의도를 헤아려 보자. 좋겠다! 왜 아니겠는가. 문만 열면 바다인데. 애써 연차 쓰고 비싼 돈 들여 티켓 끊지 않아도 날마다 여름 바다에서 황금 휴가를 즐길 수 있는데.
이번엔 이쪽 사정이다. 문만 열면 있는 바다를 출퇴근 길에 곁눈질로 흘금. 몇 주째 비는 안 오고 바람만 사나우니 사방이 소금기와 모래먼지 범벅이다. 가는 곳마다 꽉꽉 들어찬 여행객들과 렌터카들을 헤치며(해치며 아님!) 다녀야 한다. 일터에서, 시장에서, 내 집 앞 주차장에서. 오늘도 실픈(귀찮은) 몸과 마음을 어르고 달래어 출근했고, 오후엔 집 담벼락과 입구까지 막으며 들어찬 차들 주변을 몇 바퀴 돌며 틈을 찾아 주차하고 집으로 ‘몰래’ 들어갈 것이다. 그러다 들키면 사진객들의 핀잔을 듣거나, 올레꾼들의 질문공세에 시달릴테지.
덥냐? 나도 그렇다. 제주 사름도 덥고 힘들다. 물론, 좋기도 하다. 눈으로만 볼 수 있지만 바다는 바다니까. 그러니 함께 보자. 눈으로라도 실컷 보자. 어제도 더웠고 오늘도 더우니, 너도 덥고 나도 더우니, 애먼 사람 붙들고 괜한 짜증 부리지 말고 저 바다한테나 풀자. 꾸역꾸역 살아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