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화 : 출산보다 빠른 발령, 유리 천장 분쇄

by 제제

구정 연휴 KTX 안에서 나정식에게 선전포고를 한 뒤, 나는 곧바로 서울의 친정으로 향하지 못했다. 명절 직후, 나는 중국 출장에서 얻어온 피로와 스트레스가 겹쳐 몸살감기에 제대로 걸려버렸다. 며칠 동안 열과 오한에 시달리며 시름시름 앓았다. 정식은 KTX에서의 충격 때문인지, 아니면 나의 몸 상태 때문인지, 명절 동안의 일에 대해 더 이상 입을 열지 못했다.

​며칠 후, 몸이 회복되지 않아 찾아간 병원에서 나는 뜻밖의 소식을 들었다.

​"축하합니다. 임신이세요."

​임신! 그 한마디는 나의 모든 절망과 분노를 씻어 내리는 듯했다. 신혼여행 내내, 결혼식 전날 밤 내내 나를 짓눌렀던 시월드의 무게, 그리고 정식과의 해묵은 갈등까지, 모든 것이 새 생명의 기적 앞에서 무력해졌다. 모두가 기쁨에 사무쳐, 명절의 슬픔과 냉장고의 전쟁은 잠시 잊혀졌다. 나는 '엄마'가 된다는 프로젝트의 마무리를 앞두고 다시 한번 '일잘러'의 에너지를 충전하는 기분이었다.

​몸을 추스르고 복귀한 회사. 나는 프로젝트가 마지막 단계에 접어든 만큼, 임신 초기 증상을 숨기고 최대한 열심히 일했다. 팀원들에게 임신 소식을 알린 것은, 이제 막 마무리 보고서 작성을 시작하려던 때였다.

​"팀장님, 저 사실... 임신 6주 차예요. 중국 출장도 무사히 마쳤습니다. 끝까지 잘 마무리하겠습니다!"

팀장은 처음에는 진심으로 축하해 주었지만, 다음 날 아침 나를 조용히 불러 앉혔다.

​"한여름, 임신 축하해. 이제 몸 조심해야겠네. 그런데 이번 프로젝트, 워낙 중요한 일이라 혹시라도 무리가 가면 안 될 것 같아. 우리도 여름이 배려도 해줘야 하고."

​'배려'라는 단어가 내 귀에 비수처럼 꽂혔다.


그리고 그날 오후,

​"다음 주 월요일부터 지원부서로 발령 났어. 프로젝트는 조 선임에게 인수인계하고, 여름이는 이제 출산 전까지 비교적 업무 강도가 낮은 곳에서 몸 편히 있다가 휴가 들어가."

​나는 그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팀장님, 저는 괜찮습니다. 제가 시작한 프로젝트입니다. 중국 출장도 소화했는데, 한국에서 마무리 못 할 리가 없습니다. 지원부서는 제 커리어와 아무 상관없는 한직(閒職)입니다. 저는 배려가 아니라 제가 시작한 일의 완수를 원합니다!"

​나의 항변에도 팀장은 냉정했다.

"이건 회사의 결정이야. 임신한 직원에게 무리한 업무를 시킬 수 없다는 거야. 여름이 네 능력은 출산 후에 다시 빛을 내자. 이건 순환 보직의 개념이야. 잘 알잖아."

​순환 보직? 내가 밤낮없이 매달렸던 신규 프로젝트는 나를 배제한 채 조 선임에게 넘어갈 것이다. 나는 '임산부'라는 꼬리표와 함께 내가 쌓아 올린 커리어에서 강제로 밀려나는 기분이었다. 나는 유리 천장에 머리를 박은 듯한 충격과 분노에 사로잡혔다.

​"팀장님, 제가 임산부라서 지원부서로 가야 한다는 것은 명백한 차별입니다. 저는 인사팀에 정식으로 이의를 제기하겠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제가 마무리해야 합니다!"

​나는 그 자리에서 회사와의 대립각을 세웠다. '능력 있는 워킹맘'이 되겠다는 나의 꿈은, 출산보다도 빠르게 유리 천장에 부딪혀 깨져버렸다. 새 생명에 대한 축복은, 회사의 차가운 현실 앞에서 너무나도 무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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