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볍게 생각해선 안되는 것들

뇌는 속아도 통장은 정직하다.

by 이건

최근에 재미있는 사실을 알게 됐다.

우리의 뇌는 현실과 상상을 구분하지 못한단다.

예를 들어 “나는 부자가 되고 싶다”라고 말하는 것보다

“나는 부자다”라고 생각해야 한다는 거다.

뇌는 상상과 현실을 헷갈려서

진짜 그렇게 믿는 쪽으로 작동한다나 뭐라나.


그 말을 듣고 나는 곧장 실험에 들어갔다.

아침에 세수하면서 거울 속 나에게 말했다.

“나는 부자다.”

그리고 덧붙였다.

“나는 여유롭고, 풍요롭고, 돈이 나를 사랑한다.”


하지만 내 뇌는 아주 똑똑했다.

눈썹 하나도 꿈쩍하지 않았다.

지갑을 열어보니, 내 통장은 현실과 상상을 완벽히 구분했다.

아무리 내가 ‘부자다’ 주문을 걸어도,

통장은 ‘그건 네 생각이고’ 하는 표정이었다.


그날 이후 나는 확실히 알았다.

내 뇌는 아무래도 현실과 상상을 기가 막히게 구분하는 타입이라는 걸.

나의 뇌는 ‘시각화 훈련’보다 ‘통장 잔고 조회’를 더 신뢰한다.

그래서 나는 상상 대신 계획을 세우기로 했다.

‘나는 부자다’ 대신 ‘오늘은 500원이라도 아껴야겠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렇게 살다 보니,

정말 마음이 조금은 풍요로워졌다.

커피 한 잔 덜 마셔도 후회가 없고,

지출이 줄어드니 마음이 커졌다.

부자가 된 건 아니지만, 가난에 덜 불안해졌다.


이제 나는 안다.

우리 뇌는 상상과 현실을 구분 못할 수도 있지만,

인생은 냉정하게 계산서를 낸다.

그러니 “나는 부자다”라고 외치기 전에

한 잔 덜 시키고, 한 번 덜 충동구매하는 게

진짜 부자의 첫 연습일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상상을 버리진 않는다.

아직도 나는 가끔 거울을 보며 중얼거린다.

“나는 부자다.”

그리고 내 뇌에게 살짝 속삭인다.

“조만간 진짜로 믿게 해줄게, 기다려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