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게 도착하면 더 잘 보이는 것들

오만과 교만의 탈을 벗고

by 이건


먼 외국에서 손님이 오셨다. 마중하기 위해서 서울로 올라갔고, 논현동에 있는 스타벅스로 향했다. 그리고 멀리서 노숙자 한명이 나를 주시했다. 나를 뚫어져라 바라보던 그는...

엇! 형님!!
당황스럽게도 노숙자와 함께 박스를 깔고 앉아있던 그는 내가 마중을 나오려고 했던 그 형님이셨다.
“너도 앉아라...”
당황스러웠지만, 나는 지하철 계단아래서 그 형님과 함께 박스를 깔고 앉아 있었다. 문득 노숙자분들이 보는 세상을 어떨결에 엿보게 되었다.

“여기 앉아있어보니까. 사람들이 눈을 마주치질 않는구나...
그냥 단지 길을 걸을때는 눈마주치는건 일상인데, 절대
눈길도 주질 않네... 그말을 끝으로 우리는 한20여분쯤
계속 앉아 있었다. 그리고 다른 분들도 오기로 한 장소로 향했다.

그곳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법무법인의 변호사, 성공한 디자이너, 00본부의 보도국장출신 기자, 그리고 대기업 이사와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는 대기업 회장까지....솔직히 말하면 나 따위가 낄수 있는 자리가 아니었다.

나는 단지 인맥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 자리에
꼽사리를 낀것이었고, 상당히 불편한 마음이었다.
그것은 못난 나의 심보또한 문제가 되었으리라...
하지만, 모두 한결같이 여유와 미소로 따뜻하게
사람을 대해주었다.

마음속 파도가 밀려왔다...나는 그동안 어떤 마음을
가지고 살았는지...어떤 일을 하느냐는 물음에
솔직하게 말할 수 없었다. 그래서 부업아닌 부업
명함삼아 아이들을 가르친다고 말했고만 말했다.

그중 한분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음...어떤 생각이 많아 보이는데, 고민이 있어요?
살면서 처름으로 모든 것을 내려놓고 솔직하게
말했다.
“어떻게 살아갈지가 막막합니다. 시작을 해야하는데,
두려움이 저를 가로 막고 있습니다. 인생을 거꾸로
산듯한 기분입니다.
마치 고해성사를 하듯 말해버렸다.

그리고 나의 앞에 앉아있던 분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왔다.
“두려워 하지 마세요. 당연한 겁니다.
그리고 기다렸다는 듯 다른 분도 말씀하셨다.
“지금이 삶에서 가장 혼란스러운 시기일거예요.
장담합니다. 반드시 이겨낼 사람같아요. 염려 놓으세요.

나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
그분들은 나를 잘 알지도 못한다.
과거도, 실패도, 두려움도 모른다.
그런데도… 마치 오래 알고 지낸 사람처럼
진심 어린 눈으로 내 마음을 보고 있었다.

살면서 성인이 된 이후 누군가에게 두렵다라는
말을 해본적이 없었다. 언제나 강하게 보여야만
한다고 생각하며 살았다. 그것은 지난날의 못난
내 모습을 감추고 싶은 자기방어 였다.
그렇게 명함을 건네주고 문자가 도착했다.

“양재동이 내 사무실입니다.12월에는 이태리로
출장을 가니 1월쯤 한번 놀러오세요.
잠시뒤 다른 문자도 왔다.
“이거 00님 카톡 맞죠? 앞으로 카톡으로도
함께 이야기 나누어 보아요~.”

문득 나는 그동안 무엇을 어떻게
잘못 알고 살았을까? 정말 인생을 거꾸로 산것같은
기분이 들었다. 따뜻한 사람이 되자. 여유 있는 사람이
되자. 그들의 에너지는 순식간에 나의 모든 것을 바꾸었다. 나도 그런사람이 되자....

환경은 중요하다. 나는 그것을 40대의 중반이 된 지금에야 깨닫게 되었다. 아집과 시기 그리고 증오 같은 것들이 그동안 나를 애워싸고 있었다는 것을 그때야 알았다.


환경은 중요하다.
나는 그것을 40대의 중반이 된 지금에야 깨닫게 되었다. 아집과 시기 그리고 증오 같은 것들이
그동안 나를 에워싸고 있었다는 것을 그때야 알았다.
하지만 동시에, 그 자리에 앉아 있던 사람들을 보며
또 한 가지를 깨달았다.

사람은, 곁을 바꾸면 마음도 바뀐다는 것을.
나를 작게 만들던 환경을 떠나
나를 더 크게 보아주는 사람들과 마주 앉는 순간
나는 어떤 실패자도, 낙오자도 아니었다.

그저 조금 늦게 도착한 사람일 뿐이었다.

내 앞에 놓인 커피잔이 천천히 식어가던 그 시간,
나는 따뜻한 눈빛들이 내 삶의 새로운 온도가 되어
가슴 속 얼어붙은 두려움을 녹이는 것을 느꼈다.

누군가는 이렇게 말했다.

“살면서 한 번쯤은 길을 잃어도 괜찮아요.
길을 잃었기 때문에 새로운 길을 찾는 겁니다

다 잘 이겨낼수 있는 사람이란걸 난 알아요.”

그 말이 내 안에서 오래 남았다.


전화벨이 울렸다. 나를 초대해주신 형님께서는

연회석에서 나에게 한마디도 하지 않으셨다.

다만 이렇게만 말씀하셨다.


이제 좀 보이니?

앞으로 모든것은 너한테 달렸다...

그말을 끝으로 통화를 마쳤다


나는 지금 늦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딱 맞는 때에 도착했다.

앞으로의 길이 아무리 불확실해도
더 이상 혼자가 아니고
더 이상 과거 속에 갇혀 있지 않다.

나를 믿어주는 사람들과 함께 걷는 순간,
두려움은 방향이 되고,
혼란은 시작이 된다.

그리고 나는 비로소 깨닫는다.

“가장 좋은 환경은
나를 응원하는 한 사람 곁에서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