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단의 문턱에서

by 김작가a

제8화: 결단의 문턱에서

“정치는 끝나지 않는다. 질문이 있는 한, 정치는 계속된다.”

청와대의 새벽은 여전히 고요했다. 북악산 자락에 걸린 안개는 도시의 숨결을 감싸 안듯 흐르고 있었고, 창밖의 불빛은 어제와 다르지 않은 듯했지만, 노무현의 눈에는 그 빛이 조금은 멀게 느껴졌다. 그는 창가에 서서 말없이 서울을 바라보았다. 그 도시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삶이 있었고, 그 삶을 바꾸기 위해 그는 이 자리에 서 있었다. 그러나 지금, 그는 그 삶과 점점 멀어지고 있다는 감각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는 생각했다. “나는 왜 이 길을 선택했는가. 권력을 얻기 위해서였던가. 아니면, 권력을 해체하기 위해서였던가.”

그 질문은 오래전부터 그를 따라다녔다. 정치란 무엇인가. 권력이란 무엇인가. 그는 늘 그것을 묻고 또 물었다. 그러나 오늘, 그 질문은 더 무겁게 다가왔다. 검찰 개혁 법안이 부결된 이후, 청와대는 침묵에 휩싸였고, 언론은 그를 향해 날을 세웠다. “감성 정치”, “선동적 담화”, “현실 외면”이라는 말들이 그를 둘러쌌다. 그는 그 말들 하나하나를 읽었고, 그 속에 담긴 냉소와 조롱을 느꼈다. 그러나 그는 흔들리지 않았다. 아니, 흔들릴 수 없었다.

“정치는 현실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현실을 끌어올리는 것이다.”

그는 그렇게 믿었다. 그리고 그 믿음은 그를 이 자리까지 이끌었다. 하지만 지금, 그는 그 믿음이 현실의 벽 앞에서 얼마나 외로운 것인지 깨닫고 있었다.

문재인이 조용히 다가왔다. 그의 얼굴에는 피로가 묻어 있었고, 눈빛은 결연했다. 그는 말했다. “대통령님, 다음 개혁안은 국민 참여를 기반으로 구성해야 합니다. 언론은 더 이상 설득할 수 없습니다.”

노무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언론은 이미 결론을 내렸지. 그들은 질문을 하지 않아. 그들은 답을 정해놓고, 그에 맞는 질문만을 골라내지.”

그는 창밖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우리는 질문하는 사람이어야 해. 권력을 휘두르는 자가 아니라, 권력을 묻는 자. 그게 정치의 본질이야.”

문재인은 말없이 그의 옆에 섰다. 그들은 함께 서울의 불빛을 바라보았다. 그 불빛 속에는 수많은 질문들이 있었다. 삶의 질문, 정의의 질문, 그리고 희망의 질문. 노무현은 그 질문들에 응답하고 싶었다. 아니, 반드시 응답해야 했다.

그는 회의실로 향했다. 참모들이 모여 있었고, 모두의 얼굴에는 침묵이 깃들어 있었다. 유시민이 먼저 입을 열었다. “대통령님, 다음 개혁안은 시민 위원회를 중심으로 구성하면 어떻겠습니까. 국민이 직접 검찰을 감시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겁니다.”

노무현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국민이 권력을 감시한다… 그것이야말로 민주주의의 본질이지.”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좋습니다. 그 방향으로 갑시다. 우리는 권력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되돌려주는 겁니다.”

회의가 끝난 후, 그는 다시 혼자가 되었다. 청와대의 복도를 걸으며 그는 과거를 떠올렸다. 부산의 변호사 시절, 노동자들의 손을 잡고 법정을 향해 걸어가던 그 날들. 그때 그는 법이 정의를 실현하는 도구라고 믿었다. 그러나 지금, 그는 법이 권력을 유지하는 수단이 되었다는 현실을 마주하고 있었다.

“나는 그 현실을 바꾸고 싶었다. 그리고 지금도 바꾸고 싶다.”

그는 그렇게 생각하며 연단을 준비했다. 국회에서 직접 연설할 것이다. 이번에는 타협이 아니라, 결단이다. 그는 국민에게 말할 것이다. 정치란 무엇인지, 권력이란 무엇인지, 그리고 그가 왜 이 길을 선택했는지를.

그는 원고를 읽으며 중얼거렸다. “정치는 국민의 삶을 바꾸는 일입니다. 저는 그 일을 하러 왔습니다.”

그 말은 그의 철학이었다. 그리고 그 철학은 흔들리지 않았다. 그는 연단에 설 준비를 마쳤다. 선택의 순간은 다가오고 있었다.

이어서 다음 부분에서는 국회 연설 장면과 결단의 순간, 그리고 그 이후의 여운을 깊이 있게 풀어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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