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대포의 결투

by 김작가a

다대포의 결투

자갈밭의 부름

다대포는 부산의 끝자락이었다. 바다와 육지가 맞닿은 그곳은 늘 경계였다. 경계는 언제나 불안했고, 불안은 사람을 모았다. 전쟁이 끝난 뒤에도, 다대포는 조용하지 않았다. 자갈밭은 말 그대로 돌들이 흩어진 땅이었지만, 그 돌들 사이로 수많은 거래와 싸움, 밀약과 배신이 오갔다. 바다는 모든 것을 덮었고, 자갈은 모든 것을 기억했다.

준호는 그 자갈밭을 바라보고 있었다. 해가 지고 있었다. 붉은 빛이 자갈 위로 길게 드리워졌고, 바람은 거칠었다. 그는 천으로 만든 얇은 도포를 입고 있었다. 그 도포는 아버지가 남긴 마지막 천이었다. 전쟁 때 쓰던 군용 천을 손질해 만든 것이었다. 그 천은 사람을 살렸고, 이제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 다시 쓰일 참이었다.

국제시장은 평화를 되찾았지만, 그 평화는 얇았다. 칠성파는 물러났지만 사라지지 않았다. 그들은 다시 움직이고 있었다. 이번엔 더 조용하게, 더 깊게. 준호는 그것을 느꼈다. 시장 사람들의 눈빛이 흔들리고 있었다. “형님, 다시 움직입니다.” 마도로스 형이 말했다. “이번엔 다대포에서 거래를 한다는 소문이 있어요.”

준호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싸움을 원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킴은 때로 싸움을 동반했다. 그는 아버지의 철학을 떠올렸다. “천은 꿰매면 다시 쓸 수 있다. 그러나 사람의 마음은 쉽게 찢어진다.” 그 말은 그에게 방향을 제시했다. 그는 마음을 꿰매기 위해, 자갈밭으로 향했다.

그날 밤, 그는 시장 사람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었다. “준호야, 꼭 이겨야 해.” 영철이가 말했다. “이기지 않아도 돼. 지키면 돼.” 준호는 대답했다. 그는 자갈을 한 줌 집어 손에 쥐었다. 그것은 무기가 아니었다. 그것은 기억이었다. 자갈은 다대포의 기억이었고, 그 기억은 오늘을 증명할 것이다.

보스들의 등장과 충돌

자갈밭에 세 개의 그림자가 드리웠다. 박태수, 조만식, 이기철. 칠성파의 중심축이자, 부산의 어둠을 설계한 자들이었다. 그들은 말없이 자갈밭을 걸어왔다. 바다는 조용했고, 바람은 그들의 옷자락을 흔들었다. 준호는 그들을 바라보았다. 눈빛은 흔들리지 않았다.

“준호야.” 박태수가 먼저 입을 열었다. “우린 너를 인정하지 않는다. 시장을 지킨 건 감동적이지만, 질서를 흔든 건 위험한 일이야.” 그의 말은 차가웠다. 조만식은 파이프를 들고 있었다. 이기철은 담배를 피우며 웃었다. “형님이 되려면, 피를 봐야지.”

준호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천을 꺼내 자갈 위에 펼쳤다. “이건 사람을 감싸는 천입니다. 당신들이 찢으려는 사람들을, 나는 꿰맸습니다.” 그 말에 조만식이 먼저 움직였다. 파이프가 허공을 가르며 날아들었다. 준호는 몸을 낮추고 자갈을 던졌다. 조만식의 무릎이 꺾였고, 그는 자갈 위에 쓰러졌다.

이기철은 말을 던졌다. “너 하나 때문에, 우리가 무너질 수도 있어. 그 책임, 질 수 있어?” 준호는 천을 들어 보였다. 그 천에는 시장 사람들의 이름이 수놓아져 있었다. “이건 책임이 아니라, 연대입니다.” 이기철은 말문이 막혔다. 그는 칼을 꺼냈지만, 준호는 자갈을 던져 그의 손을 맞췄다. 칼은 바다로 떨어졌다.

박태수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는 천천히 다가왔다. “넌 너무 순하다. 그래서 위험하다.” 그 말과 함께, 박태수는 품에서 작은 칼을 꺼냈다. 그리고 아무런 망설임 없이, 준호의 허벅지를 찔렀다. 칼날이 살을 가르며 들어갔고, 피가 자갈 위로 떨어졌다.

준호는 비명을 지르지 않았다. 그는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었지만, 눈은 박태수를 바라보고 있었다. “당신도 찢긴 적이 있겠죠. 그 상처, 꿰맬 수 있습니다.” 박태수는 멈칫했다. 그의 손이 떨렸다. 자갈밭은 조용했다. 바람이 피를 말리고 있었다.

그 순간, 시장 사람들의 발소리가 들렸다. 마도로스 형, 영철이, 김씨 아주머니. 그들은 천을 들고 자갈밭으로 달려왔다. “준호야!” 그들의 외침은 바다를 흔들었다. 박태수는 칼을 내려놓았다. “넌… 이상한 놈이다.” 그는 말했다. “하지만, 이상한 놈이 세상을 바꾸기도 하지.”

국물 속의 맹세

다대포 해장국 집은 오래된 목조 건물이었다. 바다 냄새와 된장 냄새가 섞여 있었다. 준호는 허벅지를 붕대로 감고, 해장국 앞에 앉아 있었다. 피는 멈췄지만, 통증은 남아 있었다. 박태수는 조용히 국을 떠먹고 있었다. 조만식은 술을 따르고 있었고, 이기철은 담배를 끊고 있었다.

“형님.” 조만식이 말했다. “이제 인정해야겠죠.” 박태수는 국을 한 숟갈 더 떠먹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이놈은 우리보다 강하다. 싸움이 아니라, 마음으로.” 그는 술잔을 들었다. “준호야. 오늘부터 너는 우리 형님이다. 하지만, 우리 방식은 버리자. 네 방식으로 가자.”

준호는 술잔을 받았다. “나는 형님이 되려는 게 아닙니다. 사람을 지키려는 겁니다.” 박태수는 웃었다. “그게 진짜 형님이지.” 그들은 술을 마셨고, 해장국을 먹었다. 국물은 뜨거웠고, 마음은 묵직했다.

그날 밤, 다대포 해장국 집에서는 의형제가 맺어졌다. 피로 맺어진 것이 아니라, 국물로 맺어진 형제였다. 그들은 폭력을 버리고, 천을 들기로 했다. 시장은 다시 평화를 되찾았고, 자갈밭은 전설이 되었다.

keyword
월, 수, 금 연재
이전 07화국제시장을 꿰맨 사나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