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시장을 꿰맨 사나이

by 김작가a

《천의 의협》— 준호, 국제시장을 꿰맨 사나이

1. 국제시장, 피난의 바다

부산 국제시장은 전쟁의 끝자락에서 피난민들의 삶을 꿰매는 천 조각들로 가득했다. 천막, 무명, 인견, 모시… 그 모든 직물은 누군가의 생존을 감싸는 마지막 보호막이었다. 그 중심에 작은 포목점이 있었다. 간판도 없이 햇빛에 바랜 천들이 걸려 있었지만, 그곳에는 늘 정직한 손길이 있었다. 그 손길을 따라다니던 아이, 준호. 그는 포목점의 아들이었고, 심부름꾼이었다.

그러나 그 심부름은 단순한 노동이 아니었다. 그것은 시대를 꿰매는 실이었다. 준호는 열한 살이었다. 새벽이면 아버지보다 먼저 일어나 물을 길러오고, 숯을 챙기고, 천을 접었다. 아버지는 말이 적었지만 손은 늘 바빴다. “준호야, 이건 인견이고, 저건 무명이다. 손님이 물으면 정확히 말해야 한다.” 준호는 천을 접을 때마다, 그 천이 누군가의 삶을 감쌀 것이라 믿었다.

2. 칠성파의 등장

1953년, 휴전이 선언되었지만 부산은 여전히 혼란의 도시였다. 피난민, 군인, 장사꾼, 사기꾼, 그리고 조직폭력배. 그중에서도 칠성파는 국제시장을 장악하려는 세력이었다. 그들은 보호비 명목으로 상인들을 협박했고, 말을 듣지 않으면 가게를 부수거나 사람을 다치게 했다. 어느 날, 검은 승용차가 포목점 앞에 멈췄다. 차에서 내린 사내들은 검은 양복에 선글라스를 썼고, 손에는 쇠파이프가 들려 있었다.

그들은 아버지에게 말했다. “사장님, 이 시장에서 장사하려면 우리랑 계약해야 합니다. 보호비 내면 안전하게 장사할 수 있어요.” 아버지는 고개를 들지 않았다. “우리는 그런 장사 안 합니다.” 그 말에 칠성파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준호는 그들의 손에 들린 쇠파이프를 보았다. 그 순간, 그는 천을 접던 손을 멈추고 아버지 앞에 섰다. “우리 아버지는 거짓말 안 해요. 이 가게는 정직하게 장사해요.” 그 말은 칠성파에게는 도발이었다. 그러나 시장 사람들에게는 울림이었다.

3. 시장의 연대

국제시장은 단순한 상권이 아니었다. 그것은 공동체였다. 마도로스 형, 영철이, 김씨 아주머니, 그리고 준호의 친구들. 그들은 포목점의 위기를 알았고, 하나둘씩 모였다. “준호야, 우리가 도와줄게. 이 시장은 우리 거야.” 준호는 그들과 함께 밤을 지켰다. 천을 말아 몽둥이를 만들고, 숯을 모아 불을 피웠다. 그들은 싸움을 준비한 것이 아니라, 지킴을 준비했다. 그 속에서 준호는 리더가 되어갔다.

4. 첫 번째 충돌

칠성파는 다시 왔다. 이번엔 더 많은 인원과 무기를 들고. 그들은 가게를 부수려 했고, 시장 사람들은 그 앞을 막아섰다. 준호는 천을 들고 외쳤다. “이 천은 사람을 감싸는 거예요. 당신들은 사람을 찢어요. 우리는 찢기지 않을 거예요.” 그 말에 칠성파는 웃었다. 그러나 그 웃음은 오래가지 않았다. 시장 사람들의 저항은 예상보다 강했고, 경찰이 도착했다. 칠성파는 물러났지만, 위협은 끝나지 않았다.

5. 아버지의 철학

아버지는 그날 밤, 준호에게 말했다. “준호야, 천은 꿰매면 다시 쓸 수 있다. 그러나 사람의 마음은 쉽게 찢어진다. 우리가 지켜야 할 건 천이 아니라 마음이다.” 그 말은 준호에게 깊은 울림이었다. 그는 싸움이 아닌, 지킴의 방식으로 칠성파에 맞서기로 결심했다.

6. 기록과 증언

준호는 일기를 넘어서, 시장의 이야기를 글로 남기기 시작했다. 그는 칠성파의 협박, 시장 사람들의 연대, 아버지의 철학을 기록했다. 그 글은 지역 신문에 실렸고, 사람들의 공감을 얻었다. “이 시장은 천으로 꿰매진 공동체입니다. 우리는 찢기지 않을 것입니다.” 그 글은 부산시청에도 전달되었고, 시장에 대한 보호 조치가 시작되었다.

7. 마지막 대결

칠성파는 마지막으로 포목점을 불태우려 했다. 그날 밤, 준호는 친구들과 함께 가게를 지켰다. 불이 붙기 직전, 경찰이 도착했고, 칠성파는 체포되었다. 준호는 천으로 불씨를 덮었고, 그 천은 전쟁 때 쓰던 군용 천이었다. 그 천은 사람을 살렸다.

8. 꿰맨 삶의 유산

세월이 흘렀다. 국제시장은 다시 평화를 되찾았고, 포목점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았다. 준호는 작가가 되었고, 아버지의 삶을 글로 남겼다. “아버지는 천을 팔았고, 나는 사람을 꿰맸다. 우리는 함께 시대를 꿰맸다.” 그 글은 《천의 의협》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고, 많은 사람들에게 울림을 주었다.

월, 수,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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