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입원

by 김작가a

고문의 기억

아버지는 말이 없었다. 그러나 그의 몸은 기억하고 있었다. 1961년, 그는 4.19 혁명에 참여한 이력으로 강제징병되었다. 군번줄을 받은 날, 그는 이미 ‘불온 인물’로 분류되어 있었다. 최전방 헌병대 고문실. 그곳은 군복을 입은 자들이 민간인을 다루듯, 혁명가를 죄인처럼 취급하던 곳이었다. “정신을 똑바로 차려. 네가 누구 편인지 말해.” 그들은 고문을 시작했다. 물고문. 전기고문. 구타. 그는 입을 다물었고, 그 대가는 뇌의 손상이었다. 그는 살아서 돌아왔지만, 그날 이후로 밤마다 악몽을 꿨다. “내 머릿속에 뭔가를 심었어. 그들이 날 조종하고 있어.” 그 말은 처음엔 혼잣말 같았지만, 점점 구조화된 망상 (Paranoid Delusion, 패러노이드 딜루전)으로 변해갔다.

증상의 진행

정신의학적으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Post-Traumatic Stress Disorder, 포스트 트라우매틱 스트레스 디스오더 / PTSD)는 조현병 (Schizophrenia, 스키조프레니아)과 구분되지만, 극단적인 외상은 뇌의 도파민 시스템을 교란시켜 정신병적 증상 (Psychotic Symptoms, 사이코틱 심텀)을 유발할 수 있다. 아버지는 피해망상과 환청 (Auditory Hallucination, 오디토리 할루시네이션)을 동반한 조현병 양상을 보였다. 그는 텔레비전 속 인물이 자신을 감시한다고 믿었고, 라디오에서 자신의 생각이 흘러나온다고 말했다. “그들이 내 뇌파를 훔쳐가. 전파로 내 감정을 조작해.” 그 말은 단순한 공포가 아니었다. 그것은 그의 현실이었다.

가족의 붕괴

어머니는 처음엔 믿지 않았다. “당신, 그냥 피곤한 거야. 잠 좀 자.” 그러나 밤마다 벽을 향해 소리치는 남편을 보며, 그녀는 무너졌다. 형은 집을 나갔고, 나는 열두 살이었다. 나는 아버지를 지켜보았다. 그가 무너지는 과정을, 그가 사라지는 과정을. 학교에서는 말이 없었다. 친구들은 나를 피했고, 선생님은 나를 불렀다. “집에 무슨 일이 있니?”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말하면, 나도 사라질 것 같았다.

입원의 결정

1982년 3월, 어머니는 정신건강복지센터에 전화를 걸었다. “남편이 이상해요. 밤마다 소리를 지르고, 아이들을 못 알아봐요.” 상담사는 보호입원 절차를 설명했다. 정신건강복지법 제43조에 따라, 보호자 2인의 동의로 입원이 가능했다. 우리는 동의서를 작성했다. 그것은 배신 같았고, 구원이기도 했다.

병원으로

응급실에서 정신과로 이송된 아버지는 침대에 누워 있었다. 정신과 전문의는 DSM-III 기준으로 조현병을 진단했다. “망상은 구조화되어 있고, 환청은 지속적입니다. 현실 검증력은 거의 없습니다.” 그는 클로르프로마진 (Chlorpromazine, 클로르프로메진)을 처방받았다. 도파민 D2 수용체를 차단해 망상을 억제하지만, 감정 표현도 함께 지워버렸다. 후속으로 할로페리돌 (Haloperidol, 할로페리돌)이 병용되었고, 추체외로계 부작용 (Extrapyramidal Symptoms, 엑스트라피라미달 심텀 / EPS)이 나타났다. 벤즈트로핀 (Benztropine)이 함께 처방되었지만, 아버지는 점점 침묵했다.

병동의 풍경

병동은 조용했다. 격리실은 두 개였고, 공동 식사는 오전 7시, 정오, 오후 5시에 이루어졌다. 약물 시간은 하루 세 번. 간호사들은 피곤했고, 환자들은 침묵했다. 어떤 이는 벽을 향해 웃었고, 어떤 이는 바닥에 누워 울었다.

아버지는 창가에 앉아 있었다. 그는 나를 알아보지 못했다. 나는 그 앞에 앉아 말했다. “아버지, 나예요.” 그는 고개를 돌렸다. “그들이 널 보냈지? 날 없애려고.” 나는 울지 않았다. 그 말은 칼 같았고, 나는 무너질 수 없었다.

유전이라는 공포

의사는 말했다. “가족력으로 기록해두세요. 조현병은 유전적 소인이 강합니다.” 그 말은 내 삶의 시작이었다. 나는 내 뇌를 의심했다. 내 감정을, 내 사고를, 내 꿈을. 나는 병이 될까 봐 두려웠다.

글쓰기의 시작

나는 병동을 나서며 생각했다. “이 병은 우리 가족의 역사다.” 나는 글을 쓰기 시작했다. 아버지의 병, 병동의 풍경, 나의 두려움. 글은 나의 방패였고, 나의 무기였다. 나는 병을 기록했다. 그것은 저항이었고, 증언이었다.

말미 예고

병은 아버지에게서 끝나지 않았다. 동생은 그 병을 이어받았고, 여친의 동생도 같은 병동에 입원했다. 그리고 나는, 그들을 돌보다가 무너졌다. 다음 회차, 《2회 — 동생의 입원》에서는 조현형 정신증 (Schizophreniform Disorder, 스키조프레니폼 디스오더)의 발병과 강제입원 절차, 초기 약물 반응, 가족의 갈등을 다룹니다.

화, 금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