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그들의 노래가 나를 살렸다

by 김작가a

시작은 작은 떨림이었다

그날은 평범했다. 아니, 평범하다는 말조차 사치였다. 하루 종일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휴대폰은 침묵했고, 창밖은 흐렸고, 내 마음은 더 흐렸다. 스무 살. 사람들은 말한다.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시기야.” 하지만 내 인생은 그 시절, 가장 어두웠다. 그저 살아있다는 사실이 버거웠다. 숨을 쉬는 것도, 눈을 뜨는 것도, 밥을 먹는 것도, 사람을 만나는 것도. 모든 게 무의미했다. 그날 밤, 나는 유튜브를 켰다. 아무 생각 없이, 그저 소음이 필요해서. 그리고 그들이 나왔다. 일곱 명의 청년. 무대 위에서 춤추고, 노래하고, 무언가를 외치고 있었다. 그 순간, 귀를 때린 한 문장. “괜찮지 않아도 괜찮아.” 심장이 멈춘 것 같았다. 아무도 내게 그런 말을 해준 적 없었다. 괜찮지 않아도 괜찮다고. 그 말은, 내가 살아도 된다는 허락 같았다.

그들이 건넨 말들

그 후로 나는 그들의 노래를 찾아 들었다. 『Spring Day』, 『Magic Shop』, 『Answer』, Epiphany』… 하나하나가 내게 말을 걸었다. 『Epiphany』에서 진은 말했다. “나는 나일 때 가장 빛나.” 그 말은, 내가 나로 살아도 된다는 선언 같았다. 『Answer』에서는 정국이 속삭였다. “You've shown me I have reasons I should love myself.” 나는 이유를 찾고 있었다. 살아야 할 이유, 나를 사랑해야 할 이유. 그들의 노래는 내게 이유를 주었다. 내가 울어도 괜찮은 이유, 내가 아파도 괜찮은 이유, 내가 살아도 괜찮은 이유.

나만 그런 게 아니었다

처음엔 나만 그런 줄 알았다. 이렇게 음악에 울고, 가사에 위로받고, 노래에 기대어 사는 사람이. 하지만 팬 커뮤니티에 들어가면서 알게 되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나처럼 울고 있었고, 나처럼 위로받고 있었고, 나처럼 살아가고 있었다. 자폐 아동을 키우던 엄마는 『Magic Shop』을 들으며 눈물을 흘렸다. 우울증으로 병원에 다니던 청년은 『Blue & Grey』를 들으며 버텼다. 성소수자 청소년은 『Zero O’Clock』을 들으며 “내일은 괜찮을 거야”라고 믿었다. 그들은 말한다. “그들의 노래는 내게 친구 같았어요.” “내가 말하지 못한 감정을 대신 말해주는 존재였어요.” “그들이 없었다면, 지금의 나는 없었을 거예요.”

음악 너머의 치유

BTS는 단지 음악만으로 치유를 말하지 않았다. 그들은 행동했다. 유니세프와 함께한 『Love Myself』 캠페인. 정신 건강에 대한 인터뷰에서의 솔직한 고백. 슈가의 기부 활동, 진의 『Abyss』 발매. 그들의 진심은 팬들에게 전해졌고, 팬들은 그 진심을 받아 자신만의 치유 프로젝트를 만들기 시작했다. 팬들이 만든 ‘민윤기 치료센터’. 자살 예방 캠페인에 BTS 가사 활용. 학교에서 BTS를 주제로 한 정신 건강 수업. 음악은 이제 사회적 치유의 도구가 되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그들의 진심이 있었다.

이야기를 모으는 이유

나는 이 이야기를 모으기로 했다. 단순한 팬의 고백이 아니다. 삶과 죽음 사이에서 음악이 건넨 손길에 대한 기록이다. 우리는 이 이야기를 통해 음악이 어떻게 사람을 살리고, 어떻게 연결하고, 어떻게 다시 걷게 하는지를 보여주려 한다. 그리고 이 이야기가 또 다른 누군가에게 작은 위로가 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당신의 이야기

이제, 당신에게 묻는다. 당신은 음악에 위로받은 적이 있나요? 이 연재는 당신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혹은, 당신이 아직 말하지 못한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다음 회차에서는 스무 살, 죽고 싶던 어느 청년이 『Tomorrow』의 한 문장을 통해 다시 살아가기로 결심한 이야기를 들려주려 한다. 이 프롤로그는 총 2만자 분량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후 30회에 걸쳐 실제 사연을 중심으로 BTS의 음악과 메시지가 어떻게 사람을 치유했는지를 깊이 있게 풀어낼 예정입니다.


화, 목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