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의 틈: 설화의 기록

by 김작가a

붉은 도시의 침묵

평양의 저녁은 정갈하다. 해가 지면 도시의 윤곽은 붉은빛에 잠기고, 거리의 소음은 점차 사라진다. 붉은빛은 혁명의 색이자, 침묵의 색이다. 설화는 그 붉은빛 속에서 살아간다. 조선중앙방송의 기자로서, 그녀는 매일 저녁 방송을 준비하며 도시의 평온을 전한다. 그러나 그 평온이 얼마나 많은 침묵과 억압 위에 세워졌는지를 그녀는 알고 있다.

방송국의 창문 너머로 보이는 평양의 스카이라인은 정돈되어 있다. 김일성광장의 조명이 켜지고, 만수대 언덕의 동상은 어둠 속에서도 위엄을 잃지 않는다. 사람들은 조용히 귀가하고, 거리에는 군복을 입은 청년들이 순찰을 돈다. 모든 것이 질서 속에 있다. 그러나 설화의 눈에는 그 질서 뒤편의 균열이 보인다.

그녀는 방송국의 편집실에서 대본을 읽는다. “평양은 오늘도 평화롭습니다.” 그 문장은 반복된다. 매일 저녁, 같은 문장. 같은 어조. 같은 침묵. 설화는 그 문장을 수첩에 다르게 적는다. “평양은 오늘도 침묵합니다.” 그녀의 수첩은 방송되지 않는 진실을 담는다. 그것은 그녀만의 기록이다. 누구에게도 보여줄 수 없는, 그러나 반드시 남겨야 하는 기록.

설화는 저녁마다 방송국 옥상에 올라간다. 그곳에서 바라보는 평양은 다르다. 거리의 불빛은 희미하고, 사람들의 발걸음은 빠르다. 그녀는 그 발걸음 속에서 두려움을 본다. 두려움은 말이 없고, 말이 없다는 것은 침묵이다. 침묵은 체제의 언어다. 설화는 그 침묵을 기록한다.

그녀는 기억한다. 어린 시절, 아버지와 함께 걸었던 김책거리. 그때는 사람들이 웃었다. 시장에서는 상인들이 소리쳤고, 아이들은 뛰어놀았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소리는 줄었고, 눈빛은 조심스럽다. 설화는 그 변화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있다. 그것은 균열이다. 체제의 균열은 소리 없는 방식으로 시작된다.

방송국의 동료들은 말이 없다. 그들은 대본을 수정하고, 영상을 편집하며, 체제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그러나 설화는 그들의 눈빛에서 질문을 본다. “이것이 진실인가?” 그 질문은 말로 표현되지 않지만, 존재한다. 설화는 그 질문을 수첩에 적는다. “질문은 시작이다.”

저녁이 깊어지면, 방송국은 조용해진다. 설화는 마지막으로 대본을 검토하고, 방송을 마친다. 그녀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창광원을 지나친다. 그곳에서 만난 노인의 말이 떠오른다. “이젠 아무도 믿지 않소.” 그 말은 그녀의 기록의 첫 문장이 된다. 그것은 단순한 회고가 아니라, 선언이다. 믿음이 사라진 도시에서, 설화는 기록을 시작한다.

그녀는 알지 못한다. 그 기록이 어디로 향할지, 누구에게 닿을지. 그러나 그녀는 멈추지 않는다. 붉은 도시의 침묵 속에서, 그녀는 틈을 본다. 그 틈은 균열이며, 균열은 기록이 된다. 그리고 기록은 언젠가 말이 된다.

기록의 시작 — 수첩 속의 진실

설화는 오래된 수첩을 꺼낸다. 검은 가죽 표지에 금박으로 새겨진 작은 별 하나. 그것은 그녀가 대학 시절부터 써온 기록장이다. 처음에는 기사 아이디어를 적는 용도였지만, 지금은 다른 목적을 가진다. 방송되지 않는 진실, 말할 수 없는 감정, 체제의 균열을 감지한 순간들이 그 안에 담긴다.

그녀는 방송국의 편집실에서 대본을 수정하며, 체제의 언어가 현실을 어떻게 왜곡하는지를 체감한다. “오늘도 평양은 평화롭습니다.” “인민은 지도자의 은덕에 감사하고 있습니다.” “적대세력의 도발은 단호히 응징될 것입니다.” 이 문장들은 반복된다. 매일, 매주, 매달. 설화는 그 문장들을 수첩에 다르게 적는다. “평양은 오늘도 침묵합니다.” “인민은 말하지 않습니다.” “응징은 두려움으로 남습니다.”

그녀는 거리에서 만난 사람들의 표정을 기억한다. 김책거리에서 만난 노인은 말했다. “이젠 아무도 믿지 않소.” 그 말은 설화에게 균열의 시작이었다. 그녀는 그 말을 수첩에 적는다. 날짜, 시간, 장소까지 정확히 기록한다. 그것은 단순한 메모가 아니라, 증언이다. 그녀는 자신이 기자이기 이전에 기록자임을 자각한다.

방송국의 동료 중 몇몇은 그녀의 수첩을 눈치챈다. “뭘 그렇게 열심히 적어요?” 설화는 웃으며 대답한다. “그냥 개인적인 메모예요.” 그러나 그녀는 알고 있다. 그 메모는 언젠가 말이 될 것이고, 말은 언젠가 문장이 될 것이다. 그리고 문장은 체제를 흔들 수 있다.

설화는 기록의 방식에 대해 고민한다. 단순한 사실의 나열이 아니라, 감정과 맥락을 담아야 한다. 그녀는 사람들의 눈빛, 거리의 공기, 방송국의 침묵까지 기록한다. “오늘, 회의실에서 간부들이 말함. ‘정보는 통제되어야 한다.’ 그 말 뒤에 침묵이 길었다. 모두가 알고 있었다. 그러나 아무도 말하지 않았다.”

그녀는 기록을 하며 두려움을 느낀다. 수첩이 발각되면, 그녀는 사라질 수도 있다. 그러나 그녀는 멈추지 않는다. 기록은 그녀의 저항이며, 동시에 생존이다. 그녀는 기록을 통해 자신을 지킨다. 말할 수 없는 시대에, 기록은 유일한 언어다.

밤이 되면, 그녀는 수첩을 펼쳐 하루를 되짚는다. 방송에서 틀린 문장을 일부러 넣은 날, 거리에서 낯선 청년이 “밖은 정말 저렇게 위험한가요?”라고 물은 날, 동료가 “이젠 아무도 믿지 않아”라고 속삭인 날. 그 모든 순간이 수첩에 남는다. 그것은 하나의 서사가 된다. 체제의 틈을 따라 이어지는 서사.

설화는 수첩을 보며 생각한다. “이 기록이 언젠가 빛을 볼까?” 그녀는 답을 모른다. 그러나 기록은 계속된다. 그것은 그녀의 방식이다. 말하지 않는 시대에, 기록은 말보다 강하다. 그리고 그 기록은 언젠가 누군가에게 닿을 것이다.

내부의 균열 — 회의실의 속삭임

방송국의 회의실은 늘 조용하다. 회의는 형식적이고, 발언은 정해진 틀 안에서만 허용된다. 설화는 그 공간에서 말보다 긴 침묵을 더 자주 듣는다. 회의실의 벽은 두껍고, 창은 없다. 마치 외부 세계와 단절된 공간처럼. 그 안에서 설화는 체제의 균열을 감지한다.

그날도 회의는 평소처럼 시작되었다. 간부들은 대본의 방향을 점검하고, “지도자의 위대함을 강조하라”는 지침을 반복한다. 설화는 노트북을 켜고 받아 적는다. 그러나 그녀의 손은 수첩을 향한다. “정보는 통제되어야 한다. 진실은 위험하다.” 간부의 말은 명령이었지만, 설화에게는 경고처럼 들렸다.

회의가 끝난 뒤, 동료 기자 민석이 설화에게 다가온다. 그는 낮은 목소리로 말한다. “요즘 이상하지 않아? 뉴스가 너무 똑같아.” 설화는 대답하지 않는다. 대신, 그의 말의 온도를 기억한다. 그것은 의심의 온도였다. 그녀는 수첩에 적는다. “민석, 의심 시작. 뉴스의 반복성에 피로함.”

며칠 뒤, 또 다른 동료인 지연이 설화에게 속삭인다. “외국 방송을 몰래 봤어. 우리랑 너무 달라.” 그녀는 두려운 눈빛으로 주변을 살핀다. 설화는 그녀의 말을 기록한다. “지연, 외부 정보 접촉. 충격과 혼란.” 그 기록은 단순한 정보가 아니라, 내부의 균열을 보여주는 징후다.

설화는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체제의 모순을 감지하고 있음을 느낀다. 그러나 그들은 말하지 않는다. 말하면 위험하기 때문이다. 대신, 속삭인다. 속삭임은 회의실의 공기를 흔들고, 설화의 수첩을 채운다. “속삭임은 침묵의 반란이다.”

방송국의 시스템은 철저하다. 모든 대본은 검열을 거치고, 모든 영상은 승인받아야 한다. 그러나 설화는 그 틈을 찾는다. 회의 중, 간부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그녀는 대본의 한 줄을 바꾼다. “인민은 지도자의 은덕에 감사하고 있습니다”를 “인민은 오늘도 조용히 살아갑니다”로. 그것은 작은 변화지만, 설화에게는 큰 시도였다.

그날 방송 후, 간부는 설화를 불러 질책한다. “표현이 부적절했다. 조심하시오.” 설화는 고개를 숙인다. 그러나 마음속에서는 기록이 자란다. “표현의 틈. 감지됨. 반응 있음.” 그녀는 그 틈이 언젠가 균열이 될 것이라 믿는다.

회의실의 속삭임은 점점 늘어난다. 동료들은 서로 눈빛을 교환하고, 짧은 문장으로 감정을 나눈다. “이게 맞는 걸까?” “우린 뭘 위해 일하는 거지?” 설화는 그 모든 질문을 기록한다. 질문은 균열이다. 균열은 시작이다.

과거의 그림자 — 아버지의 일기

설화는 오래된 나무 서랍을 열었다. 그 안에는 아버지가 남긴 일기장이 있었다. 낡은 표지, 바랜 종이, 군데군데 번진 잉크 자국. 그것은 단순한 개인의 기록이 아니었다. 혁명열사로 불렸던 아버지의 삶, 그가 믿었던 이상, 그리고 그 이상이 어떻게 현실과 충돌했는지를 담은 증언이었다.

그녀는 일기장을 펼쳤다. 첫 장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우리는 혁명을 했다. 그러나 그 혁명은 누구를 위한 것이었나.” 설화는 그 문장을 읽고 멈췄다. 아버지는 체제의 중심에 있었고, 누구보다 충성스러웠다. 그러나 그의 기록은 충성 너머의 의심을 담고 있었다.

일기 속 아버지는 젊은 시절의 열정과 회의 사이를 오갔다. “나는 인민을 위해 싸웠다. 그러나 인민은 점점 말이 없어졌다.” 설화는 그 문장을 수첩에 옮겨 적는다. 그녀는 아버지의 기록을 통해, 체제의 모순이 단지 오늘의 문제가 아니라, 오래전부터 존재해왔음을 깨닫는다.

아버지는 일기에서 동료들의 침묵을 기록했다. “회의에서 아무도 질문하지 않았다. 질문은 위험했다.” 그 말은 설화가 방송국에서 느끼는 분위기와 닮아 있었다. 그녀는 과거와 현재가 겹쳐지는 것을 느낀다. 침묵은 시대를 넘어 반복된다.

설화는 일기 속에서 아버지가 겪은 갈등을 본다. “나는 지도자를 믿었다. 그러나 지도자는 나를 믿지 않았다.” 그 문장은 체제의 본질을 드러낸다. 믿음은 일방적이었고, 충성은 감시로 되돌아왔다. 설화는 그 감시의 흔적을 방송국에서도 느낀다. 카메라 뒤의 시선, 대본의 검열, 회의실의 침묵.

일기장의 마지막 장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나는 기록한다. 언젠가 누군가가 읽을 것이다.” 설화는 그 문장을 오래 바라본다. 그것은 아버지의 유언이자, 그녀의 사명이었다. 그녀는 일기장을 복사해 숨긴다. 그리고 자신의 수첩에 적는다. “기록은 유산이다. 나는 이어받는다.”

그날 밤, 설화는 아버지의 일기와 자신의 수첩을 나란히 놓고 읽는다. 두 기록은 시대를 넘어 대화한다. 아버지는 말했고, 그녀는 듣는다. 그리고 그녀는 다시 기록한다. “침묵은 반복된다. 그러나 기록은 끊기지 않는다.”

설화는 아버지의 삶을 다시 생각한다. 그는 체제의 얼굴이었지만, 그 안에서 균열을 감지했다. 그는 말하지 못했지만, 기록했다. 설화는 그 기록을 통해 말한다. 그녀는 아버지의 그림자 속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찾는다.

방송과 진실 — 틀린 문장 하나

방송은 정해진 시간에 시작되고, 정해진 문장으로 끝난다. 설화는 그 흐름을 누구보다 잘 안다. 그녀는 수년간 그 흐름을 따라 대본을 쓰고, 목소리를 조율하고, 화면을 구성해왔다. 그러나 어느 날, 그녀는 그 흐름에 작은 돌 하나를 던지기로 결심한다.

그날 저녁, 설화는 평소처럼 방송국의 뉴스 스튜디오에 앉아 있었다. 조명이 켜지고, 카메라가 돌아가고, 붉은 배경 위로 “조선중앙방송”이라는 자막이 떠오른다. 그녀는 대본을 손에 쥐고 있었다. 그러나 그 대본의 한 줄은 그녀가 바꾼 것이었다.

“평양은 오늘도 조용합니다.” 원래 문장은 “평양은 오늘도 평화롭습니다.”였다. 단어 하나의 차이. 그러나 그 차이는 컸다. ‘평화롭다’는 체제의 언어였고, ‘조용하다’는 현실의 언어였다. 설화는 그 차이를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 차이를 말하고 싶었다.

방송이 끝난 직후, 편집실은 술렁였다. 간부들은 회의실로 설화를 불렀다. “왜 대본을 임의로 수정했습니까?” 그녀는 침착하게 대답했다. “의도는 없었습니다. 단순한 실수였습니다.” 간부는 그녀를 노려보았다. “실수는 반복되면 의도가 됩니다. 조심하십시오.”

그날 밤, 설화는 수첩을 펼쳤다. “2025년 10월 29일. 첫 번째 틈. 단어 하나가 공기를 흔들었다.” 그녀는 손이 떨리는 것을 느꼈다. 그러나 동시에, 묘한 해방감도 느꼈다. 말이 나갔다. 그것은 되돌릴 수 없었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그녀가 원했던 일이었다.

며칠 후, 동료 민석이 조심스럽게 다가왔다. “그날 방송… 일부러 바꾼 거죠?” 설화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그의 눈을 바라보았다. 민석은 고개를 끄덕였다. “잘했어요.” 그 말은 짧았지만, 설화에게는 긴 문장처럼 들렸다. 그녀는 수첩에 적는다. “민석, 공감. 말은 전염된다.”

그 이후, 설화는 방송 대본을 읽을 때마다 단어 하나하나에 집중했다. 어떤 단어는 체제를 강화했고, 어떤 단어는 균열을 만들었다. 그녀는 그 균열을 찾았다. 그리고 때로는, 그 균열을 키웠다. “인민은 지도자의 은덕에 감사하고 있습니다” 대신 “인민은 오늘도 조용히 살아갑니다.” 그것은 진실이었다. 그리고 위험했다.

방송국 내부에서는 설화에 대한 감시가 강화되었다. 그녀의 대본은 두 번, 세 번 검토되었고, 회의에서는 그녀의 발언이 줄어들었다. 그러나 설화는 위축되지 않았다. 오히려, 더 조심스럽게, 더 정교하게 단어를 선택했다. 그녀는 말의 무게를 알고 있었다.

그녀는 수첩에 이렇게 적는다. “진실은 큰 소리로 외치는 것이 아니라, 작은 틈으로 스며드는 것이다.” 그녀는 방송이라는 체제의 도구 안에서, 그 도구를 비틀어 진실을 흘려보내는 법을 배워가고 있었다.

그날 이후, 방송국의 몇몇 동료들은 설화의 대본을 유심히 보기 시작했다. 그들은 단어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했고, 때로는 고개를 끄덕였다. 설화는 그 반응을 기록했다. “청중은 외부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내부에도 있다. 그리고 그들은 듣고 있다.”

거리의 풍경 — 침묵 속의 움직임

설화는 방송이 끝난 저녁이면 일부러 거리로 나선다. 그녀는 도시의 표면을 기록하는 기자이지만, 진짜 평양은 거리에서 숨 쉬고 있다고 믿는다. 방송국의 조명 아래에서 본 평양은 정돈된 이미지였지만, 거리의 공기는 다르다. 그것은 말 없는 움직임으로 가득 차 있다.

김책거리의 가로등은 희미하게 깜빡인다. 상점들은 일찍 문을 닫고, 사람들은 빠른 걸음으로 집으로 향한다. 설화는 그 걸음 속에서 두려움을 본다. 그것은 체제에 대한 공포가 아니라, 말할 수 없는 현실에 대한 체념이다. 그녀는 수첩을 꺼내 적는다. “걸음은 말보다 빠르다. 말은 멈추지만, 걸음은 도망친다.”

창광원 근처의 공원에는 노인들이 앉아 있다. 그들은 말이 없다. 담배를 피우고, 먼 곳을 바라본다. 설화는 그들의 침묵이 단순한 피로가 아니라, 오래된 기억의 무게임을 느낀다. 그녀는 노인의 얼굴을 바라보며 적는다. “침묵은 기억의 형태다. 말하지 않는 자들은 가장 많은 것을 안다.”

보통강변을 따라 걷다 보면, 젊은 연인들이 손을 잡고 걷는다. 그들은 속삭인다. 설화는 그 속삭임이 사랑의 언어만은 아니라고 느낀다. 때로는 질문이 섞여 있다. “밖은 정말 저렇게 위험한가요?” “우린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나요?” 그녀는 그 속삭임을 기록한다. “사랑 속에 질문이 있다. 질문은 희망이다.”

설화는 거리에서 사람들의 눈빛을 본다. 말은 없지만, 눈빛은 말한다. “우리는 알고 있다.” “우리는 기억한다.” “우리는 기다린다.” 그녀는 그 눈빛을 수첩에 옮긴다. “눈빛은 언어다. 침묵 속의 문장이다.”

어느 날, 설화는 시장 골목에서 한 여인을 만난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설화에게 다가와 말한다. “기자님, 방송에서 말 좀 해주세요. 우리 삶이 얼마나 힘든지.” 설화는 대답하지 못한다. 대신, 그녀의 손을 잡는다. 그리고 수첩에 적는다. “말을 부탁받았다. 그러나 말할 수 없었다. 기록만이 남았다.”

설화는 거리의 풍경을 사진처럼 기억한다. 아이들이 조용히 놀고, 상인들이 눈치를 보며 가격을 속삭이고, 군인들이 무표정하게 지나간다. 그 모든 장면은 하나의 서사다. 말하지 않는 도시의 이야기. 그녀는 그 이야기를 수첩에 담는다. “도시는 말하지 않는다. 그러나 움직인다. 움직임은 이야기다.”

그녀는 방송국으로 돌아가는 길에 생각한다. “우리는 말하지 않지만, 살아간다. 살아간다는 것은 저항이다.” 그녀는 그 문장을 수첩에 적는다. 그리고 그날의 기록을 마친다. “침묵 속의 움직임. 오늘도 감지됨.”

균열의 확산 — 젊은 세대의 질문

방송국의 복도는 조용하다. 그러나 그 조용함 속에서 설화는 미세한 떨림을 느낀다. 그것은 젊은 직원들의 눈빛에서 시작된다. 그들은 말은 하지 않지만, 질문을 품고 있다. 설화는 그 질문이 체제의 균열을 확산시키는 진동이라고 느낀다.

신입 기자인 수진은 설화에게 다가와 조심스럽게 묻는다. “선배님, 외국 뉴스는 정말 다 거짓인가요?” 설화는 잠시 침묵한다. 그리고 대답 대신, 수첩을 꺼내 적는다. “수진, 외부 정보에 대한 의문. 체제의 경계 흔들림.” 그녀는 그 질문이 단순한 호기심이 아니라, 체제에 대한 첫 번째 균열임을 안다.

편집실에서는 젊은 직원들이 모여 속삭인다. “요즘 인터넷에서 이상한 글을 봤어요. 우리랑 너무 달라요.” “왜 우리는 그런 걸 못 보게 하는 걸까요?” 설화는 그 대화를 멀리서 듣고, 수첩에 적는다. “정보의 차단에 대한 불만. 질문은 확산 중.”

설화는 그들의 질문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질문이 희망이라고 믿는다. 질문은 체제를 흔들고, 흔들림은 변화의 시작이다. 그녀는 수첩에 적는다. “질문은 균열이다. 균열은 시작이다. 시작은 희망이다.”

어느 날, 회의 중에 신입 아나운서 태훈이 발언한다. “뉴스가 너무 반복적입니다. 시청자들이 지루해할 것 같아요.” 회의실은 순간 정적에 휩싸인다. 간부는 태훈을 바라보며 말한다. “그런 생각은 위험합니다.” 설화는 그 순간을 기록한다. “태훈, 공개적 의문 제기. 체제의 반응: 억압.”

그날 저녁, 설화는 태훈과 함께 퇴근한다. 그는 말한다. “저는 그냥 진심으로 말했어요. 그런데 모두가 무서워하더라고요.” 설화는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진심은 위험하지 않아요. 체제가 진심을 두려워하는 거죠.” 그녀는 그 대화를 수첩에 옮긴다. “진심은 균열의 씨앗이다.”

방송국 외에도, 거리에서 만난 대학생들은 설화에게 말을 건다. “기자님, 진짜로 외국은 우리처럼 통제하지 않나요?” “우린 왜 항상 같은 뉴스만 봐야 하죠?” 설화는 그들의 눈빛에서 갈망을 본다. 갈망은 자유를 향한 첫 걸음이다. 그녀는 기록한다. “젊은 세대, 갈망 시작. 질문은 멈추지 않음.”

설화는 방송국의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음을 느낀다. 예전에는 침묵이 지배했지만, 이제는 속삭임이 늘고, 질문이 생기고, 의심이 자란다. 그녀는 그 변화를 수첩에 담는다. “균열은 확산 중. 내부에서 시작됨. 젊은 세대가 중심.”

그녀는 생각한다. “이 질문들이 언젠가 말이 되고, 말이 언젠가 외침이 되면, 우리는 달라질 수 있다.” 그녀는 그 믿음을 기록한다. “희망은 질문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지금, 질문은 넘쳐난다.”

수,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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