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제도개혁. 지역주의와 사표방지를 위한 비례대표 등

by 김작가a


선거제도 개혁: 대표성 회복을 위한 길


나는 오랫동안 선거가 끝난 뒤의 지도를 바라보며 깊은 회의에 빠지곤 했다. 붉은색과 파란색으로 나뉜 지도는 단순한 색의 분포가 아니었다. 그것은 이념과 지역, 세대와 계층이 갈라진 한국 정치의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상징이었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라지만, 그 꽃은 늘 같은 뿌리에서 피어났고, 같은 방식으로 시들어갔다. 나는 그 구조를 바꾸고 싶었다. 아니, 반드시 바꿔야 한다고 믿었다.

지역주의의 굴레

한국 정치에서 지역주의는 단순한 투표 성향을 넘어선 구조적 문제다. 특정 정당이 특정 지역에서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 현상은 유권자의 선택을 제한하고, 정치적 다양성을 억압한다. 나는 광주에서, 대구에서, 부산에서, 서울에서 수없이 많은 유권자들을 만났다. 그들은 말한다. “여기선 이 당 아니면 안 돼요.” “찍어봤자 떨어져요.” 그 말 속에는 체념과 분노, 그리고 무력감이 섞여 있었다.

이러한 지역주의는 소선거구제의 구조적 한계에서 비롯된다. 한 지역에서 단 한 명만을 뽑는 방식은 승자독식의 논리를 강화하고, 소수 의견을 배제한다. 결국 유권자는 ‘이길 수 있는 후보’에게 표를 몰아주게 되고, 이는 곧 사표의 양산으로 이어진다. 나는 이 구조를 깨기 위해 중대선거구제와 비례대표제의 확대가 필요하다고 믿는다.

사표 방지와 비례대표 확대

사표란 무엇인가. 그것은 유권자의 의사가 의석으로 연결되지 못하는 상황이다. 나는 수많은 유권자들이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이나 후보가 당선될 가능성이 없다는 이유로 투표를 포기하거나, 전략적 투표를 하는 모습을 보았다. 이는 민주주의의 본질을 훼손하는 일이다. 유권자의 한 표는 모두 동등한 가치를 가져야 한다.

비례대표제는 이러한 사표를 줄이고, 정당 득표율에 따라 의석을 배분함으로써 대표성을 강화하는 제도다. 그러나 한국의 비례대표 의석은 전체 의석의 20%에 불과하다. 나는 이 비율이 최소한 40% 이상으로 확대되어야 한다고 본다. 그래야만 다양한 정치세력이 국회에 진출할 수 있고, 유권자의 정치적 의사가 보다 정확히 반영될 수 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도입과 한계

2020년, 한국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했다. 이는 정당 득표율과 의석 비율 간의 괴리를 줄이기 위한 시도였다. 그러나 결과는 기대와 달랐다. 거대 정당들이 위성정당을 만들어 연동률을 왜곡했고, 오히려 비례성은 더 훼손되었다. 나는 이 상황을 보며 제도의 설계만큼이나 정치적 윤리와 실행의 중요성을 절감했다.

연동형 제도의 본래 목적은 정당 득표율에 따라 의석을 배분함으로써, 소수 정당의 진입 장벽을 낮추고 정치의 다양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위성정당을 방지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비례대표 후보를 낼 수 있는 정당은 지역구 후보를 일정 수 이상 공천해야 한다는 요건을 강화하거나, 정당 간 합당 및 분당에 대한 규제를 명확히 해야 한다.

또한 연동률 자체에 대한 재조정도 필요하다. 현재의 50% 연동률은 실질적인 효과를 내기 어렵다. 나는 최소한 80% 이상의 연동률을 적용하고, 비례대표 의석을 100석 이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제안하고 싶다. 이는 단순한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의 구조를 바꾸는 일이다.

청년과 여성의 정치 진출 확대

나는 선거제도 개혁이 단지 제도적 공정성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대표성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현재 국회에서 청년과 여성의 비율은 여전히 낮다. 이는 단순한 참여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가 특정 계층에 의해 독점되고 있다는 증거다. 나는 이 구조를 바꾸기 위해 청년·여성의 정치 진출을 제도적으로 보장해야 한다고 믿는다.

첫째, 청년·여성 할당제를 확대해야 한다. 현재 정당들은 비례대표 후보의 일정 비율을 여성으로 공천하도록 되어 있지만, 지역구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나는 지역구에도 일정 비율의 여성 후보를 의무적으로 공천하도록 하고,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정당 보조금을 삭감하는 방식으로 제도적 유인을 제공해야 한다고 본다.

둘째, 청년 후보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청년들은 정치 경험과 자금, 조직에서 불리한 위치에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청년 후보에게는 선거비용을 일부 지원하거나, 공천 심사에서 가산점을 부여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또한 청년 정치인을 육성하기 위한 정치 아카데미나 멘토링 프로그램도 병행되어야 한다.

셋째, 정당 내부의 민주화를 촉진해야 한다. 공천 과정이 투명하지 않고, 특정 계파나 인물 중심으로 운영되는 한 청년과 여성의 진출은 제한될 수밖에 없다. 나는 정당 공천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이기 위한 외부 심사제도나 시민 참여형 공천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제도 개혁의 정치적 의미

선거제도 개혁은 단순한 기술적 조정이 아니다. 그것은 민주주의의 뼈대를 다시 세우는 일이며, 정치의 문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여는 일이다. 나는 이 개혁이 정치의 다양성과 포용성을 실현하는 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 지역주의를 넘어서고, 사표를 줄이며, 청년과 여성이 당당히 정치의 주체로 설 수 있는 사회. 그것이 내가 꿈꾸는 민주주의의 모습이다.

나는 이 개혁이 단기적인 성과에 그쳐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선거제도는 정치문화와 직결되어 있으며, 그 구조가 바뀌면 정치의 내용도 바뀐다. 우리는 지금, 그 구조를 바꿀 수 있는 결정적 시점에 서 있다. 이 기회를 놓친다면, 우리는 또다시 같은 지도를 바라보며 같은 회의를 반복하게 될 것이다.


이전 02화대통령제 폐해와 권력 집중 문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