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하나의 봄' 서머리

by 김작가a

『하나의 봄』을 읽으며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봄”이라는 단어가 단순히 계절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작품 속 봄은 새로운 시작이자, 오래된 상처를 치유하려는 희망의 은유로 다가왔다. 남북 분단 90년이라는 무거운 설정 속에서 봄은 현실의 차가움과 대비되는 따뜻한 가능성을 상징한다.

이야기는 서울과 평양, 개성이라는 공간을 오가며 전개된다.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창밖을 바라보는 지훈의 시선은, 현실의 벽 앞에서 무력해진 개인의 내면을 보여준다. 반면 평양의 저녁을 기록하는 설화의 시선은 체제의 언어를 반복하면서도 그 속에서 모순을 감지하는 인간의 갈등을 드러낸다. 두 인물은 서로 다른 세계에 속해 있지만, 봄이라는 공통의 상징 속에서 연결된다.

작품을 읽는 동안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침묵의 무게였다. 남북 인물들이 마주 앉아도 대화는 쉽게 시작되지 않는다. 폭발 사건 이후의 긴장과 불신은 말보다 더 큰 벽을 세운다. 그러나 그 침묵 속에서 오히려 대화의 가능성이 싹튼다. 봄은 그렇게 침묵을 뚫고 피어나는 꽃처럼, 작은 틈새에서 희망을 보여준다.

또 하나의 감정은 고독이었다. 지훈이 서울로 돌아왔을 때 맞이한 것은 환영이 아니라 차가운 시선이었다. 설화 역시 평양의 붉은빛 속에서 체제의 언어를 반복하며 스스로를 고립시킨다. 두 인물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외로움을 견디며, 그 외로움 속에서 통일이라는 불가능한 꿈을 붙잡는다. 작품은 그 고독을 통해 독자에게 묻는다. “우리는 과연 서로를 이해할 수 있을까?”

읽고 난 뒤 마음에 남은 것은, 『하나의 봄』이 단순히 정치적 상상력에 머무르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 작품은 분단이라는 거대한 역사적 현실을 개인의 내면과 연결시켜 보여준다. 통일은 국가의 과제가 아니라, 결국 개인의 삶과 감정 속에서 의미를 찾을 수밖에 없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봄은 하나뿐이다. 그러나 그 하나의 봄 속에는 수많은 길과 선택이 숨어 있다. 작품을 덮고 나서도 오래도록 남는 울림은,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 속에서도 언젠가 그 봄을 맞이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이었다. 『하나의 봄』은 그 희망을 문학의 언어로 담아낸, 조용하지만 깊은 울림을 가진 작품이었다.

수,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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