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t. 김윤아/봄날은 간다
1화. 백장미
1987년 6월 15일. 골드 스타 선풍기가 돌아간다. 북창동 한옥마을. 주미대사 부친 보증으로 귀가한 나라. 오후 8시 뉴스를 tv 채널을 돌렸다. “땡! 전두환 대통령 각하께서는 88 올림픽 준비위원회 보고를 받으셨습니다… 신촌 가두에서 시위하던 대학생이 전경이 쏜 직격탄에 맞고 사망했…”
화면조정 시그널이 떴다. 나라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리저리 채널을 돌리지만… 엊그제 늦은 밤, 신촌 할미꽃집 백장미 다발을 내밀며, 환히 웃던 한열이 얼굴이 떠올랐다. ‘아직, 데목하고 있겠지? 밥은 먹고 다니는지…” 두 달째 생리가 없다.
어젯밤, 나라는 악몽을 꾸었다. 길바닥에 누워 버둥거리다, 땅이 삼키는… 나라는 삐삐를 집어 들었다. 버튼을 누르자, “1004 3535 0101…” 진부한 사랑문자… 표현력이 서투른 녀석이다. 씻고는 깊은 잠에 빠졌다.
3월. 신입생 환영회 파트너였다. 상경대는 여학생이 없다. 디스코 음악이 유행이다. 길거리 디스코 녹음테이프를 금성 전축에 걸어 놓고, 어색한 인사를 마친 후, 리듬에 조금씩 몸을 맡기며, 낭만을 즐겼던 오후…
구부정한 큰 키, 귀 덮은 곱슬머리, 물 뺀 청바지, 라운드 과티와 헐렁한 과잠, 어꺠 늘어진 가방, 마이마이 이어폰, 프로스펙스 농구화, 농구공을 빙글빙글 돌리면서… “마이클 조던이 우상이지.” 피식 웃으며, 식권을 내밀었다. 그렇게 조금씩 가까워졌다.
독다방에서 만나자는 삐삐. 화장을 고치고 나갔다.
서클 학습서 꺼내 놓고, 계급투쟁 광주항쟁 반전반핵 민중혁명… 연설을 늘어 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