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나라: 단편소설

by 김작가a

4화. 만미투(萬民鬪)


1986년. 겨울방학 눈 내리는 오후. 신촌 철길 뒷골목 대폿집. “야! 여기…” 전국대학생연합

회 독서서클 집회에 삼십여명 간부가 모였다.


학내 프락치 사건 때문에, 믿을 수 없는 분위기였다. 신분을 확인하고 간단히 인사를 끝

냈다. 내 발표 차례가 다가왔다. 프랑스혁명, 볼세비키, 체게바라… 진부했다.


현실과 안 맞는 유럽 계급 투쟁사… 공산주의 모델까지 동원하는 건… 광주항쟁 이후 더

과격해진 시위현장 수위와 정권의 노골적인 탄압은 도를 넘었다.


고 김재규 부장이 일으킨 정변으로, 정권은 더 치열한 장기집권을 구상했다. 전국대학생

연합회는 내가 꿈꾸는 투쟁과 점점 멀어져 가는 느낌이다.


후배 양성하는 학습반에서 제외됐다. 영호남 출신 과격한 학우들로 전진 배치했다. 화염

병 때문에 전경 화상은 심각했다. 직격탄 발사하는 사례가 늘었다. 위험하다.


내게 변절자라는 일갈을 서슴지 않았다. 내가 원하는 투쟁은 개헌과 투표 혁명이다. 시간

이 걸려도, 죽거나 다치는 사람이 없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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