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를 처음, 사람으로 보았다 — 그녀의 내면 회상
그는 고개를 들지 않았다.
종이 한 장을 읽는 데, 그렇게 많은 침묵이 필요할 줄 몰랐다.
하지만 나는 들을 수 있었다.
그가 쓰지 않은 문장들의 숨소리.
그가 말할 때, 나는 그를 보지 않으려 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고개가 돌아갔다.
그건 용서의 몸짓이 아니라, **응시의 충동**이었다.
그는 나를 모른다고 했고,
기억하지 못한다고 했고,
그날의 접촉은 모호하다고 말했다.
나는 잠시 혼란스러웠다.
그러다 알게 됐다.
그가 말하고 있는 건
사실이 아니라, **자기 존재 그 자체**라는 걸.
나는 분노했었다.
그의 침묵이, 나를 미치게 했었다.
그게 나를 더 이상하게 만들었고,
더 외롭게 만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 침묵조차 무너질 수 있다는 걸 보았다.
그는 그날
나를 위해 말한 게 아니라,
자신을 걸고 말한 것 같았다.
나는 아직 그를 용서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순간만큼은
그가 사람이었다.
그리고 나도
단지 피해자가 아닌
한 사람으로서 존재했다.
그 진술은 누구를 구하지 않았지만,
우리 둘을
조금 바꾸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