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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나그네방입니다.

나그네방이 궁금하신가요?

by 나그네방

2018년 여름, 하빈하우스가 시작될 집을 찾기 위해 친구와 저는 온수역으로 떠났습니다. 부동산 사장님을 따라 여러 매물을 보고, 마지막으로 들린 곳이 첫 하빈하우스이자 나그네방의 시작이 되어준 오류동 화랑빌라였습니다.


1990년대에 지어진 오래된 연립빌라는 온화하고 목가적인 분위기를 품고 있었습니다. 빌라 안에서 들려오는 아이들의 웃음 소리가 끊이지 않았고, 아카시아가 만개할 적에는 지하철역에서부터 동네 어귀까지 온동네에 꽃향기가 퍼졌습니다.


우리 집은 연립 발라 가장 안 쪽에 위치했습니다. 집안에 들어서면 거실 베란다 창으로 엄청나게 환한 햇살이 들어왔지요. 그곳에는 평화로움이 늘 공기 중을 감돌았습니다.


2018년 여름, 첫 번째 하빈하우스를 발견한 날

이 곳으로 집을 계약하기로 결심한 뒤 친구 어머니에게 보증금을 빌렸습니다. 저와 친구는 월세를 반반 부담하며 살기로 했지요. 운이 좋게도 우리가 구한 집은 햇살이 가득 비추는 쓰리룸 빌라였습니다.



친구와 단 둘이 살텐데 집에 방이 세 개여서, 우리는 고민을 시작했습니다.


남은 방 하나를 어떻게 쓰면 좋을까?

고민이 지속되던 어느 날, 남은 방 한 칸이 우리가 사용할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빈하우스는 하영과 예빈이 사는 집이면서, 우리가 조건 없는 사랑을 흘려 보내기 위해 만든 공간이었으니까요.


자 저 방을 나그네방이라고 부르자.
거처가 필요한 사람이 있다면 얼마든지 편안히 머물다 갈 수 있도록 만들자


나그네방이 시작된 순간입니다. <저 방은 우리 것이 아닌 것 같아. 그럼 누구한테 나눠주지? 방이 필요한 사람들이 있잖아. 여러 이유로 잠시 머물 곳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남은 방 한 칸을 내어주자. 안전하게 머물러 갈 수 있도록.>



나그네방은 2024년 현재까지 6년을 꽉 채워 운영되어 오고 있습니다. 그 사이, 스무 명이 넘는 나그네가 머물다 갔고, 그들의 방문 덕분에 나그네방과 나그네방을 운영하는 제 삶에도 여러 에피소드가 생겼지요. 그리고 이 방에 가장 오래 머문 나그네와(20개월 거주) 나눈 최근 대화는 이랬습니다.


나그네방 정말 신기하지 않아요? 매번 누군가 떠날 때 즈음 새로운 사람이 방이 필요하다고 찾아오잖아요.

맞아요. 저도 이제 나그네방이 돌아가는 게 신기해요.. 매번 어떻게 때맞춰 사람이 들어오고 나갈까요.



남은 방 한 켠을 타인과 나누며 살아온 이 공간의 규칙은 단 한 가지입니다. 그것은 나보다 이 방이 더 필요한 사람이 나타나면 방을 내어주는 것. 하지만 단 한 번도 '지금 머물고 있는 사람보다 이 방이 더 필요하다고 말하는 사람'이 나타나지는 않더군요. 누군가 이곳에 머무를 만큼 머물다가 이제는 저도 독립하겠습니다라고 이야기하면, 그제서야 누군가 '혹시 나그네방에 남은 자리가 있을까요?'하고 물어왔습니다.


더 놀라운 사실을 알려 드릴까요? 최근 1년 간 나그네방에 들어온 사람 중 제가 직접적으로 알고 지낸 지인은 한 명도 없었습니다. 모두 어디서 나그네방을 알고 오셨는지 모르지만, 저와 먼 곳에 있는 분들로부터 나그네방 문의를 받았지요. 이제는 운영자의 세계를 너머 자신만의 세상을 구축해 나가고 있는 나그네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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