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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영 Apr 02. 2024

당신을 초대합니다

나의 일에 대해 설명할 수 있나요?

이전 글에서 커뮤니티 매니저에게 필요한 주요 스킬 중 하나로 Say Hello를 이야기했습니다.

몇몇 분들께서 자신의 일터에서 Say hello를 해보겠다며 넌지시 이야기를 전해주셨는데요.

여러분 Say hello 정말 해보셨나요?


Say hello는 여러 문장으로 그 마음을 전할 수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잘 지냈어요?

영어로 하면 How are you? 정도가 될 수 있겠네요. 


저에게 안부 인사를 주고받는 미덕을 가르쳐준 건 가족이었습니다. 우리 엄마는 온 가족의 생일을 지키는 알리미이신데요. 가족 중 한 사람의 생일이 다가오면, 어김없이 이른 아침부터 엄마에게서 메시지가 옵니다. '오늘은 이모부 생일이니 작은 인사라도 전하면 좋겠구나.' '오늘은 작은 엄마 생일이니 연락 한 번 드리렴.'


엄마의 안부 인사는 한 해를 지나 두 해를 지나 십 년을 지나 이십 년을 지나 이제 삼십 년 동안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그녀가 쌓은 시간의 덕일까요. 이제 사촌 언니도 가족의 생일이 돌아오면 연락을 돌립니다. 조카들도 생일이 되면 서로에게 안부 인사를 전하죠. 가족이라는 커뮤니티가 어머니의 오랜 안부 인사로 형성되었습니다.


저는 안부 인사야 말로 주요한 '초대'라고 생각해요. 우리 커뮤니티 안에 당신이 있음을 알아차려주는 것이니까요. 당신이 거기에 존재하고, 여기에 언제나 당신의 자리가 있다는 점을 전하는 방법으로 안부인사는 탁월합니다. 안부인사를 통해 멤버는 우리 커뮤니티의 문을 열고 들어와 함께 어울리는 구성원이 되어 주지요. 초대의 가장 쉬운 방법이 안부인사를 전하는 것이라면, 여러 커뮤니티의 뉴스레터가 안녕하세요 00님?이라고 말문을 여는 것은 제법 자연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번에는 지난 주말에 있었던 저의 초대 사례를 한 가지 나눠보고 싶습니다. 20대 후반이 되고, 도심 속 핫플레이스를 돌아다니는 것이 체력에 부치자, 저는 도시 외곽으로 시선을 돌리게 되었습니다. 주말 사이 강원도 여행을 떠나거나, 과천에 있는 어린이대공원처럼 숲이 우거진 자연으로 숨어들곤 합니다. 지난 주말 제가 숨어든 자연은 경기 외곽에 위치한 용인이었습니다. 그곳에는 저의 작은 엄마와 아빠가 살고 계시죠.


자식이 어느 정도 장성하여 집을 나가면, 50대 초중반의 부모님은 빈 둥지 증후군을 겪는다고 합니다. 자기 둥지 안에 보살필 아이가 사라져 예기치 못한 외로움과 당혹스러움을 겪는다는 것인데요. 물리적으로 사랑할 대상이 사라진 이들의 주말 오전과 오후는 안방 침대와 거실 소파에서 대체로 흘러간다고 합니다.


지난 주말 오후, 작은 엄마에게 연락을 했습니다. '작은 엄마, 뭐 하고 계세요? 시간 괜찮으시면 저랑 커피 한 잔 하실래요?' 수화기 너머로 그녀의 달뜬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흔쾌히 좋다고 답해주신 작은 엄마와 함께 용인 외곽의 어느 대형 카페에서 오랜만에 만남을 시작합니다. 몇 년 전 질병을 얻은 작은 엄마는 혼자서 외부 활동을 하기가 어려워지셨습니다. 그래서 그의 남편인 작은 아빠가 늘 작은 엄마의 곁을 지켜 주시죠. 두 분과 저, 세 사람이 카페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이런저런 삶을 나눕니다.


먼저 친척 동생들의 안위를 살피고, 작은 엄마의 병세를 살피고, 작은 아빠의 새로운 근무지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일상의 소식을 전하고 보니 가족이지만 몰랐던 내용이 하나 둘 업데이트됩니다. 아 이런 새로운 소식이 있었구나, 이런 어려움이 있었구나, 가족 공동체에 대해 차분히 알아갈 수 있게 되어요. 그 시간이 소중했습니다. 서로에게 오픈되는 시간이었다고 할까요. 설 추석에만 만나는 게 아니라, 가족이 있는 지역으로 와서 함께 시간을 나누고 서로의 삶으로 초대하니 관계의 애정이 증가했습니다.


가족처럼 물리적으로 묶여 있는 공동체가 여럿 있습니다. 학교에 갔더니 만나게 되는 또래 커뮤니티, 회사에 갔더니 만나는 동료 커뮤니티, 취미 생활을 시작했더니 만들어지는 여러 커뮤니티들. 홀로 집에서 작업하는 사람도 정보를 교환하며 서로의 이익을 추구하는 커뮤니티에 속하곤 하지요. 이런 공동체는 모두 초대로 이루어지고, 커뮤니티의 일부라는 사실이 우리 관계의 1차 연결을 맺어줍니다. 이후, 2차 연결, 3차 연결을 통해 커뮤니티가 돈독해지는 것은 '관계없음'에서 시작하는 것보다 훨씬 수월하게 이루어지지요.


저는 리빙 커뮤니티와 워킹 커뮤니티를 기획하고 운영하는 커뮤니티 매니저입니다. 우리의 커뮤니티는 모두 주거와 사무실이라는 공간을 공유함으로써 1차 관계를 맺고 있어요. 저는 이들과 2차 관계, 3차 관계를 맺기 위한 다방면의 노력을 합니다. 멤버들의 건강한 일상과 다채로운 삶의 경험을 위해 커뮤니티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합니다. 뉴스레터를 통해 우리 커뮤니티 내부의 소식을 전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와글와글 떠들어 봅니다. 때로는 우리 커뮤니티 밖에 있는 로컬 호스트의 이야기를 전하는 소식통이 되기도 해요. 그것이 우리 멤버들에게 유익한 도움이 된다면 말이지요. 여기까지 오면, 커뮤니티 매니저는 연결을 만들어 내는 bridge 같은 존재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실감합니다. 사회는 모두 하나의 거대한 커뮤니티이고, 커뮤니티 매니저의 역할은 '연결'에 있음을 다시금 깨닫습니다. 우리가 초대를 통해 만들어내는 것은 결과적으로 '연결'이기 때문이지요.


좋은 사람을 좋은 공간과 연결하고, 좋은 물건을 소개하고, 좋은 환경과 연결할 때 우리는 자연스레 가치 있는 생활을 향유할 수 있게 됩니다. 저는 모든 커뮤니티 서비스와 상품의 가치는 좋은 연결에 있다는 진리를 깨닫게 되었어요. 커뮤니티 매니저가 부지런히 손품과 발품을 팔아 좋은 연결을 만들어 낼수록, 진정한 초대를 나눌수록 우리 관계는 성장하고 성숙해집니다.


그러니 다시 한번 Say hello에서 시작하는 초대와 연결, 관계의 성장을 기대해 봐요.

사회적 단절과 Cancel culture가 만연한 요즘 시대에 다시 연결되기를 희망하는 커뮤니티 매니저가 여기에 있습니다. 당신과 소통하고 교류하며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 가고 싶어요. 한 사람 한 사람의 존엄성이 인정받고, 그의 의식주가 안전하게 보장받으며 나아가 우리가 서로에게 안부 인사를 전할 수 있는 따뜻한 사회를 준비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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