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이 처음 출판사에 투고해 본다는 것
한 번도 책을 출간해 본 적 없는 대학생의 원고를 받아줄 출판사를 찾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어려웠습니다.
일단 투고할 수 있을 정도로 원고를 완성하긴 했지만, 그다음부터가 막막했습니다.
“이제 이 원고를 어디에, 어떻게 보내야 하지?”라는 질문부터 시작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제가 직접 읽었던 책들 가운데, 반도체나 기술, 공학, 과학 분야의 책을 출간한 출판사들을 하나씩 정리해 보기 시작했습니다. 대략 20곳 정도의 출판사를 리스트업 했고, 이메일이나 출판사 홈페이지를 통해 출판 기획서와 원고를 함께 보냈습니다.
보통 출판사에 투고하면 빠르면 일주일, 길면 한 달 정도까지 답을 기다려야 한다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조급해하지 말고 기다려보자고 마음먹었습니다.
그런데 첫 메일을 보내고 다음 날 메일함을 열었을 때, 생각보다 긍정적인 느낌의 답장이 와 있었습니다.
“보내주신 원고는 잘 받았습니다. 내부 검토 후 출간 여부를 알려드리겠습니다.”
짧은 문장이었지만, 그 메일을 읽는 순간 ‘그래도 아주 불가능한 일은 아닐 수도 있겠구나’ 하는 희망이 생겼습니다.
하지만 일주일쯤 지나자 다른 출판사들에서 하나둘 답장이 오기 시작했습니다. 대체로 내용은 비슷했습니다.
“원고는 흥미롭고 잘 읽었습니다. 다만 당사에서 출간을 진행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이미 인터넷을 통해 출판 투고에서 실제 출간까지 이어지는 일이 얼마나 낮은 확률인지 어느 정도 알고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막상 거절 메일을 직접 받아보니, 머리로 아는 것과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었습니다. 메일이 한 통씩 쌓일수록 실망감도 점점 커졌습니다.
반도체 관련 책을 냈던 출판사에서도 거절 메일이 왔고, 그때부터는 점점 초조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남은 출판사는 어디지? 만약 모든 출판사에서 거절당하면 자비출판이나 POD 같은 방식으로 가야 하나?
그런 생각도 자연스럽게 들었습니다.
그렇게 2~3주 동안 여러 거절 메일을 받으며 마음이 조금씩 지쳐가던 때, 제가 가장 함께 작업해보고 싶었던 한 출판사에서 긍정적인 연락이 왔습니다.
원고를 계속 검토 중이며, 내부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 메일을 받고 저는 생각했습니다.
그래, 일단 조금만 더 기다려보자. 정말 모든 투고가 거절로 끝난다면 그때 가서 다른 방법을 찾으면 된다.
그리고 얼마 뒤, 그 출판사에서 만나서 이야기 해보자는 연락이 왔습니다.
그 연락을 받았을 때의 안도감은 아직도 또렷하게 기억납니다.
누군가 제 원고를 단순히 “학생이 써본 글”이 아니라, 정말 책으로 검토해 볼 만한 원고로 봐주었다는 사실 자체가 큰 힘이 되었습니다. 더 기뻤던 이유는, 그 출판사가 단순히 이름 있는 곳이어서가 아니라 제가 가장 함께 작업해보고 싶었던 곳이었기 때문입니다.
출판사에 투고하는 과정에서 제가 가장 중요하다고 느낀 것은, 출판사와 제 책의 방향성이 맞는지 여부였습니다. 아무리 정성을 들여 쓴 원고라고 하더라도, 출판사의 성격과 맞지 않으면 실제 출간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사실을 직접 느꼈습니다.
과학·기술 분야의 책을 집필했는데 문학이나 소설 위주의 출판사에 연락한다면 거절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원고를 잘 쓰는 것만큼이나, 제 책과 가장 잘 어울리는 출판사를 찾는 데에도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