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는 대체로 비싸다. BMW나 벤츠 주력모델을 보면 7천만 원은 기본이다. 그나마 대중 브랜드로 들어온 토요타, 닛산, 폭스바겐, 포드, 푸조 등을 봐도 4천~5천만 원 이상 모델들이 즐비하다. 이런 이유로 수입차의 품질과 디자인, 성능이 마음에 들어도 "언젠간 살 거야."라는 다짐만 하게 된다.
하지만 마냥 비싼 건 아니다. 일부 폭스바겐 라인업에는 2천만 원대 모델이 존재한다. 바로 준중형급 세단 '제타'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독일제 대중 브랜드 모델인 점이 메리트가 되어 알게 모르게 높은 판매량을 이어나가고 있다.
실제로 지난 6월 수입차 모델 별 판매량 순위에서 3위를 차지했다. 1위는 벤츠 E 350 4MATIC, 2위는 BMW X3 순이다. 또한 2021년 기준으로 제타의 흥행에 힘입어 총 4,794대가 판매되었고 폭스바겐의 판매량이 82.6%나 급증하는 사례도 있었다.
그렇다면 폭스바겐 제타는 단순히 가격만 저렴한 모델일까? 해당 모델에 대해 전반적인 특징을 살펴보자.
폭스바겐 제타는 1979년에 처음 출시되어 40여 년 동안 글로벌 누적 1,750만 대 이상의 실적을 올린 월드 베스트셀러다. 우리나라에도 2005년 이후 3만여 대 이상이 팔리며 많은 관심을 받은 모델이기도 하다.
현재 판매 중인 모델은 2020년 10월에 출시된 이후 연식변경을 거친 21년식 7세대다. 가로배치 엔진 전용 내연기관 플랫폼인 MQB가 적용되어, 6세대 대비 넓은 공간과 트렌디한 디자인이 적용되었지만 출시 당시 400~700만 원 더 저렴한 가격이 책정돼 소비자들의 폭발적인 구매가 이어졌다.
제타의 제원을 살펴보면 길이 4,700 mm / 너비 1,800 mm / 높이 1,460 mm / 휠베이스 2,686 mm로 신형 아반떼와 비슷한 사이즈다.
파워 트레인은 1.4리터 직렬 4기통 직분사 터보차저 가솔린 엔진이 장착돼, 150 PS - 25.5kg.m의 성능을 발휘한다. 이 차의 무게가 1,408kg인 점을 고려하면 성능이 부족하진 않다. 0-100km/h 도달시간은 8.9초로 무난하다. 여기에 8단 자동변속기가 맞물려 효율적인 주행을 가능케한다.
연비는 리터당 13.4km로 높은 수준이며, 연료탱크 용량이 50리터로 이론상 주행 가능 거리는 670km다.
전형적인 폭스바겐 디자인
디자인을 살펴보면, 내외관 모두 간결하다. 그런데 촌스럽지 않다. 폭스바겐에서 출시된 모델들은 대체로 군더더기 없고 볼드한 디자인을 채택해 왔는데, '절제된 라인'으로 표현해 볼 수 있겠다.
전면부 디자인은 가로줄이 난 그릴 디자인과 커다란 폭스바겐 로고가 전부다. 화려하지도 않고 스포티하지도 않다. 자칫 투박해 보일 수 있으나 유행을 타지 않는 듯한 모습 덕분에 "세단 디자인의 스탠다드함이란 바로 이런 것!"이라 외치는 듯하다.
측면 디자인은 크게 기교가 들어간 부분은 없다. 단지 측면을 관통하는 굵은 직선이 이 차의 특징을 대변할 뿐이다. 휠 디자인은 제타에 들어간 외관 디자인 중 가장 복잡한 부분이다. 전반적인 외관과 다르게 스포티한 느낌이다.
후면 역시 단순하다. 얼핏 LF 쏘나타의 모습이 보이지만 기분 탓일 것이다. 독수리 모양처럼 생긴 리어램프가 좌우로 배치되어 있고 램프 사이를 굵은 직선이 관통한다.
실내 디자인은 얼핏 투박해 보일 수 있는 외관과 달리 미래지향적인 느낌이다. 얼핏 아우디 A4급 이하 모델들의 실내 이미지가 보이기도 한다. 10.25인치 클러스터와 8인치 터치스크린 디스플레이가 전면부에 배치되어 있으며 공조 기능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버튼 부가 디스플레이로 통합되어 담백한 모습을 구현했다. 여기에 에어벤트와 도어 부분에 앰비언트 라이트가 적용돼, 야간 운전 중 색다른 분위기를 제공하기도 한다.
한편 USB 충전포트가 마련되어 있는데, 최신 스마트기기 트렌드를 반영해 C 타입이다.
운전자와 탑승객 모두가 중요시하는 시트 기능은 1열 통풍/온열 시트 기능이 들어가 있고, 2열은 온열 기능만 제공한다. 여기에 스티어링 휠 온열 기능과 메모리 시트까지 포함돼 비교적 차급이 낮지만 사양 자체는 풍부하게 들어가 있다.
첨단 주행 및 편의 기능 중 대표적인 항목을 살펴보면,
▶다중 충돌 방지 브레이크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최대 210km/h)
▶전방추돌경고장치 프론트 어시스트 및 긴급제동 시스템
▶레인 어시스트
▶사각지대 및 후방 트래픽 경고 시스템
▶전후방 센서
▶속도감응형 스티어링
▶후방카메라
▶피로 경고 시스템
▶오토라이트
등이 적용됐다.
비슷한 체급인 아반떼와 비교하면 아반떼가 좀 더 많기는 하다. 다만 제타의 경우 운전을 돕는 기능으로는 부족하지는 않다.
폭스바겐 제타의 가격은 프리미엄 트림 2949만 원 / 프레스티지 트림 3285만 원으로 책정되어 있다. 여기에 프로모션 평균 가격을 참고하면 200~300만 원 할인이 적용될 수 있다. 이 경우 어림잡아 2천만 원 후반대 가격을 기대해 볼 수 있겠다.
참고로 아반떼의 경우 1866만 원~2515만 원 사이이며, 최상위 트림 풀옵션일 경우 2590만 원으로, 의외로 폭스바겐 제타와 확 차이가 벌어지지는 않는다. 수입차가 저렴한건지, 국산차가 너무 비싸진건지...
여러분이라면 수입차치고 저렴한 축에 속하는 제타를 고를 것인가? 아니면 아반떼를 고를 것인가? 차 구매는 취향 및 필요에 따라 달라지는 만큼 정답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