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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키포스트 Sep 27. 2022

"크게 화려하게" 신차에 유행처럼 번진 '이것' 정체

자동차 디자인에 대해 표현할 때, 전면부를 종종 종종 사람이나 동물의 얼굴에 빗대어 표현한다. ‘화가 났다’, ‘우울해 보인다’, ‘놀란 토끼 눈 같다’등 살아 있는 어떤 존재에 대해 묘사하듯이 말하는 경우가 많다. 그도 그럴 것이 헤드라이트가 인간이나 동물 눈처럼 두 개로 같은 데다, 코와 인중, 입 역할을 한 번에 하는 그릴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전기차를 중심으로 한 친환경차가 늘어나면서 표현하는 내용도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고 한다. 오늘은 전면부 요소 중 늘 있어서 무심코 넘어갔던 그릴의 근황과 그동안 해온 역할에 대해 알아보려 한다. 


다양한 역할을 해온 자동차 그릴

먼저 기존 자동차 그릴의 역할에 대해 살펴보자. 내연기관 차의 경우 차량 전면부에 중요한 장치들이 많이 자리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자동차의 심장인 엔진부터, 배터리, 워셔액 통 등 다양한 요소들이 있다. 이 요소들 앞에는 차량의 냉각과 엔진 구동에 필요한 공기를 흡입하는 라디에이터가 있는데, 그릴은 충격이나 이물질 투입에 치명적인 이 라디에이터를 보호해 준다.

기능적인 부분 외에 디자인적으로 그릴을 봐도 그 역할은 명확하다. 라이트보다 그릴이 전면부에서 큰 역할을 하는 만큼, 차량의 성격과 모습을 표현하는 데 그릴을 대체할 만한 요소는 없다. 그릴의 모양과 크기, 형태와 재질은 차량의 디자인적인 성격에 많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각 차량 제조사들은 패밀리룩의 중요한 요소로 그릴을 적극 활용한다. 그 결과 BMW 키드니 그릴, 렉서스 스핀들 그릴, 기아 타이거 노즈 그릴 같이 공식적인 이름을 가진 그릴도 있다. 


다가 올 전동화 시대, 과도기에 놓인 그릴

오늘날 전기 자동차의 판매가 급증함에 따라 기존의 내연기관과 차별화되는 디자인을 위해 전기차만의 독특한 그릴도 나오게 되었다. 이는 그릴 디자인의 다양화를 더욱 가속화시켰다. 라디에이터를 식히기 위해 존재했던 기능적 목적에서 요즘 자동차 회사들은 더욱 과감한 그릴 디자인으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표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요즘 그릴 디자인 추세는 양극화다. 기존 내연기관 차들은 조금이라도 그릴을 커 보이게 하고 있다. 내연기관 차의 경우 엔진의 소형화와 냉각 기술의 발달로 예전처럼 큰 그릴의 크기가 필요 없지만 디자인적인 이유로 그릴은 더욱 커지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BMW, 기아가 있다.

예를 들면, BMW의 4시리즈의 경우 옆으로 커지다 못해 위, 아래로 늘어났다. 7시리즈는 페이스리프트 후 프론트에서 그릴을 위아래로 크게 늘려 그릴의 비율이 눈에 띄게 커졌다.


최근에 나온 기아 K8은 프론트의 절반 이상에 그릴이 차지하고 있다. 여기에 코너에서 이어지는 마름모 텍스쳐를 사용해 바디로 그릴을 더욱 확장시키는 효과도 사용했다. 한 가지 재미있는 점은 K8이 엔진차인데도 불구하고 전기차 이미지가 보인다는 것이다. 그릴과 바디의 경계를 모호하게 하고 바디와 같은 색 그릴은 전기차에서 많이 보이는 특징인데 엔진차에 활용한 것은 흥미로웠다. 


무한 가능성을 가진 전기차 그릴

전기차가 나오면서 냉각이라는 기능적인 이유로 제한되어 있던 그릴의 디자인에 더욱 자유가 생겼다. 이전에 외곽 형태만 잡고 크롬 프레임을 적용하는 것으로 충분했다면, 전기차에 그릴은 디자이너들에게 새로운 고민의 영역이 되었다. 배터리를 식힐 수 있게 차량 하부에 에어인테이크만 있다면 표현의 자유는 무궁무진했다.


그릴을 없앤 가장 대표적인 전기차로 테슬라가 있다. 모델 S의 첫 모델은 검은색으로 그릴을 표현했으나 페이스리프트 이후엔 그마저도 사라지고 오로지 형태만으로 그 흔적을 남겨두었다. 이러한 그릴 디자인은 뒤에 나온 모델 X, 3, Y에서도 이어졌다.

현대 코나의 전기차 버전은 기존에 있던 그릴을 없애고 테슬라처럼 형태만으로 표현했다. 기존에 그릴이 존재하던 디자인을 베이스로 만든 차라 테슬라보다는 어색해 보인다. 보는 사람에 따라 깔끔하게 보일 수도, 심심하다고 볼 수도 있겠다.


최근에 공개된 볼보 리차지 컨셉트 또한 그릴을 없앴다. 그래픽적인 구분 없이 형태만으로 그릴의 흔적만 남았지만 헤드라이트까지 엣지가 넘어가면서 시각적으로 그릴 영역이 더욱 커 보인다. 


자동차가 처음 등장한 순간부터 줄곧 있어왔던 자동차 그릴, 수십 년간 있던 이것은 최근 몇 년 사이 큰 변화를 맞이했다. 앞으로 계속될 디자인 변화와 전기차 디자인 발전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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