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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키포스트 Dec 13. 2021

“형이 거기서 왜 나와?”그도 반해버린 프리미엄 SU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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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제품 불매 운동의 여파가 아직 가시지 않았던 2020년 여름, 한 장의 사진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습니다. 북한의 국영방송인 ‘조선중앙 TV’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손수 운전을 하는 모습을 보도했기 때문입니다.

“김정은이 운전 좀 할 수 있지”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지만, 사실 이 보도가 충격적인 이유는 따로 있었습니다. 일본을 ‘섬 나라 야만인’이라고 부를 정도로 싫어하는 국가의 지도자가 도요타의 프리미엄 브랜드 ‘렉서스’를 타고 있었거든요. 한마디로, 내로남불의 정석이었죠.

그런데,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렉서스를 타고 나타난 것은 그때가 처음이 아니었습니다. 이전에도 렉서스는 북한 공영방송에서 꾸준히 얼굴을 비추었습니다. 다만, 김정은이 직접 운전을 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대대적인 주목을 받지 못했습니다.

여하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렉서스를 애용하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도대체 얼마나 대단하길래, 일본을 그렇게나 싫어하는 김정은의 선택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일까요? 지금부터, 그 이유를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김정은의 SUV, 렉서스 LX


김정은이 타고 다니는 렉서스의 정체는 바로, ‘렉서스 LX’입니다. 메르세데스-벤츠의 ‘GLS’, BMW의 ‘X7’, 캐딜락의 ‘에스컬레이드’와 경쟁하는 대형 SUV죠. 국내 시장에서는 판매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조금 낯선 모델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해외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엄청난 인기를 자랑합니다. 렉서스의 격조 높은 품격과 일본 메이커 특유의 뛰어난 내구성을 프레임 바디 SUV에서 누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즉, 렉서스 LX는 ‘도심형 SUV’가 아닌 ‘정통 SUV’를 표방하는 모델입니다.

김정은이 렉서스 LX를 선택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열악하기로 소문난 북한의 도로 환경을 고려하면, 강력한 험로 주파 능력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당시 김정은이 렉서스 LX를 타고 방문한 지역은 엄청난 홍수 피해를 입은 ‘황해북도 은파군’으로, 평양에서 약 150km 정도 떨어져 있습니다. 평범한 도심형 SUV로는 접근조차 하기 힘든 지역이죠. LX의 탁월한 오프로드 성능이 본의 아니게 증명된 셈입니다.

김정은의 LX는 3세대 후기형 모델인 ‘LX570’으로, 가격은 일본 기준 1100만 엔(약 1억 1400만 원)입니다. 1억 원을 호가하는 가격답게, 곳곳에 고급스러운 소재들이 적용되어 있죠. 렉서스의 플래그십 세단인 ‘LS’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습니다.

편의사양 역시 다채롭습니다. 모든 좌석에 열선 시트가 기본으로 적용되어 있고 후석 엔터테인먼트 시스템도 갖춰져 있으며, 마크레빈슨 오디오가 무려 19개나 장착되어 있어 풍성한 사운드를 즐길 수 있습니다. 다만, 김정은이 이런 엔터테인먼트 기능을 제대로 활용할지는 미지수네요.

약간 아쉬운 점은 인테리어 디자인이 조금 낡아 보인다는 것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3세대 모델이 처음으로 출시된 시기가 2007년이거든요.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국내 소비자들의 기준이지, 북한의 기준으로는 호화롭기 그지없습니다.

렉서스도 이와 같은 인테리어 디자인의 노후화를 모르는 것이 아니기에, 얼마 전 풀 체인지를 거친 ‘4세대 LX’를 공개했습니다. 사실상 3세대 모델을 무려 14년이나 우려먹은 셈입니다.

다만, 렉서스가 LX로 사골을 끓인 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세대교체가 필요하지 않을 정도의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LX가 처음으로 출시되었던 1995년, LX와 경쟁할 수 있는 모델은 사실상 ‘랜드로버 레인지로버’가 유일했습니다.


뿌리부터 다른 프리미엄 SUV


1990년대, 플래그십 세단 ‘LS’를 출시하며 프리미엄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렉서스는 또 다른 프리미엄 모델을 개발하는 데에 열을 올립니다. 때마침 당시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는 ‘고급 SUV’가 주류로 떠오르고 있었기에, 렉서스는 다음 목표로 ‘대형 SUV’를 지목하게 됩니다.


그런데 정말 운이 좋게도, 렉서스의 모기업인 도요타는 이미 대형 SUV를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그럭저럭 쓸만한 모델이 아닌, 수십 차례나 대성공을 거둔 ‘스테디셀러’를 말이요. 그것은 바로, 도요타의 간판 모델인 ‘랜드크루저’였습니다.

덕분에 렉서스는 비교적 적은 개발 금액으로 고급 SUV를 만들어낼 수 있었습니다. 제로에서 시작해야 했던 ‘LS’와 달리, 고급 SUV는 랜드크루저에 ‘프리미엄’을 입히기만 하면 됐거든요. 한마디로 ‘식은 죽 먹기’였습니다.

1996년 1월, 렉서스는 자신들의 첫 번째 대형 SUV인 ‘LX450’를 북미 시장에 출시합니다. 파워트레인을 비롯한 전체적인 설계는 6세대 랜드크루저(J80)과 똑같았으나, 익스테리어와 인테리어는 렉서스다운 고급스러움으로 꾸며져 있었죠. 약간 저렴해 보이는 랜드크루저의 분위기와는 궤를 달리했습니다.

먼저 익스테리어에서는 위풍당당 분위기가 느껴졌습니다. 라디에이터 그릴과 헤드라이트 테두리에는 고급스러운 ‘크롬 몰딩’이 적용되었고 측면에는 원활한 승하차를 도와주는 ‘사이드 스텝’이 적용되어 있었으며, 휠 역시 세련미 넘치는 디자인을 자랑했습니다.

인테리어는 더욱 큰 차이를 보였습니다. 시트는 직물 대신 가죽으로 마감되어 있었고 도어 패널에는 목재가 적용되어 있어, 렉서스 특유의 호화로운 느낌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여기에 일본 특유의 섬세함까지 더해져, 품질 면에서도 흠잡을 데가 없었습니다.

소비자의 반응은 당연히 폭발적이었습니다. 랜드크루저의 오프로드 성능과 렉서스의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동시에 누릴 수 있었거든요. 앞에서 말씀드렸다시피, 당시 이 두 가지 조건을 모두 만족하는 SUV는 ‘랜드로버 레인지로버’가 유일했었습니다.

게다가, LX450은 잔고장도 없었습니다. 어느 정도냐면, 깐깐하기로 소문난 JD 파워 초기 품질 조사에서 ‘대형 SUV 부문 1위’를 차지하기도 했어요. 이는 랜드로버를 구입을 고려하던 소비자들의 시선을 렉서스 쪽으로 끌어들이기에 충분했습니다.

덕분에 LX450은 1996년 약 5,000대, 1997년 약 9,000대가 판매가 되는 대성공을 거두었습니다. 얼마나 인기가 대단했는지, 출시 직후 초기 생산량이 매진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어요. 당시 LX450를 받기 위해선 2개월 정도를 기다려야 했다고 합니다.

이와 같은 1세대 LX의 성공은 2세대와 3세대까지 이어졌습니다. 특히 오프로드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머스트 해브 아이템’이나 ‘드림카’로 여겨졌습니다.

심지어 본국인 일본에서는 인기가 너무 많은 나머지, 차량 절도의 주요 표적이 되기도 했습니다. 2021년 3월 일본 손해 보험 협회가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LX의 도난 건수 22건으로, 25건인 랜드크루저에 이어 2위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다만, 랜드크루저와 LX의 가격차이와 등록대수를 고려하면, 사실상 LX는 1위나 다름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너무 많아진 경쟁자, 4세대 LX


2021년, 렉서스는 4세대 LX를 공개했습니다. 3세대 LX 이후 장장 14년 만에 선보이는 풀 체인지 모델이었죠. 현대적이고 세련된 스타일과 한층 더 고급스러워진 인테리어는 새로운 LX에 대한 소비자들의 갈증을 시원하게 해소시켜주었습니다.

가장 큰 변화는 ‘차체’입니다. 프레임 바디를 채택했던 이전 세대와 달리, 4세대 LX는 ‘GA-F 플랫폼’을 기반으로 설계되었습니다. 덕분에 이전 세대 대비 200kg가량 가벼워졌으며, 내부 공간도 더욱 넓어졌습니다. 실제로 신형 LX의 휠베이스는 3세대 모델과 동일한 2,850mm 지만, 공간 활용성은 한 수 위입니다.

인테리어 역시 3세대 모델과 비교가 불가능할 정도로 개선되었습니다. 위아래로 나누어진 큰 사이즈의 터치스크린 디스플레이, 극단적인 수평 기조를 이루는 대시보드 디자인, 한껏 치켜 올라온 플로어 콘솔 등, 최근의 디자인 트렌드를 제대로 반영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아울러 신형 LX는 렉서스 브랜드 최초로 ‘지문인식 시동 버튼’을 적용하고, 난반사를 막아주는 ‘특수 반사방지 코팅’을 디스플레이에 적용하는 등, 과거의 낡은 느낌을 버리기 위해 다양한 기술을 적용하였습니다. 이제는 없으면 섭섭한 안드로이드 오토와 애플 카플레이도 당연히 지원합니다.


사운드 시스템도 더욱 강화되었습니다. 신형 LX는 3세대 당시 19개였던 스피커를 무려 25개까지 늘려, 생생한 현장감을 느낄 수 있는 청취 환경을 구현했습니다. 아울러 10개의 스피커로 저음을 강조한 ‘렉서스 프리미엄 사운드 시스템’도 마련되어 있어, 음악 취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습니다.


다만, 신형 LX에는 몇 가지 아쉬운 점이 존재합니다. 특히 렉서스의 ‘스핀들 그릴’을 적용한 전면부 디자인은 호불호가 심하게 갈리는 편인데요. 해외 커뮤니티에서는 “다스베이더 같다”라며 조롱 섞인 의견을 보이고 있습니다. 실제로 신형 LX의 기반이 된 신형 랜드크루저와 비교해 보면, 어딘가 묘하게 부자연스러운 느낌이 듭니다.


2열 시트가 평평하게 폴딩 되지 않는 것도 단점으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북미의 경우 한꺼번에 많은 짐을 적재하기 위해 SUV를 선호하는 편인데, LX는 2열 시트로 생긴 턱 때문에 큰 짐을 밀어서 적재하는 것이 어렵습니다. 요즘 웬만한 준중형 SUV에서도 가능한 것을 LX가 하지 못한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입니다.

경쟁자가 늘어난 것도 걱정되는 부분입니다. 과거와 달리, 지금의 대형 SUV 시장은 포화 상태나 다름없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즉, 대안이 너무나도 많습니다.


에디터 한마디


그래도, LX는 팔릴 것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충성도 높은 고객을 보유한 ‘렉서스’니까요. 실제로 LX 출시 당시의 공식 유튜브 댓글을 살펴보면, 마니아층이 어마어마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과연 4세대 LX는 김정은마저 사로잡았던 이전 세대의 명성을 계속 이어나갈 수 있을까요? 혹시 나중에 4세대 LX가 북한 공영방송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아닐지 조심스레 추측해 보며, 이번 콘텐츠를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형이 거기서 왜 나와?”그도 반해버린 프리미엄 SUV
글 / 다키 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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