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차 시장에 대한 소비자 인식은 대체로 부정적인 편입니다. 오죽했으면 불법을 저지르는 중고차 업체를 응징하는 콘텐츠를 응원하는 사례가 있을 정도죠. 또, 여러 언론에서는 해마다 중고차 구매 시 조심해야 하는 항목을 조목조목 소개하고 있습니다. 특히 장마철에 말이죠.
‘한국소비자연맹’의 조사에 따르면, 중고차 구매 시 불만을 겪은 소비자는 약 25%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이들의 불만사항 중 처음 설명한 내용과 차 상태가 다르다는 점이 45.4%로 절반 가까이 차지했습니다.
이런 문제들이 다년간 누적되면서 ▶중고차 시장에 대한 신뢰도 14.8% ▶중고차 판매자에 대한 신뢰도 11.2%, ▶중개 플랫폼 업체 39.4% 등으로 매우 낮았습니다. 대부분 중고차를 구매할 때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죠.
‘한국경제연구원’에서 실시한 중고차 시장 인식 설문조사 역시 앞선 통계와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소비자 76.4%가 국내 중고차 시장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정확히는 국내 중고차 시장이 불투명·혼탁·낙후되었다고 응답했어요.
이런 인식을 갖게 된 이유로 ▶차량 상태 불신(49.4%) ▶허위·미끼 매물 다수(25.3%) ▶낮은 가성비(11.1%) ▶판매자 불신(7.2%)이 상위를 차지했습니다.
실제로 중고차의 ‘의료 검진표’에 해당되는 ‘성능상태 점검기록부’를 아예 주지 않거나 구매를 해야 건네주는 사례가 너무나도 많았습니다.
국토부 통계에 따르면, 중고차 판매규모는 평균적으로 신차 대비 두 배 규모였어요. 2020년 기준, 중고차는 381만 대, 신차는 190만 대였습니다. 소비자들의 수요가 상당히 많은데 업체에 대한 신뢰성은 바닥을 기고 있다 보니, 결국 ‘새로운 선택지’를 찾는 지경에 이르렀죠.
그래서 등장한 것이 ‘대기업의 중고차 사업 진출’입니다. 보통 대기업의 문어발식 사업을 비판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기 마련인데, 중고차 시장만큼은 역으로 응원하는 분위기입니다.
‘한국경제연구원’의 동일 설문조사 항목 중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입에 대한 의견’을 보면, 대기업 진출에 대한 긍정 반응은 51.6%, 부정적인 반응은 23.1%로 큰 차이를 기록했습니다. 또, 이와 비슷한 설문 조사 대부분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긍정적으로 바라봤습니다.
전체 내용을 요약하자면, ‘뒤통수치지 않을’ 중고차 브랜드를 원한다는 거죠.
최근 정부는 대기업의 중고차 진출을 허용했습니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중고차 사업은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돼, 대기업이 진출하지 못했죠. 중소벤처기업부는 대기업 진출을 두고 3년 동안 고민해 왔는데, 업계 반발이 거세고 거대한 시장 규모에 따른 리스크 감당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돼 왔습니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변화에 대해, ‘업계 변화’를 요구하는 여론이 다수라는 점을 주요 원인으로 보고 있습니다.
한편 이번 이슈에 대해 ‘한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는 중고차 시장의 문제 대부분은 불법 및 무등록 업체들의 잘못이지, 국토부 인가까지 받은 ‘정상’ 업체들의 문제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오랫동안 쌓인 소비자들의 불만을 잠재우고, 이번 결정을 뒤집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기아차는 이미 중고차 사업자 등록을 마쳤고, 현대차도 빠르면 상반기, 늦어도 올해 안에 사업을 시작한다고 밝혔습니다. 또, 자체적으로 갖고 있는 A/S, 부품 수급 인프라를 동원하고 소비자들의 의견을 수렴해 차별화된 서비스를 약속했습니다.
대표적으로 현대차는 다음과 같은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① 세밀한 검사 후 판매
▶5년·10만 km 이내 중고차 대상
▶200여 가지 자체 검사 후 판매
② 중고차 통합정보 포털 오픈
▶중고차 성능·상태 통합 정보
▶허위·미끼 매물 검진
▶중고차 가치 지수
▶실거래 대수 데이터
▶모델별 시세 변화
▶모델별 판매 순위
▶중고차 트렌드 리포트
③ 인증 중고차, 오감정보서비스
▶ 360도 뷰 서비스로 실제 차 모습을 모바일로 제공
▶ 초고화질 이미지 제공
(시트 질감과 타이어 마모도까지 확인 가능)
④ 무인 딜리버리 타워 확충 (중고차 자판기)
▶ 중고차 직접 시승 지원
▶ 앱으로 구매 시 바로 출고 가능
요컨대, 제대로 된 중고차를 모두가 제대로 알고 구매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도를 알 수 있습니다. 그밖에 5년·10만 km 조건에 해당되지 않는 중고차는 경매 등 여러 방법으로 기존 업체에 공급할 예정입니다.
참고로 현대차는 단종 차량에 대한 부품 일부를 따로 생산하기도 합니다. 대표적으로 ‘현대모비스’와 ‘현대파텍스’가 있죠. 특히 ‘현대파텍스’는 현대차와 기아차의 단종 모델에 대한 ‘금형’을 보관하고 있어, 도어, 후드(보닛), 루프, 펜더(휀다) 등을 찍어낼 수 있어요. 쉽게 말해 중고차 수리를 위한 부품 인프라가 이미 있어서 중고차 시장에 진출하기 좋은 여건입니다.
물론, 모든 차량에 해당되는 건 아닙니다. 대체로 2000년 이후 모델(대표적으로 1세대 투싼)부터 가능하죠. 과거 일부 언론에서는 ‘포니2’와 ‘각그랜저’ 부품도 구할 수 있는 것으로 보도 한 바 있습니다. 한편 현대기아차는 ‘오토벨’, ‘현대글로비스’, ‘현대캐피탈’등 그룹 계열사를 통해 세일즈, 물류, 금융까지 준비할 능력을 가지고 있어 기존 업계의 경계심은 점점 높아져만 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점은 소비자 입장에선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기존 업계에선 ‘좋은 매물만 가져가려고 한다.’, ‘우리가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는 불만을 토로합니다. 국내 신차 대부분이 현대기아차에 몰려있는 상황에 사실상 독점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죠.
또, 소비자들의 선택이 우선인 ‘소비자 우위’의 시장 환경이, 대기업에게 넘어가 가격 상승이 계속될 것이라 이야기합니다.
업계 반발을 의식한 현대차는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지원해, 차에 대한 이해도와 세일즈 능력을 키우는 데 도움을 주겠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기존 업체들은 이번 변화 자체를 원점으로 돌려야 한다는 주장을 고수하고 있어, 당분간은 평행선을 달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렇다면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로 어떤 변화가 있을까요? 업계에선 ‘가격’과 ‘서비스’ 두 항목에 가시적인 변화가 있을 것으로 전망합니다.
‘가격’의 경우 대기업에서 우수한 컨디션의 중고차를 내놓게 되면 가격 상승이 불가피합니다. 여러 서비스가 추가되기 때문이죠. 현대차를 기준으로 ‘인증 중고차’의 가격이 높아지는 것인데, 적게는 5%, 많게는 20% 정도 오를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소비자들은 가격 상승에 대해 거부감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차라리 좀 더 주고 안전한 차를 사겠다’는 의견도 있어, 실제 서비스 론칭 후 결과를 지켜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서비스’ 항목은 대기업 진출로 ‘서비스 상향 평준화’가 이루어질 것이라는 예측입니다. 기존 업체 입장에선 가혹한 변화이지만, 중고차 경쟁이 더욱 심화돼 A/S 정책 변경, 보증기간 연장, 합리적인 가격 책정 같은 변화로 이어지지 않겠냐는 거죠.
즉, 시장의 건전한 변화로 소비자 피해를 줄이고 국내 중고차 산업이 자정기능을 갖추는 계기가 될 거라는 의미로 해석해 볼 수 있겠습니다.
30조 규모의 중고차 시장에 큰 변화가 예고됐습니다. 대기업은 기존 업체들과 상생해, 올바른 중고차 산업을 조성할 수 있을까요? 우리 소비자들은 안심하고 원하는 차를 구매할 수 있을까요?
현대차 중고차 뛰어들자, 역대급으로 난리 난 업계
글 / 다키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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