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억대의 초고가 차량 판매량이 부쩍 늘었다. 불황에도 불구하고 1억 5천만 원 이상의 럭셔리 차량들이 많이 판매되는 이유 중 하나는 법인차 번호판을 연두색으로 바꾸겠다고 공언한 정부의 정책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작년 11월까지 누적 판매량 기준 벤츠, BMW, 람보르기니, 벤틀리, 롤스로이스 등 5개 브랜드는 전년대비 판매량이 늘어났다. 벤틀리의 경우 올해 746대를 판매하며 전년대비 54% 늘었고, 람보르기니는 356대로 10.2%, 롤스로이스는 219대로 3.8% 각각 증가했다. 주목할 점은 이들 중 상당수가 개인 명의가 아닌 법인차라는 것이다. 동일 브랜드의 올 10월까지 법인차 판매 비중을 살펴보면 람보르기니가 84.9%, 벤틀리가 77.4%, 롤스로이스는 무려 92.4%가 법인차다.
앞서 언급했듯, 법인차 번호판 변경 정책이 고가 수입차 판매 실적에 영향을 끼쳤다고 보는 이유는 정책 시행 전 차량을 미리 등록해야 고가 수입차의 번호판을 기존과 같은 ‘흰색’으로 장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글] 이안 에디터
일부 소문에 따르면 법인차에 대한 번호판 색상 변경이 하반기에 이루어질 예정이라는 보도가 떠돌기도 했다. 과거 국토교통부는 다음과 같이 언급했다. “법인차의 사적사용으로 인한 법인세 탈루를 방지하기 위해 법인차 번호판 도입 방안을 전문용역을 통해 검토 중으로 구체적인 내용 및 추진 일정 등은 아직 확정된 바 없습니다” 다시 말해 구체적인 시행 방향에 대해서는 미지수라는 의미였다. 하지만 최근 공청회를 통해 이르면 7월부터 시행하기로 확정지은 것으로 알려졌다.
번호판 색은 현재 사용중인 노란색과 빨간색이 포함된 색상을 제외한 연두색으로 선정됐다. 렌터카의 경우 이미 ‘하’, ‘허’, ‘호’, 로 구분하고 있기 때문에 해당 문자는 부착 대상에서 제외될 것으로 알려졌다.
법인차 번호판 색을 변경하는 취지는 법인 차량을 개인이 사적 용도로 사용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쉽게 말해, 다른 색깔 번호판을 달면 법인차를 ‘과시용’ 등으로 이용하는 데 부담을 느끼게 유도하고, 기업 관계자가 차량을 용도에 맞게 사용하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것을 주요 목적으로 두고 있다. 한편 탈세 방지 목적도 있다. 수억 원대 수입차를 구입한 뒤 법인차로 사용해 세제 혜택을 받는 것을 막자는 것이다. 현행법상 법인차는 감가상각비를 연 최대 800만 원, 차량 유지 비용은 최대 1500만 원까지 경비로 인정받을 수 있다.
이번 번호판 정책에 대해 일부 시민들은 도입이 시급하다는 의견을 내비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론 “법인명까지 명시하자”, “형광색으로 바꿔서 더 잘 보이게 해라” 등의 적극적인 목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정책의 실효성에 대해 여전히 의문을 보내는 의견도 적지 않다. 색깔과 모양, 적용 범위에 대해 기준이 애매할 뿐만 아니라 “단순히 색상을 다르게 한다고 해서 탈세 방지 효과가 얼마나 있을까?”, “색이 바뀌면 오히려 더 과시하고 자랑스럽게 생각할 수도 있다” 등의 여론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정책의 목적이 희석되지 않기 위해선 법인과 개인을 명확히 구분할 수 있는 기준이 마련되어야 하고, 동시에 법인차를 유지하는 동안 보험 의무화나 운행 일지 작성 등 국가의 체계적인 통제가 동반될 필요가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