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빅마켓으로 꼽히는 두 곳이 있다. 바로 중국과 미국 시장이다. 그런데 이 두 시장에 진출해 있는 현대차가 최근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알려져 화제다. 한 곳은 점유율 때문에, 한 곳은 경쟁사 때문이라고 한다. 과연 어느 정도길래 ‘어려움’이라는 것일까? 지금부터 함께 살펴보자.
[글] 배영대 에디터
자동차 업계에서 중국 자동차 시장은 아직까지도 성장 잠재력이 높은 곳으로 평가되는 곳이다. 엄청난 인구 만큼이나 막대한 내수 시장 규모는 물론,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전 세계에서 전기차 판매가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또다른 빅마켓으로 꼽히는 미국 시장은 작년 신차 판매가 주춤했던 반면, 중국은 2000만대를 돌파했다.
한 때 연 판매 180만대를 기록했던 현대차·기아 중국 사업은 2016년 사드(THAAD) 보복 사태 이후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이후 주로 하락세를 거듭해오던 현대차는 좀처럼 전성기 때 실적을 되찾지 못했다. 결국 지난해 중국 자동차 시장은 코로나19(COVID-19) 봉쇄령,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에도 직전 년도(20221년) 대비 6% 가까이 성장했는데도 불구하고, 현대차·기아만 점유율이 ‘급락’했다. 연 판매 40만대 수준으로 지난해 현대차, 기아를 합친 점유율이 1.68%에 불과했다.
지난 31일, 현대차그룹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소매 기준으로 현대차는 지난해 중국에서 전년 대비 32.9% 떨어진 25만 9000대, 기아는 38.4% 떨어진 9만 5000대를 팔았다. 그 결과 현대차는 지난해 매출액 142조5275억원, 영업익 9조8197억원을 기록했고 기아는 매출액 86조5590억원, 영업이익 7조2331억원을 냈다.
점유율이 떨어지는 한마디로 ‘위기’인 상황, 현대차그룹은 속만 타들어가는 상황이다. 현상황을 궁극적으로 해결할 마땅한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결국 현대차는 울며 겨자먹기로 신 차를 출시하는 방법을 택했다. 지난 26일, 현대차는 “올해 출시 예정인 중국 전용 전기차와 SUV 신차 위주의 판매전략을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옆집 기아의 평가는 현대차 보다 좀 더 냉정했다. 현대차가 전략 발표를 한 다음날인 27일, 주우정 기아 재경본부장 부사장은 “중국 내수 시장을 올해 확실하게 뚫을 수 있는 전략이 없다”며 “우선 올해는 판매 채널, 전체적 고정비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병행해 버틴 뒤, 내년부터 분위기 반전을 기대하는 전략을 가져갈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위의 내용과 관련해 기아는 오는 6월 EV6를 출시한다. 이후 11월엔 중국 전용 전기차 ‘OV’를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달리 현대차는 구체적인 신차 계획을 따로 밝히진 않았다.
엎친데 덮친 격이다. 중국 시장에서 실적이 악화되는 와중에, 잭팟이 터질 것으로 기대했던 미국 시장에서 ‘이 회사’ 때문에 신경쓰이는 일만 늘었다. ‘이 회사’는 바로 테슬라다.
테슬라는 미국 시장에서 7500달러(약 924만원)의 세액 공제 혜택 때문에 최근 차량 가격을 최대 20% 가량 인하를 했다. 이 행보 때문에 세제 혜택을 못받는 현대차그룹 전기차 가격이 비싸지는 꼴이 되었다.
인하된 가격을 살펴보면 4만 3990달러로 인하된 테슬라 모델3 후륜구동(RWD)은 이미 303마일(약 488㎞)을 주행할 수 있는 아이오닉5 롱레인지보다 1510달러(약 185만원) 저렴하다. 여기에 IRA 세액 공제 혜택이 적용될 경우, 가격차는 9010달러(약 1100만원)까지 벌어지게 된다. 기아 EV6는 최대 1만 2210달러(약 1503만원)가 비싸다.
IRA는 미국에서 생산돼 일정 수준 이하의 권장소비자가격(MSRP)에 판매되는 전기차에 보조금(세액 공제)을 지급하는 법안이다. 일반 승용차(SUV·픽업트럭 포함)의 경우 5만5000달러(약 6830만원) 이하, 밴의 경우 8만달러(약 9940만원) 이하여야만 세액 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대부분 국내에서 생산되는 현대차그룹의 전기차는 IRA 대상이 아니다.
현실적으로는 달리 방법이 없는 상황. 그러나 최근 현대차그룹에 놓인 상황을 두고 업계에서는 중국 시장 없이 북미와 유럽 시장으로는 양적 성장을 기대하기 힘들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과연 현대차그룹이 올해 신차 발표 외에 결정적인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