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젤차가 사실상 완전 퇴출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최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포터2 생산라인 가동이 중단될 전망이다. 총 6일 동안 중단 될 예정인데, 판매량 저조에 따른 일시정지가 아니다. 포터2 LPG 모델 생산을 위한 설비공사를 하기 위함이다. 트럭에 무슨 LPG냐 싶겠지만, 96년도에 이미 포터2 LPG 모델이 나온 바 있다. 물론 판매량 저조로 2003년 단종 됐지만 20년만에 다시 등장해 그 배경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포터2 판매량은 지난 12월 9242대를 기록하며 국내 1위를 기록했다. 작년 한 해로 따지면 무려 9만 2천여대로, 2위 그랜저와 3만 5천여대나 차이날 정도다. 현대차 입장에선 상용 디젤 엔진을 얹은 포터2 생산을 중단하고 LPG 라인을 새로 들여온다는 점이 달갑지 않을 것이다. 지금은 소형 상용차에 한해 디젤 엔진이 사라지는 중이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대형 상용차 까지 자취를 감출 것으로 예상된다.
[글] 이안 에디터
LPG 화물차는 디젤 화물차에 비해 힘이 부족하다. 엔진 구조 및 연료 차이로 인한 것인데, 사실 물류 운송 관점에서 보면 디젤 엔진이 더 합리적이다. 저속에서 높은 토크를 발휘하기 때문에 무거운 짐도 거뜬하게 실어 나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LPG 트럭이 떠오르고 있는 것은 환경규제와 경유 단가가 한 몫 했다. 디젤엔진은 연소과정을 거쳐 질소산화물을 배출가스로 내보낸다.
질소산화물이 다른 배출가스와 함께 규제 대상인 이유는 환경을 오염시키고 호흡기 건강까지 해치기 때문이다. 대기중에 섞여들면 물과 반응해 질산 성분으로 바뀌며 산성비의 주요 원인이 된다. 그밖에 오존층 파괴와 수직악화 등 ‘오염’으로 부를만한 모든 것에 관여한다. 때문에 디젤엔진에는 질소산화물을 최소화 하하기 위한 온갖 장치가 장착된다. 미립자 필터, 요소수 등이 좋은 예시다.
한편 LPG가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유류비 때문이다. 현재 경유가격은 리터당 1665원이며, LPG는 1019원이다. 50리터씩 가득 채웠다고 가정했을 때 경유는 8만 3천원 정도이고, LPG는 5만원 수준이다. 상용차들은 주행거리가 길 수 밖에 없는데, 누적 주행거리가 길어질 수록 LPG 차량이 유리한 구조다. 또 디젤 특유의 강한 진동과 소음에서 자유롭기 때문에 정숙성 또한 LPG 차가 유리하다. 물론, 보다 효율적인 화물적재를 고려하면 디젤만한 것이 없다. 하지만 자동차 업계 전체가 탈 디젤 기조를 보이고 있어, 별다른 선택지가 없다.
그나마 포터2 일렉트릭 같은 선택지도 생각해 볼 수 있지만, 주행거리 문제 때문에 범용성 측면에선 결국 LPG가 유일한 선택지가 될 것이다.
대형 화물차의 경우 소형 화물차보다 먼저 탈 디젤이 이루어져야한다. 한국교통연구원 연구자료에 따르면, 대형 화물차의 오염물질 배출량은 중소형화물차 대비 매우 높은 수준이다. 구체적으로 소형화물차 대비 최대 20배나 높다. 오염물질별로 구분하면 미세먼지 11배, 질소산화물 8배, 이산화탄소 6배로 상당한 배출량을 자랑한다. 때문에 국내 뿐만 아니라 유럽 등 선진국에선 대형화물차의 공해배출을 줄이는데 집중하고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LNG 트럭, 혹은 수소전기 트럭이 주목받고 있다.
이 중 수소전기 트럭은 수소기체를 연료로 하고, 수소연료전지에서 전기를 만들어 주행하는 방식이다. 쉽게말해 넥쏘와 동일한 원리로 움직인다. 현대차 엑시언트 FCEV를 기준으로 보면 스펙에 따라 600~700km 정도 주행 가능하다. 공해 배출이 없고 조용하기 때문에 일찌감치 스위스에서 도입해 운용중이다. 다만, 한 가지 문제로 수소 충전이 있다. 수소충전소는 건설비용이 많이 들어 전기차 충전기처럼 대량으로 세울 수 없다. 때문에 주요 지점에만 세우는 편인데, 만약 장거리 주행을 하되 특정 구간만 오가는 수소전기 트레일러가 많을 경우 종점이나 중간지점에 수소충전소를 설치해 연료 보급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참고로 대형 전기 트레일러 도입의 경우 주행거리 대비 단가가 맞질않아 아직까지 널리 상용화 되진 못했다. 기술의 발전에 따라 달라질 순 있지만 주행거리 100km를 기점으로 100km 이내는 전기 화물차가 유리하고 100km 초과는 수소전기 화물차가 유리하다. 때문에 고속도로를 오가는 수 많은 대형 화물차를 대체하려면 수소전기차가 유리할 것이다.
이번 소식은 단순히 탈 디젤에 초점을 맞췄다고 보면 안된다. 결국 넓게 보면 내연기관 시대가 저물어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이기 때문이다. 적어도 10년 동안은 과도기적 성격으로 하이브리드나 LPG 차량이 득세할 것이다. 그리고 2030년 이후에는 완전한 전기차/수소전기차 시대가 열려 지금과 완전히 다른 화물차들을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