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박재희 에디터
테슬라 중고차 가격이 큰 폭으로 떨어지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테슬라가 본격적으로 가격 인하 정책을 시행하면서 중고차 가격이 덩달아 낮아지고 있는 것이다. 현대차와 기아 등 경쟁사 모델보다도 빠른 속도다.
지난 3월 테슬라 모델3는 최근 6개월간 미국 중고차 시장에서 가격이 가장 크게 떨어진 차종으로 기록됐다. 폭스뉴스 등 외신에 따르면 테슬라 모델3 중고차의 지난 2월 평균 가격은 4만2337달러(약 5376만원)로 지난해 9월 이래 21.5% 하락했다.
같은 시기 중고차 평균 가격이 4.7% 내려간 것을 감안하면 테슬라의 하락폭은 독보적인 수준이었다.
해외는 물론 국내에서도 하락세는 뚜렷하다. 매경닷컴이 카스탯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모델3 시세는 지난해 4월 5814만원에서 올 3월에는 4530만원으로 1284만원 떨어졌다. 도매시세가 가장 비쌌던 지난해 6월 6065만원과 비교하면 1535만원 하락한 것이다.
모델Y 시세도 지난해 4월 7869만원에서 올해 3월에는 6755만원으로 1114만원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시세가 가장 높게 형성됐던 지난해 8월에는 8395만원이었지만 7개월만에 1640만원이 증발했다.
이처럼 테슬라의 하락세가 계속되자 흥미로운 분석도 나온다. 지난 3월 미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자동차 업계 가격을 집계하는 ‘갭 HPI’를 인용해 영국에서 5만7435파운드(약 9184만원)에 판매 중인 ‘모델3′의 중고차 가격이 2024년 1월에는 46% 하락한 3만1300파운드(약 5005만원)에 거래될 전망이라고 전했다.
지난해와 비교해 감가상각이 10배 이상 진행된다는 것이다. 2년 전인 2021년 9월에 판매된 모델3 신차 가격은 4만8435파운드(약 7745만원)였고 1년 뒤인 지난해 중고차 가격은 4만6300파운드(약 7404만원)로, 단 4% 하락한 바 있다.
테슬라 중고차 가격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는 신차 가격 인하 정책이 꼽힌다. 신차가 저렴해지면서 낮아진 가치는 중고차 시세에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테슬라는 지난해 10월부터 가격 인하 정책을 펴왔다. 중국을 시작으로 올해 1월에는 미국, 유럽, 영국 등으로 자동차 할인 지역을 늘렸다.
지난 3년 동안 10번가량 가격을 올린 테슬라지만 경기 침체와 고금리 등 악재가 발생한데다 주요 국가들의 보조금 축소 영향이 컸다. 무엇보다 테슬라가 비교적 수월하게 주도권을 잡을 수 있었던 초반과 달리, 벤츠와 BMW, 폭스바겐, 현대차 등 기존 완성차 업체들의 경쟁력 높은 전기차가 잇달아 등장하면서 점유율을 빼앗겼기 때문이다.
지난해말 테슬라코리아는 재고 할인을 이유로 모델3를 600만원, 모델Y는 1000만원까지 깎아주더니 올 1월에는 가격을 공식적으로 내렸다. 두 번에 걸쳐 가격을 인하하면서 모델3 RWD는 7034만원에서 5999만원, 퍼포먼스는 9417만5000원에서 7559만원이 됐다. 각각 1035만원, 1858만5000원 싸게 판매된다.
모델Y 롱레인지는 9664만9000원에서 7839만원으로, 퍼포먼스는 1억473만1000원에서 8499만원으로 인하됐다. 각각 1825만9000원, 1974만1000원 저렴해졌다.
신규 구매자와 달리 기존 오너들에게 이는 반가운 소식이 아니다. 같은 모델임에도 불구하고 훨씬 저렴하게 구매를 할 수 있는 점, 또 그만큼 감가상각이 크게 이뤄진다는 점이 기존 구매자들을 울리고 있다.
일명 ‘싯가’라고 불리는 고무줄 가격 정책은 예비 소비자들까지 주저하게 만든다. 올렸다 내렸다를 반복하면서, 시장의 신뢰도가 하락한 것이다. 공급 부족이 해소되는 가운데 신차 가격 하락에 대한 기대감은 더 커지고, 이는 중고차 가격 하락을 더욱더 부추길 것으로 전망된다.
제조사들의 전기차 가격 경쟁이 과열되는 조짐이다. 전기차 대중화를 위한 변수로 ‘가격’이 꼽히기 때문이다. 전기차 보급이 어느 정도 이뤄지면서 일반 대중들에게까지 진입하기 위해선 지금 가격의 절반 수준으로 낮아져야 한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전기차 신차 가격은 계속해서 하락할 전망이다. 일부분 예상된 수순이었지만 기존 오너들은 상대적 박탈감이 들 수 있는 부분으로 보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