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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희희 Jun 08. 2024

우리가 놓치고 있는 욕구

역시 모든 건 경험해 봐야 안다

장미꽃 향기가 솔솔 나는 이맘때면 익숙한 질문을 스스로 던진다. 이번 여름에는 록페스티벌에 갈 수 있을까? 육아를 하며 발길을 뚝 끊은 지 8년, 이러나저러나 나와 남편은 올 해도 어김없이 1차 라인업을 검색한다. 계획을 세우는 것만으로도 들뜨는 기분이 마냥 좋으니까. 그런데 언제부턴가 현장에서 직접 보고 들을 수 없는 아쉬움은 무엇으로도 채워지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이쯤 되니 때가 되면 갈 수 있을 거란 막연한 생각이 문제인 것 같다. 그저 아이가 어리다는 생각에만 갇혀 지나가버린 시간에 서운해하며 울고 싶지 않다. 어쩌면 너무 먼 미래의 일을 생각하느라 지금 누릴 수 있는 것을 놓치고 있을지 모른다. 다시금 스스로 물어본다.




나는 그곳을 왜 그리 갈망하는 걸까?


펜스 안에 들어서자 하나같이 그들을 무척이나 기다려 왔다고, 어서 보여달라고, 염원을 담은 함성이 터져 나왔다. 마침 무대 위로 연주자들이 하나 둘 걸어 나온다. 나의 시선은 언제나 드러머에게로 옮겨간다. 이십여 년 전 드럼 치는 남편의 모습에 반한 게 시작이 되어 이어진 습관이다. 그가 자리에 앉아 베이스 드럼의 페달을 밟으면 심장이 쿵 하고 멎을 듯이 고조된다. 그 소리에 미친 듯이 환호해 온 걸 보니 나를 즐겁게 하는 자극, 나를 가슴 뛰게 만드는 악기는 바로 드럼인 셈이다. 이 이유를 알고 난 후부터 드럼을 배우고 싶어서 안달이 났다. 이런 내 마음이 닿기라도 한 걸까? 연습실을 찾는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사실은 남편이 드럼 연습을 하기 위해 알아보고 있던 중 추천해 준 곳이다. 나의 케케묵은 무의식이 실현되리라는 기대에 마음이 두근대기 시작했다.


그러나 역시 모든 건 경험해 봐야 안다 했다. 내가 모르는 무언가 다가오는 줄도 모르고 지하실로 기어들어 갔다. 안으로 들어서자 익숙한 냄새가 후각을 유혹했다. 그렇게 옛 추억에 빠져 있는 사이 누군가 나의 의식을 가다듬으라고 찬물을 확 끼얹었다. ‘악 뭐야’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내 손 왜 이러지? 내 발은 또 왜 이래? 한 치 앞을 볼 수 없을 만큼 속을 썩이는 베이스 드럼 앞에서 나는 바보가 된 기분이었다. 맙소사 수업 첫날부터 뒤통수 제대로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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