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알아가고 많은 것이 새롭던 예전의 시간을 계속 추억하는 것일까.
배경사진 출처 : 다음 영화
★★★★
개봉 수십 년이 지나도 관객을 동조시키는 영화
‘영화와 영화를 사랑하는 이들에게 바치는 헌사’ 라는 별명으로 알고 있던 영화를 내가 이번 북이영화 시즌에서 진행할 영화로 선정했다. 내용은 잘 몰랐었지만,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과 같이 보면 좋겠다 싶었다.
어른이 된 토토가 어릴 적 깊은 유대를 가졌던 영사기사 알프레도의 부고 소식을 전해 듣고 수십년만에 고향인 시칠리아로 돌아가며 어릴 적을 회상하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영화를 너무나 사랑하는 어린아이 토토는 성당 영사실과 영사기사 알프레도를 귀찮게도 맴돈다.
검열로 잘라낸 영화 필름을 달라 조르고 영사기를 만지게 해달라 조르다 귀찮아진 알프레도한테 영사실에서 쫓겨나도, 도둑질한 필름을 모으다 집에 불이 나 엄마한테 크게 혼이 나도 영화에 대한 사랑을 멈출 수 없었던 토토와 그런 순수한 열정에 어느새 동화된 알프레도의 관계가 깊어지고 서로의 유대가 생겨난다.
2차 세계대전으로 인해 아버지를 여읜 토토에게 알프레도는 할아버지이자 선생이자 스승이자 친구이자 가장 중요한 덕질 메이트였다. 알프레도의 세상은 오로지 1평 남짓의 영사실과 영화였다. 영사기사를 꿈꾸는 토토에게 예수님이 돌아가신 덕분에 1년 중 하루라도 쉴 수 있다며 자조섞인 말을 하던 알프레도는 무척 진심이었을테다.
토토와 알프레도가 영화를 통해 교감하는 것 뿐만 아니라 영화관에 모인 관객들이 영화 하나에 울고 웃으며 감정의 격랑을 공유하는 장면을 많이 보여준다. 최근 ‘알쓸별잡’이라는 TV 프로그램에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나와서 하신 말씀 중, 영화를 영화관에서 봐야하는 큰 이유 중 하나는 영화관이라는 장소에 같이 모여서 관람하면 영화를 볼 때 느끼는 감정의 폭이 더 넓어진다는 것이다. 심리적으로도 과학적으로도 주변의 움직임에 맞춰 자신의 움직임을 바꾸는 ‘동조 현상’이 자주 발견되는 것을 보면 본능이라 할 수도 있겠다. 영화가 개봉한 지 수십년이 지난 현재의 안방에서도 불을 끄고 혼자 ‘시네마 천국’을 틀어 영화를 보며 순수히 감정을 표현하는 영화를 보고 있으면 나도 저 사람들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이런 면에서 진정 영화계에 바치는 헌사라고 볼 수 있겠다.
고향을 떠난 토토는 영화 감독으로 성공하지만 떠날 때 알프레도의 말처럼 절대 시칠리아로 돌아가지 않았다. 알프레도의 장례를 위해 돌아간 고향에서 토토는 그가 자신을 위해 모아두었던 필름 뭉치들을 받았는데, 그건 어릴 적 자신이 도둑질을 해서라도 모으던, 검열로 인해 잘려진 영화 필름들이었다. 분명 영화 초반에 알프레도는 반납할 때 다시 이어붙여서 돌려줘야 한다며 줄 수 없다고 했던 그 필름들이었다. 그 시절 잘려나간 고전 영화 속 키스신 필름들을 재생시키며, 영화 감독이 된 토토는 어떤 기분이었을까?
세상은 빠르게 변한다. 기술이 발전하고 우리는 더 많은 관계의 범위를 가진다. 분명 더 좋은 세상이 온 것 같지만, 항상 노스탤지어를 마음에 품고 산다. 이제는 돌아갈 수 없는 그 시간 속에서 정을 찾는다. 사람이 생의 절반 동안 들은 노래를 남은 생의 절반 동안 듣는다고 한다. 세상을 알아가고 많은 것이 새롭던 예전의 시간을 계속 추억하는 것일까.
영화를 다 보고 나니 알게 된 꽤나 재밌는 사실이 있었다. 시네마 천국의 감독판인 ‘신 시네마 천국’이 있다는 것이다. 극장판으로 개봉한 것보다 약 32분 정도의 러닝타임이 더 있는데, 주 내용은 엘레나와 토토 간의 숨겨진 이야기들이라고 한다. 결코 낭만적이지 않은 내용들이 들어가 있어 여타의 다른 감독판들과는 달리 영화의 느낌마저 다르다고 한다. 감독판이 편집되어 일반판이 된 것일테지만, 나라도 일반판의 감상을 놓지 못해 둘을 분리해서 생각하게 될 것 같다. 일종의 마블 ‘What If’ 처럼 말이다.
2023.0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