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스스로 감옥과 같은 환경을 구축하고 있는 것인가
배경사진 출처 : 교보문고
★★★★
범죄학과 지배론을 결합하여 그 근본을 탐구한 미셸 푸코의 사유로 바라본 감옥이라는 제도
<감시와 처벌>을 출간한 미셸 푸코가 ‘감옥’이라는 시스템에 대해 사유한 내용을 바탕으로 1976년, 캐나다 몬트리올 대학교에서 진행한 강연 내용을 글로 옮겼으며, 내용을 감수한 실뱅 라플뢰르 교수가 프랑스 법무부 자문 위원인 토니 페리와 경제사범 관리 전문가인 앙토니 아미셀을 인터뷰한 내용을 함께 수록한 책이다.
미셸 푸코는 권력과 지배에 대한 사유와 사회 제도에 대한 비판 등으로 유명한 프랑스의 철학자다. 감옥을 대체할만한 처벌 수단이 있는가?에 대한 강연 질문에 그는 수사와 재판, 형벌에 이르는 위법과 처벌 프로세스와 18세기 후반부터 등장한 감옥이라는 형벌의 의미와 기능이 현대에 이르기까지 어떻게 동작하는 지를 얘기한다.
푸코는 노동자가 기계로 단순 노동할 때는 노동 인력을 감소시킬 수 있는 부랑과 알코올 중독과 같은 일들에 민감했으며, 노동자가 부르주아 계급이 하던 일을 할 때는 횡령과 같은 일들에 민감한 것 처럼 위법 행위와 처벌에 대한 기준이 사회적 통념과 당대의 정부 성격을 비롯한 시대에 따라 다르다고 이야기한다. 또한 절세와 탈세 사이에는 감옥이 있다는 말처럼 위법 행위임에도 불구하고 주체에 따라 용인되기도 하고, 처벌 되기도 한다고 말한다. 이는 대마불사(Too big to fail) 라고도 불리는데 대기업일 수록 무너졌을 때 사회에 미치는 여파가 커서 정부가 구제할 수 밖에 없다는 뜻이다. 비슷한 용어로 Too big to jail은 그 대기업의 총수는 자유를 제약하는 감옥에 수감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감옥은 시대에 따라 지배 계층이 정한 위법 행위의 기준에 따라 특정 범죄자 집단을 격리, 감금하여 교화를 목적으로 하지만 권력 유지를 위한 적절한 수준의 위법 행위가 재확산되도록 하여 그들의 정치적이고 경제적인 이익을 도모하기 위해 사용된다고 이야기한다. 또한 위법과 감옥이라는 수단으로 대중에 공포심을 심고 대중이 스스로 감시받고 처벌 받는 경찰이라는 절대선을 구축할 수 있었다고 한다.
감옥에 대한 윤리적 비난이 초창기부터 존재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형벌의 여왕으로 군림할 수 있었던 이유는 감옥을 통해 이익을 얻는 지배 계층의 필요 때문이었고, 현재 대체 형벌이 도입되고 감옥이 축소되어 가는 것은 사회가 변하며 감옥을 통해 얻는 그들의 이익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제는 Covid-19 팬데믹이 촉발한 정보 공개와 추적 등으로 더 촘촘한 상호 감시 하에 놓여있다. 스스로 행동을 통제하도록 하는 판옵티콘의 원리가 더 만연해진 것이다. 감옥이라는 시스템의 알고리즘이 슬며시 전체 사회로 확산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고민해 볼 때다.
범죄학과 지배론을 결합하여 그 근본을 탐구한 푸코의 사유가 흥미롭다. 다만 내게는 이 책에 쓰인 글도 쉽지 않았고, 이 글로 그의 철학을 이해하는 건 더더욱 쉽지 않았다. 그나마 강연보다 인터뷰가 더 쉬울 법도 한데, 강연에 대한 내용이 더 이해할 수 있었다는 게 위안일까?
우리는 인간 사회를 구성하며 대표를 만들고 법을 제정하고 그에 따른 의무와 권리를 양위한다. 지배 계층이 정하는 법 조항은 점점 더 많아지고,(법 인플레이션) 결국 지배계층의 이익을 도모하기 위한 정치적, 경제적 수단으로 사용된다. 이는 어쩔 수 없는 구조인가?
인터넷과 SNS의 발달로 인한 상호 감시 환경 하에 점점 더 편가르기와 특정 감수성을 요구하는 시대에 우리는 스스로 감옥과 같은 환경을 구축하고 있는 것인가?
2023.10.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