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정문과 현관문을 드나들 때 쓰는 열쇠가 있어요.
중국에서는 먼진카 门禁卡라고 불러요. 아무나 들어가는 것을 막는다는 뜻에서 금할 금 禁를 쓴대요. 저희는 보통 꼬다리라고 불러요. 동그랗거나 네모, 카드형태도 있어요. 사람들이 많이 오고갈 때 꼬다리가 없어도 드나들 수 있어요. 새벽이나 한밤 중에 드나드는 사람이 없으면 그때는 진짜 꼬다리가 있어야 해요. 조그맣게 생겼지만 없으면 집에 못 들어가니 힘 있는 꼬다리예요.
제가 사는 아파트는 꼬다리가 없어요.
안면인식으로 문을 열어요. 2년 된 신축 아파트라 출입 통제 시스템도 새 거예요. 집 현관문은 전자키라 비번이나 지문으로 열고 아파트 동 현관문과 정문은 안면인식 시스템이에요. 중국 안면인식 기술 수준은 당연 세계 원탑이에요. 13억 인구 얼굴로 데이터를 쌓으니 그 양을 누가 따라가겠어요. 머리모양을 바꾸어도 안경을 써도 마스크를 써도 다 인식해요. 아이폰은 못 만들어도 안면인식 기술은 아이폰의 FACE ID 보다 뛰어나요.
재입장 가능한 관광지는 안면인식으로 해요.
티켓 위변조와 타인사용을 방지할 수 있어요. 배를 탈 때로 안면등록해요. 휴대폰을 개통하려면 여권 들고 사진 찍어야 가능해요. 어떨 때는 티켓, 열쇠 없이 다니니 편하지만 어떨 때는 제 생체 정보는 내 것이 아니라 이 나라 거구나 생각하면 불편할 때도 있어요.
며칠 전, 집에 들어가는 데 안면인식이 안 되네요.
누구나 빨리 집에 들어가서 쉬고 싶잖아요. 아파트 현관에서 다른 사람 들어가면 따라 들어가면 되는데 늦은 밤이라 나오거나 들어오는 사람도 없네요. 아파트 정문까지 다시 씩씩거리고 돌아가 경비보고 문 열어달라고 했어요.
그다음 날도 안 되네요.
어제는 시스템 에러이구나 했는데 오늘 또 안되니까 짜증이 퐁퐁 솟구쳐요. 다시 아파트 정문으로 볼멘 목소리로 문 열어달라고 하고 왜 시스템이 안 되냐고 했더니 저보고 인증 기간이 지났대요.
늦었으니 일단 집에 들어갔어요.
허마에서 배달시킨 게 있어요. 아파트 현관에서 인터폰으로 문 열어달라고 해 출입관리 컨트롤패널(컨트롤 패널이라고 하긴 매우 허접하지만)에서 문을 열었는데 안 열려요. 아파트 관리 사무소에서 제가 아파트 시스템의 모든 권한을 삭제했네요. 1층까지 제가 내려가 물건을 받아왔어요.
다음 날, 집주인에게 연락했어요.
관리 사무소에서 제 출입권한을 삭제해 지금 출퇴근하기 불편하다고요. 집주인이 확인해 본 결과 제가 2021년에 계약했을 때 기간을 2년 3개월로 했어요. 보통 아파트 임대 계약 기간을 1년, 2년 이런 식으로 하니까 관리사무소에 가서 안면인식을 등록할 때 제 계약서 만기를 제대로 보지도 않고 2년으로 등록했고 만기가 지나면서 자동으로 제 모든 아파트 시스템 권한이 삭제된 거예요. 집주인이나 제게 물어보지도, 확인하지도 않고요.
다시 등록하려고 해도 아파트 관리 사무소가 오후 5시까지만 근무해요.
주말에서야 임대계약서하고 여권 들고 가서 다시 출입권한을 등록했어요. 자기네들 맘대로 확인도 안 하고 저를 디지털 퇴거시킨 관리사무소에 가서 항의했지만 귓등으로도 안 듣죠. 애꿎은 집주인에게 살짝 짜증 부려줬어요. 저를 아파트에 가두는 것도 자기네들 맘대로 하더니 집에 못 들어가게 하는 것도 자기네들 맘이에요.
안나는 자고 일어나서 출근하려는데 아파트 현관문을 잠근 `자다가 봉쇄`도
배타적, 독점적 소유, 사용권 있는 제 집에 못 들어가게 하는 `디지털 퇴거`도 가능한 아파트에 살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