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잃어버린 20년'의 경제 침체 속에서 디지털 전환(DT)을 건너뛰고 AI Agent 시대로 직접 진입하는 독특한 경로를 선택하고 있다. 이는 장기 저성장과 인력 고령화라는 구조적 제약이 만든 불가피한 선택이면서도, 동시에 일본 기업 문화의 독특한 강점이 AI Agent 시대와 맞아떨어진 전략적 기회이기도 하다. 이번에는일본이 AI Agent 시대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는 현상을 설명하고자 한다.
(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을 짧게나마 정리해 보겠다.)
1990년대 자산 버블 붕괴 이후 일본은 30년 이상의 장기 저성장에 직면했다. GDP 성장률은 연평균 1% 미만으로 정체되었고, 생산가능인구는 1995년 8,726만 명을 정점으로 지속적으로 감소하여 2023년에는 7,400만 명 수준까지 하락했다. 이러한 인구 구조의 변화는 단순히 노동력 감소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근본적인 운영 방식 전환을 요구하는 생존의 문제가 되었다.
특히 제조업과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한 일본 기업들은 '카이젠(改善)' 문화를 통해 지속적인 개선을 추구해왔지만, 인력 부족이라는 물리적 한계 앞에서는 더 이상 점진적 개선만으로는 생산성을 유지할 수 없는 상황에 도달했다. 이는 기업들로 하여금 기존의 점진적 디지털화 전략을 포기하고, 보다 근본적인 업무 방식의 전환을 모색하게 만든 배경이 되었다.
많은 일본 기업들은 2010년대 후반부터 본격화된 디지털 전환(DT) 물결에서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레거시 시스템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IT 투자에 보수적이며, 조직 문화의 경직성으로 인해 클라우드 전환, 데이터 플랫폼 구축, 디지털 워크플로우 도입 등 전통적인 DT 과제들을 빠르게 수행하지 못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이러한 '뒤처짐'이 새로운 기회를 만들었다. 2022년 이후 생성형 AI와 AI Agent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전통적인 DT 단계를 거치지 않고도 업무 자동화를 구현할 수 있는 기술적 가능성이 열렸다. 기존 시스템을 대대적으로 교체하거나 데이터 인프라를 재구축하는 대신, AI Agent가 기존 업무 프로세스를 그대로 학습하고 수행하는 방식으로 접근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는 마치 유선전화 인프라가 부족했던 개발도상국들이 무선통신으로 직접 도약했던 '리프프로그(leapfrog)' 현상과 유사하다. 일본 기업들은 DT의 중간 단계를 건너뛰고, AI Agent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직접 진입하는 전략을 선택할 수 있는 독특한 위치에 서게 되었다.
전통적인 자동화는 특정 작업(task)을 기계가 수행하도록 설계하는 것이었다. RPA(Robotic Process Automation)가 대표적인 예로, 반복적이고 규칙 기반의 단순 작업을 자동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 접근법은 시스템 통합과 프로세스 표준화가 선행되어야 하며, 각 작업마다 별도의 설계와 개발이 필요했다.
반면 AI Agent는 '업무 위임(delegation)'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도입한다. 사람이 수행하던 업무 전체를 Agent에게 맡기는 것으로, Agent는 업무 매뉴얼을 이해하고, 상황에 맞게 판단하며, 예외 상황에 대응하고, 필요시 사람에게 확인을 요청한다. 이는 단순히 '자동화된 도구'가 아니라 '디지털 동료'에 가까운 개념이다.
이러한 패러다임 전환은 일본 기업들에게 특히 매력적이다. 기존 업무 방식을 크게 바꾸지 않으면서도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축적된 업무 노하우를 그대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 기업들은 '시스템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업무를 수행할 주체를 바꾸는 것'으로 전략을 전환하고 있다.
일본 기업의 조직 문화는 업무를 극도로 세분화하고 명확하게 정의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는 '직무기술서(job description)'를 넘어서, 각 직무가 수행해야 할 구체적인 작업(task), 작업의 순서, 각 단계에서 확인해야 할 사항, 예외 상황 처리 방법까지 상세하게 문서화되어 있다.
예를 들어, 제조업 현장의 '품질 검사' 업무는 다음과 같이 세분화된다.
(1) 검사 대상 제품 확인
(2) 검사 도구 준비 및 점검
(3) 측정 기준에 따른 항목별 측정
(4) 측정값 기록 및 허용 범위 비교
(5) 불량품 발견 시 별도 보관 및 보고
(6) 검사 완료 후 검사 도구 정리 및 기록 보관
각 단계는 체크리스트와 함께 명확한 판단 기준이 제시된다.
이러한 업무 세분화는 AI Agent에게 매우 이상적인 구조다.
Agent는 명확하게 정의된 작업 단위를 순차적으로 수행하는 데 강점을 가지며, 각 단계의 판단 기준이 문서화되어 있을 경우 높은 정확도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 일본 기업의 조직 문화가 이미 'Agent-ready' 상태로 구축되어 있었던 셈이다.
일본 기업들은 수십 년간 업무 매뉴얼을 축적해왔다. 이는 단순한 절차서가 아니라, 업무 수행에 필요한 모든 지식을 담은 '지식 체계'다. 특히 중요한 것은 다음 세 가지 요소가 모두 문서화되어 있다는 점이다.
• 역할(Role): 누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
• 권한(Authority): 어디까지 독자적으로 판단하고 실행할 수 있는가
• 예외 처리(Exception Handling): 정상 범위를 벗어난 상황에서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이러한 상세한 매뉴얼은 AI Agent가 사람과 유사한 수준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게 하는 핵심 자산이다. Agent는 매뉴얼을 학습하여 대부분의 상황을 자율적으로 처리하고, 권한을 초과하거나 예외 상황이 발생할 때만 사람에게 확인을 요청한다. 일본 기업들이 수십 년간 축적한 업무 매뉴얼이 AI Agent 시대의 가장 중요한 경쟁력이 되는 것이다.
필자가 분석한 견해는 일본형 Agent 모델의 중요한 철학은 'AI가 사람을 대체한다'는 아니라 'Agent에게 업무를 위임한다'는 느낌이었다. 이는 단순한 용어의 차이가 아니라, 설계 철학과 조직 문화에 근본적인 차이에 기반하고 있다.
'대체' 관점에서는 기존 업무 프로세스를 AI에 맞게 재설계하고, 사람이 하던 일을 기계가 더 잘할 수 있도록 최적화한다. 반면 '위임' 관점에서는 기존 업무 방식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Agent가 사람처럼 그 업무를 수행하도록 한다. 사람이 업무 매뉴얼을 보고 일하듯이, Agent도 동일한 매뉴얼을 참조하여 업무를 수행하는 형태이다.
이러한 접근은 몇 가지 중요한 장점을 가진다. 첫째, 기존 업무 프로세스를 크게 바꾸지 않아도 되므로 변화 관리(change management)가 용이하다. 직원들은 새로운 시스템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하던 업무를 Agent에게 인계하는 것으로 인식한다. 둘째, 업무 매뉴얼이 이미 존재하므로 별도의 프로세스 설계나 문서화 작업이 최소화된다. 셋째, Agent의 행동을 검증하고 개선하는 것이 용이하다. Agent가 매뉴얼대로 업무를 수행하는지 확인하고, 문제가 발생하면 매뉴얼을 수정하면 된다.
실제 일본 기업들의 사례를 보면, Agent 도입 후에도 기존 직원들은 계속 같은 업무를 수행하지만, 일부 작업을 Agent가 분담하는 형태로 협업한다. 예를 들어, 고객 문의 대응 업무에서 Agent가 일차적으로 문의를 분류하고 표준 답변을 작성하면, 직원은 이를 검토하고 최종 승인하는 역할을 한다. 이는 완전한 자동화가 아니라, 사람과 Agent의 협업 모델이다.
많은 기업들이 AI 도입 시 Proof of Concept(PoC) 단계에서 수개월을 소비하고, 실제 운영 환경으로의 전환에서 또 다시 긴 시간을 소비한다. 그러나 일본형 Agent 모델은 PoC 단계를 최소화하고 빠르게 실운영으로 전환할 수 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업무 매뉴얼이 이미 검증된 프로세스다.
Agent가 수행할 업무는 이미 수년 또는 수십 년간 사람이 수행해온 업무다. 업무 매뉴얼은 실제 운영을 통해 검증되고 개선되어 왔으며, 예외 상황 처리 방법도 축적되어 있다. 따라서 Agent의 워크플로우 설계 시 별도의 프로세스 검증이나 시뮬레이션이 불필요하다. 매뉴얼을 정확하게 구현하기만 하면 된다.
둘째, 성능 기준이 명확하다.
Agent의 성능은 '사람이 동일한 업무를 수행한 결과'와 비교하여 평가할 수 있다. 정확도, 처리 시간, 오류율 등을 기존 인력의 성과 지표와 직접 비교함으로써, Agent가 충분한 수준에 도달했는지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 별도의 KPI 설계나 벤치마크 구축이 불필요하다.
셋째, 점진적 확대가 용이하다.
업무 매뉴얼 기반 접근은 모듈화된 구조를 가지므로, 한 업무에서 검증된 Agent를 다른 유사 업무로 빠르게 확대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청구서 발행' Agent가 성공적으로 운영되면, 동일한 구조를 '견적서 발행', '계약서 작성' 등으로 확장할 수 있다. 업무 매뉴얼의 구조가 유사하므로, Agent 워크플로우도 일부만 수정하면 재사용이 가능하다.
일본이 Agent 시대에서 가지는 가장 큰 경쟁력은 인력 부족 문제를 기술로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이다. 고령화로 인한 생산가능인구 감소는 일본 경제의 가장 큰 구조적 제약이었지만, AI Agent는 이를 극복할 수 있는 현실적인 해법을 제시한다.
특히 반복적이고 규칙 기반의 업무가 많은 분야에서 Agent의 효과는 즉각적이다. 제조업의 품질 검사, 물류업의 배송 스케줄링, 금융업의 대출 심사, 공공기관의 민원 처리 등은 모두 명확한 절차와 판단 기준이 존재하므로 Agent 도입이 용이하다. 이러한 업무에서 Agent는 24시간 쉬지 않고 일관된 품질로 작업을 수행하며, 피크 시간대에도 처리 속도가 저하되지 않는다.
더 중요한 것은, Agent 도입이 대규모 IT 인력이나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업무 매뉴얼이 잘 정리되어 있다면, 현업 직원이 직접 Agent 워크플로우를 설계하고 관리할 수 있다. 이는 IT 자원이 부족한 중소기업이나 지방 기업도 Agent 기술을 활용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일본 전역에 걸쳐 Agent 기반 자동화가 빠르게 확산될 수 있는 구조적 기반이 마련된 것이다.
일본의 Agent 도입은 특히 공공 영역에서 특히 빠르게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공공 부문
일본 공공기관은 법령과 규정에 따라 업무를 수행하므로, 절차가 매우 명확하고 예외가 적다. 민원 접수 및 처리, 허가 및 인허가 심사, 세금 신고 검토, 복지 급여 지급 심사 등은 Agent가 수행하기에 적합한 업무다. 특히 지방 자치단체의 경우 인력 부족이 심각하여 주민 서비스 품질이 저하되고 있는데, Agent를 통해 24시간 민원 응대와 신속한 업무 처리가 가능해진다. 일본 정부는 2024년부터 '디지털청(Digital Agency)'을 중심으로 공공 부문 Agent 도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한국 기업의 조직 문화는 일본과 대조적이다. 한국은 '빠른 실행'과 '유연한 대응'을 중시하는 문화로, 업무 매뉴얼보다는 개인의 역량과 판단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는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서 빠르게 의사결정하고 실행하는 데는 유리하지만, Agent 도입 관점에서는 취약점이 된다.
많은 한국 기업에서 '업무 매뉴얼'은 형식적으로만 존재한다. 입사 초기에 한 번 읽고 나면 실제 업무에서는 참조하지 않으며, 실질적인 업무 지식은 선배 직원의 OJT(On-the-Job Training)를 통해 전수된다. '이건 이렇게 하는 거야', '이 경우에는 팀장님한테 먼저 물어봐', '급하면 이 방법으로 처리해' 같은 암묵적 노하우가 실제 업무 수행의 핵심이다.
이러한 구조에서는 '핵심 인력'이 퇴사하거나 이동하면 업무 공백이 발생한다. 후임자는 업무를 인수받으면서 '전임자는 어떻게 했지?'를 계속 물어봐야 하고, 전임자가 처리했던 예외 상황들은 다시 겪어봐야만 알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지속적인 지식 손실이 발생하고, 신규 직원의 적응 기간도 길어진다.
Agent 도입 관점에서 보면, 이는 치명적인 약점이다. Agent는 명시적으로 정의된 업무 절차와 판단 기준 없이는 작동할 수 없다. 한국 기업들이 Agent를 도입하려면, 먼저 업무를 문서화하고 표준화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는 단순히 기존 관행을 글로 옮기는 것이 아니라, 업무 프로세스를 재설계하고 암묵지를 형식지로 전환하는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한다.
한국은 디지털 전환(DX)에서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클라우드 도입률, 모바일 결제 보급률, 전자정부 서비스 수준 등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그러나 DX가 잘 되었다고 해서 Agent 도입 준비가 된 것은 아니다. 오히려 DX의 성과가 Agent 도입에 방해가 될 수도 있다.
많은 한국 기업들의 DX는 '시스템 구축'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ERP, CRM, 그룹웨어 등의 시스템을 도입하고, 종이 문서를 전자 문서로 전환하며, 대면 업무를 온라인으로 옮겼다. 이는 분명한 진전이지만, 업무 프로세스 자체는 크게 바뀌지 않았다. 시스템은 디지털화되었지만, 업무는 여전히 '사람의 판단'에 의존한다.
예를 들어, 많은 기업들이 전자결재 시스템을 사용하지만, '어떤 경우에 누구의 결재를 받아야 하는가', '결재선을 어떻게 구성해야 하는가', '긴급한 경우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가' 같은 규칙은 명확하게 문서화되어 있지 않다. 직원들은 '관례'나 '선배의 조언'에 따라 결재선을 올리고, 담당자는 '경험'으로 승인 여부를 판단한다. 시스템은 디지털이지만, 프로세스는 여전히 아날로그적이다.
Agent가 이러한 업무를 수행하려면, 모든 판단 기준과 예외 처리 규칙이 명시적으로 정의되어야 한다. 'Agent가 실행할 수 있는 수준까지 정형화'되려면, DX를 넘어 '업무 재설계(Business Process Reengineering, BPR)'가 필요하다. 한국 기업들은 시스템은 구축했지만, 프로세스 정형화는 아직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 현실이다.
한국이 Agent 시대에 대응하려면, 일본과는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일본은 이미 가지고 있던 업무 매뉴얼을 Agent에 적용하는 전략이지만, 한국은 Agent 도입을 계기로 업무 프로세스를 근본적으로 재설계해야 한다.
1단계: 핵심 업무 프로세스 가시화
먼저 조직 내 핵심 업무들의 실제 수행 방식을 가시화해야 한다. 매뉴얼이 아닌, '실제로 어떻게 하는가'를 관찰하고 문서화한다. 프로세스 마이닝(Process Mining) 도구를 활용하여 시스템 로그를 분석하고, 직원 인터뷰와 업무 관찰을 통해 암묵적 절차를 명시화한다. 이 과정에서 불필요한 단계, 병목 구간, 예외 처리의 일관성 부족 등 개선이 필요한 부분도 함께 발견된다.
2단계: 업무 표준화 및 매뉴얼 작성
가시화된 프로세스를 기반으로 표준 업무 절차를 설계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현재 하는 대로' 문서화하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해야 한다'는 표준을 정의하는 것이다. 각 단계의 입력, 처리, 출력을 명확히 하고, 판단 기준을 구체적인 수치나 조건으로 표현하며, 예외 상황별 대응 방법을 정의한다. 이 과정은 현업 부서와 IT 부서, 그리고 프로세스 전문가가 협업하여 진행해야 한다.
3단계: 파일럿 Agent 구축 및 검증
표준화된 업무 중 비교적 단순하고 반복적인 것부터 Agent를 구축한다. 초기에는 완전 자동화가 아니라 'Human-in-the-Loop' 방식으로, Agent가 작업을 수행하고 사람이 검토·승인하는 형태로 운영한다. 이 과정에서 매뉴얼의 모호한 부분, 누락된 예외 상황, 불합리한 절차 등이 드러나며, 이를 개선하면서 점차 Agent의 자율성을 높여간다.
4단계: 조직 학습 및 확산
파일럿 Agent의 성과를 조직 내에 공유하고, 다른 업무로 확산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Agent 도입'만이 아니라 '업무 재설계'의 가치를 조직이 학습하는 것이다. Agent는 도구일 뿐이며, 진정한 가치는 명확하고 효율적인 업무 프로세스를 확립하는 데 있다. 조직이 이를 이해하고 지속적으로 프로세스를 개선하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 한국형 Agent 전략의 핵심이다.
일본이 DT를 건너뛰고 Agent 시대로 진입할 수 있었던 것은 AI 기술이 뛰어나서가 아니다. 수십 년간 축적한 업무 매뉴얼과 표준화된 프로세스, 그리고 암묵지를 최소화한 조직 구조가 Agent 시대에 최적화된 자산이었기 때문이다. 이는 의도하지 않은 행운이면서도, 일본 기업 문화의 강점이 새로운 기술 패러다임과 맞아떨어진 전략적 기회다.
한국은 DX에서는 앞서 있지만, Agent 도입에 필요한 업무 정형화는 부족하다. 그러나 이는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 일본이 기존 매뉴얼을 그대로 Agent에 적용하는 것과 달리, 한국은 Agent 도입을 계기로 업무 프로세스를 근본적으로 재설계할 수 있다. 불필요한 단계를 제거하고, 병목을 해소하며, 더 효율적인 프로세스를 처음부터 설계할 수 있는 것이다.
Agent 시대의 경쟁력은 AI 기술 자체가 아니라 '어떤 업무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에 달려 있다. 기술은 점차 상향평준화되겠지만, 효율적이고 명확한 업무 프로세스를 설계하고 지속적으로 개선하는 역량은 조직마다 다르다. 한국 기업은 Agent 도입을 단순한 자동화 프로젝트가 아니라, 조직의 업무 방식을 근본적으로 혁신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한국은 일본과 다른 출발점에 있지만, 빠른 실행력과 유연한 조직 문화라는 강점을 살려 새로운 한국형 Agent 전략을 만들어갈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지금 당장 시작하는 것이다. 업무를 관찰하고, 문서화하고, 표준화하는 것부터 시작하여, Agent와 협업할 수 있는 조직으로 진화해야 한다. Agent 시대는 이미 시작되었으며, 준비된 자만이 그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일본 에이전트 시장 진입 방식에 대한 필자의 생각을 간단하게 정리해보았다.
[참고]
https://jp.ext.hp.com/techdevice/ai/ai_explained_32/
https://ascii.jp/elem/000/004/354/4354372/
https://www.digital.go.jp/news/08ded405-ca03-48c7-9b92-6b8878854a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