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 그리던 집인데

왜 흔들리는 마음은 남을까

by 현해

토끼와 돼지가 살던 집 바닥에 구멍이 나서 지난여름에 공사를 했어요.

그런데 그게 돼지 속을 박박 긁었어요.

새로 메운 부분은 색깔도 안 맞는 것 같고, 다른 곳에 또 구멍이 뚫릴까 걱정이 되기도 하고요.

처음 이사 갔을 땐 그렇게나 사랑스럽고 자랑스럽던 집인데도 한 번 마음이 뜨니까 자꾸 다른 데로 가자고 성화 부렸죠.


"토끼야, 토끼야.

우리가 꼭 여기에 살아야 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난 새로운 마을에 가서 살아보고 싶어."


토끼는 망설였어요.

U시티는 익숙하지만 그래서 오히려 더 불편한 점도 있다고 느끼던 참이었거든요.


"돼지 넌 어떤 마을에 가서 살고 싶은데?"


"난 말이지, 여기보다 좀 한적한 동네였으면 좋겠어.

우리가 매일 걷고 뛰어다닐 널찍한 풀밭이 있고,

백화점은 없어도 되지만 병원이랑 맛있는 음식을 파는 곳은 꼭 필요해!"


그런 곳이 있을까?

토끼는 고개를 갸우뚱하면서도 돼지의 제안에 솔깃했어요.

그러곤 어렵지 않게 마음에 드는 곳을 찾아냈어요.

바로 까치언덕 아래였죠.


얼핏 보기엔 멋지지 않지만

낮에는 햇살이 잘 들고 안으로 들어가면 널찍해서 쉬기에 좋 오두막도 구했어요.

매달 장부를 들고 나타나는 두더지 할아버지가 여기까진 쫓아오지 않을 테니 마음 놓고 겨울잠을잘 수도 있겠더라고요.


토끼와 돼지는 직접 살림살이를 나르며 오두막을 꾸몄어요.

아주 고된 일이었지만 다 해놓고 보니 얼마나 뿌듯했는지 몰라요.




토끼와 돼지만 떠난 게 아니에요.

봄바람이 살랑대기 전, U시티에는 이사 바람이 먼저 불었거든요.


U시티에서 S월드로 간 곰이네는 이번에 다시 도치시티로 집을 옮겼어요.

"우리 꼬마 곰이들도 이제 공부를 열심히 할 나이가 됐잖아."


황소개구리네는 더 커~다란 집으로 이사를 했고요.

"으하하! 이 정도는 돼야 친구들도 다 부르고, 우리도 배를 한껏 부풀리지!!"


마술사 나비네는 이웃 도시로 떠났어요.

"여기도 곧 마린타운처럼 발전할 테니까 미리 투자하려고."


친구들의 소식을 들은 돼지는 문득 토끼에게 미안해졌어요.


'내가 까치언덕으로 가자고 한 게 옳은 선택이었을까?

치열하게 살고 싶지 않아서 도망가자고 한 건 아닐까?'


오두막 정리가 끝날 때쯤 나비네의 초대를 받고 가봤더니 글쎄,

집이 너무너무 근사한 거예요!

은은한 조명 아래에서 빛나는 예쁜 선반은 돼지 마음에 쏙 들었어요.

제각기 바쁜 로봇들이 나비네 부부를 도와주고 있었고요.

그에 비하면 까치언덕 오두막은 흙냄새 풀풀 나는 땅굴처럼 느껴졌죠.


정작 토끼는 나비네 집이 멋지다며 양손에 불이 나도록 축하 박수를 치더니,

깡총깡총 신바람 나게 까치언덕으로 돌아왔답니다.


"뭐니 뭐니 해도 우리 집이 최고다!"



당신이 꿈꾸는 '집'은
당신을 쉬게 하는 곳인가요, 아니면
당신을 증명하는 곳인가요?

돼지는 꿈에 그리던 곳에 살게 됐는데도
왜 흔들렸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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