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욕 좀 해도 괜찮아

내가 너의 대숲이 되어줄게

by 현해

토끼가 전학을 갔어요.

새 학교가 마음에 들고 선생님들은 친절하시고 좋은 친구들도 많았죠.


딱 한 명만 빼고요.

"야, 교복을 빳빳하게 안 다려 입는 건 우리 학교를 무시하는 거지?"

"전학생 주제에 축구 주전 선수로 뛸 수 있을 줄 알았냐?"

"선생님께 인사할 땐 허리를 90도로 굽히는 게 기본 예의 아니야?"


그렇다고 일진은 아니에요.

다른 친구들한텐 상냥하거든요.

내년엔 학생회장 선거에 나가겠다고 공공연히 얘기하기도 하고요.


도저히 못 참겠다며 그 녀석을 불러내 토끼가 한 마디 했지만 이 있을 땐 그저 친절해요.

다만 다른 친구들 앞에서 자꾸 무안을 줘서 문제죠.

억지를 부리다 이제 없는 말까지 지어내는데, 그것만 믿고 토끼를 찾아와 따지는 친구도 생길 지경에 이르렀어요.



마침 이웃에 올해 학생회장인 개가 살아요.

소문 듣고 토끼를 찾아왔네요.

"그 녀석 평소엔 찮은데 독 너한테만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 내가 따끔하게 얘기할 테니 네가 이해해라. 괜히 일 키울 생각은 하지 말고."


개한테 정말 혼쭐이 났는지 그 녀석은 바로 다음날 학교 마치고 떡볶이를 사주며 미안하다고 사과를 했어요.

토끼만 보면 왜 이렇게 싫은 소리를 해대는지 자기도 모르겠다나요.


그래놓곤 며칠 지나곤 다시 또 새로운 시비를 툭.

토끼는 요즘 그것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 중니다.


오늘도 토끼는 부루퉁한 표정으로 집에 왔어요.

"그 녀석이 또 뭐래?"

"돼지야 돼지야, 내 말 좀 들어봐. 내가 오늘 당번이었거든. 숙제를 걷는데 그 녀석이 엉뚱한 걸 내는 거야. 그래서 알려줬더니 뭐라는 줄 알아? 다른 애는 몰라도 내가 지적하는 건 참고 들어줄 수가 없대. 자기보다 이 학교에 다닌 지 오래되지도 않았으면서 뭘 알겠냐고 하더라. 이게 말이 되는 소리야???"

토끼는 숨도 안 쉬고 오자마자 하소연합니다.




용이랑 은 원래 그 녀석과 제법 친했어요.

토끼가 전학 온 뒤는 토끼와 급격히 친해졌고요.

"토끼 네가 전에 다니던 학교에서 부회장이었다는 얘길 듣고 그러는 거야."

"모난 돌이 정 맞는 거야. 이게 다 네가 잘 나서 그래."

"걔가 공부는 잘하는데 운동을 못하는 게 콤플렉스잖아."

"너도 그냥 좀 넘어가지 매번 따박따박 따지니까 더 그러는 것 같아."

"근데 문어한테는 뭐 밉보인 것 있어? 요즘 그 녀석이랑 쌍으로 널 씹고 다닌다던데?"


돼지도 열심히 맞장구쳐 가며 토끼의 얘기를 들어줍니다.

객관적으로 옳고 그름을 따져 조언해 줄 사람은 많을 테니까 돼지는 그냥 무조건 네 편이다 해주고 있어요.

"내가 가서 콱 들이받아 버릴까? 언제든 말만 해!"

돼지의 이 한 마디에 토끼는 피식 웃고 맙니다.

여전히 해결된 건 없지만 말이에요.




물론 뒤에서 남을 하는 게 좋은 행동은 아니죠.

하지만 그 녀석은 그야말로 트집 잡듯 괴롭히니 뭘 잘못했는지도 모르겠고 환장할 노릇이잖아요.

그러니 숨구멍은 열어줘야 하지 않겠어요?


나에게 묻은 똥보다 남에게 묻은 겨가 잘 보이긴 합니다. (코는 잠시 막혔다 치고요)

하지만 진짜 내 편이 있다면 그 사람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자신을 되돌아보고 신중하게 행동하지 않을까요?


이기적으로 끼리끼리 뭉치면 그것도 문제겠지만 잘잘못을 떠나 나를 전폭적으로 믿고 지지해 주는 사람이 있다면 힘든 상황이 닥쳐도 버틸 힘이 생길 테고요.


그래서 무조건 든든히 뒤를 받쳐줄 내 편이 있다는 것,

그건 정말 큰 자산일 겁니다.

매거진의 이전글돼지 목에 칭찬 목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