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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해 Jul 09. 2024

1. 작은 누나가 잘못 됐대

토요일 오전 6시.

남편의 폰이 요란하게 울려 잠에서 깼습니다.

"큰 매형인데?"

잘못 누르셨나 보다며 전화를 받은 신랑의 반응이 영 이상합니다.


"작은 누나가 잘못 돼서 병원에 가는 중이라고 작은 매형한테서 연락 왔다는데... 지금 ㅇㅇ에 가봐야 한대."

작은 시누이는 ㅇㅇ시에 삽니다.


마침 그날 저녁에 어머님 댁에서 큰 형님네 식구들이랑 밥을 먹기로 했었거든요.

저는 처음에 그 저녁 약속을 취소해야 할 것 같다는 정도로 이해했습니다. 

잘 기억나지 않는데 아마 "자기도 가려고?"라 물었지 싶습니다.  

남편의 대답 "자기도 같이 가야지!"를 듣고서야 정신이 번뜩 들더군요. 

작은 형님이 잘못 됐다고???


정확한 주소를 보내줄 테니 일단 준비하라는 말을 들은 터라, 허겁지겁 씻고 허둥지둥 짐을 쌌습니다.


형님이 갑자기 많이 아픈가? 

새벽에 운동 가다가 교통사고라도 났나?

잘못 됐다는 걸 어떻게 이해해야 하지?

설마 이 아침부터 문병 오라고 연락한 거겠어?

그렇다고 진짜 무슨 무서운 일이 생겼다는 거야?

위독하긴 해도 아직은 모르는 거 아닐까?


일단 검은 옷을 찾아 입었습니다.

남편은 양복을 입었다가 그건 차에 실어 가기로 하고 검정 평상복으로 갈아입었습니다.

아니길 바라지만 혹시 모르니까 3일 치 속옷과 양말도 챙겼습니다.

간 김에 주말 동안 놀다 올 수도 있으니까. 

운동화를 신고 까만 구두는 가져가기로 했습니다. 아니길 바라지만 혹시 모르니까. 

우리 부부J니까...

만나고 보니 큰 형님은 커다란 글자가 찍힌 흰색 티셔츠에 연베이지색 운동복 바지를 입고 왔습니다.

"시커먼 옷은 진짜 뭔 일이 난 것 같아서 입기 싫더라."

그 맘 알죠.


웬만큼 짐을 챙겼는데도 주소지가 오지 않습니다.

작은 아주버님도, 조카들도 전화를 받지 않습니다.

가만히 기다리는 게 더 고역이라 일단 ㅇㅇ시로 출발하기로 합니다.

한두 시간 걸리니까 가다 보면 연락이 오겠거니.

출발하고 10분쯤 지났을까, 고속도로를 타기도 전에 어디로 가야 할지가 정해졌습니다.

ㅇㅇ X병원 장. 례. 식. 장.

두 눈이 질끈 감겼습니다.

제가 운전을 하고 있지 않아 다행이었어요.


조용하고 차분한 분위기 속에 한 마디씩 나눠가며 ㅇㅇ시에 도착했습니다.

가면서도 내내 반신반의했습니다.

내 눈으로 확인하기 전까진 믿을 수 없으니까요.

아니길 바랬었어.

꿈이길 기도했지.


큰 형님 내외분과 어머님이 도착하시길 기다렸다 같이 들어갔습니다.

친절함이 참 잔인하더군요.

장례식장에 들어가자마자 모니터에 영정사진과 이름, 가족 정보가 떠 있었거든요.

이럴 때 쓰라는 용도인지 입구에 벤치가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주저앉아 한바탕 눈물을 쏟은 뒤에야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올해 9월 7일이 되어야 만 39세인데...

블랙과 핫핑크가 잘 어울리는 겨울쿨톤의 그녀는 마지막 인사도 없이 훌쩍 떠나버렸습니다.

여전히 믿기지는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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