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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펭귄 Dec 15. 2023

몸의 자유를 찾아서 - 직장인 발레 224일 차

발레를 처음 배우게 된 계기는 춤을 위해서였다. 춤을 추는 걸 워낙 좋아하기 때문에 내가 제일 좋아하는 춤 선인 발레 베이스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으로 시작을 했지만, 워낙 뻣뻣한 몸을 가지고 있어 다리 찢기도 90도가 최대이고 몸을 숙이는 유연성도 발끝에 손이 닿지 않았다. 학원에서 선생님이 자세를 봐주다가도 내 차례가 되면은 베이스가 너무 없어서 지금은 봐주기 힘들다고 하시는 말을 듣고, ‘아 지금은 발레를 아직 다닐 상태가 아니구나, 몸을 만들어 와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어 집에서 다리 찢기 도구를 이용해 유연성을 기르고 있다.


다리 찢기 유연성을 기르는 방법은 2가지이다. 강제로 찢어 버리거나 조금씩 늘려가거나, 전문가들은 모두 조금씩 늘려 가기를 추천하고 친구들이나 선생님은 약간의 강제성을 추천하기도 했다. 나의 선택은 천천히였다. 이유는 단순했다. 천천히 늘리라고 하시는 선생님들의 유연성이 더 아름다웠기 때문이다. 강제로 늘린 것 같은 유연성은 묘하게 힘이 약해 보였고, 천천히 만든 유연성에는 강한 힘이 느껴졌다. 그 차이는 보는 이로 하여금 확실한 차이를 느끼게 하기 때문에 더 오래 걸리는 길을 택했다.


지금 하고 있는 방법은 하루에 20분 정도 벽에 대고 누워서 다리 찢기 도구로 다리를 찢고 있다. 처음에 130도 정도까지는 어느 정도 늘어나다가 현재는 정체기에 들어섰다. 맨 처음에는 110도 정도에서 조금씩 늘리면 130도까지 늘어나는 상태인데, 130에서 더 벌리면 너무 아파서 3분도 못 버티는 상황이다. 이 상태가 유지된 지는 약 10일 정도 되었다. 가끔씩 그냥 강제로 늘려 볼까 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 있지만 그래도 언제나 좋은 길은 멀리 천천히 가야 한다는 걸 잊지 않고 참고 조금씩 늘려 가고 있다.


다행히 다리 찢기를 하는 동안에는 몸이 자유롭다는 장점이 있다. 그래서 항상 20분 동안 간단한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시간을 보내기 때문에 아픔을 어느 정도는 망각할 수 있게 된다. 지금은 한 때 유행이었던 ‘스파이 패밀리’를 보고 있다. 볼 시간이 없어 미루다 이제 1기 14화를 보고 있으니 다리 찢기를 한지도 14일째이다. 이런 식으로 유연성을 기르면서 동시에 누워서 넷플릭스를 볼 수 있으니 정말 자기 계발을 하기 싫으신 분들은 이거라도 도전해 보기를 적극 추천한다. 가만히 누워 있는 것보다 훨씬 운동도 되고 몸도 가벼워진다.


사실 다리 찢기 기간을 그리 오래 잡지 않았다. 학원을 그만두고 독학으로 유연성을 기르고 돌아가는 시간을 약 4개월 정도 잡았기 때문에 30일에서 길어 봤자 50일 안에 다리 찢기를 어느 정도 한 다음에 허리 유연성과 햄스트링 근육의 유연성을 만들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 상태면 4개월이 아닌 6개월도 빠듯하다. 제일 좋아하는 선생님은 절대로 유연성을 강제로 하지 말고 몸의 무게 중심을 이용해 천천히 늘리라고 하셨지만 인내심과 적은 시간등을 고려하면 그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체감한다.


유연성은 초등학교 입학 후부터 쭉 가져오던 숙제였다. 항상 유연성 점수를 마이너스를 받았던 선천적으로 유연성이 낮았던 나였기 때문에 언제 가는 꼭 유연한 몸을 가지고 싶다는 꿈을 지금 조금씩 실천해 나아가고 있다. 그것도 아름다운 춤을 추기 위해서란 목적으로. 최근엔 좋은 몸을 가지기 위한 노력을 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아졌다. 카페인을 끊고, 그 좋아하던 설탕 음료수와 술도 안 마시고 있다. 아마 성인이 된 이후로 가장 몸을 건강하게 관리하고 있는 요즘 일 수 있다.


몸을 건강하게 하자 맨 처음에 찾아온 변화는 아픔이었다. 몸에서 독이 빠져나가는 느낌은 사실 많이 힘들었다. 특히 정신적인 부분이 많이 힘들었다. 커피를 못 마시니 잠이 오고, 당과 카페인이 없으니 두뇌 회전은 현저히 느려지기 시작했다. 술이 없으니 친구들과 놀 때도 텐션 관리가 힘든 순간이 오기도 한다. 하지만 이제 한 달이 되어가는 시점에는 그 어려운 부분이 조금씩 사라지기 시작한다. 물론 10년을 넘게 쌓아 온 것들을 1달 만에 없앤다는 건 말이 안 되지만 그래도 희망이 생긴 것 같아 기쁘다. 여러분도 꼭 다이어트 목적이 아니라 건강한 몸을 목적으로 관리해 볼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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