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례함을 넘어서, 연대로 가는 길
‘태움’이라는 단어는 간호계에 오랫동안 그림자처럼 남아 있었습니다. ‘영혼이 재가 될 때까지 태운다’는 뜻에서 나온 이 말은, 신입 간호사를 가르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괴롭힘을 지칭합니다.
모든 직장에 선후배 간의 갈등이 존재하지만, 유독 간호사 조직 내에서 ‘태움’이라는 이름이 고유명사처럼 굳어진 이유는 무엇일까요?
간호는 팀워크 위에서 돌아가는 일입니다. 교대 근무 체계와 인계 문화 속에서 간호사의 업무는 나 혼자만의 것이 아니라, 항상 타인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내가 맡은 환자는 내가 쉬는 날에도 타인이 돌봅니다. 내가 잘못한 작은 실수 하나가 다음 근무자의 시간과 에너지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또한 임상 현장은 새로운 과제보다 반복되는 과업이 일상화되어 있기에 익숙함과 숙련도가 곧 실력으로 여겨지고, 신규 간호사는 비교적 긴장된 시선을 더 자주 마주하게 됩니다.
신규 간호사 시절, 저는 특정 선배가 무서웠습니다. 한 달 근무표가 나오면, 제일 먼저 확인하는 건 ‘내가 쉬는 날’이 아니라 ‘그 선배에게 인계하는 날’이 며칠인가였습니다. 그 선배는 근무 중 자주 화를 냈고, 공적인 공간에서도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스테이션에서 다른 동료를 험담하거나, 인계 중 실수를 하면 인격을 지적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 사람은, 그저 무례한 사람 한 명일 뿐이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 사람을 무시할 수 없었습니다. 우리는 유기적으로 연결된 팀이었고, 제가 그 선배에게 인계를 해야 하는 날은 계속되었기 때문입니다. 그 앞에서 저는 늘 망설였습니다. 꼭 필요한 말도 삼키게 되고, 도움을 구할 타이밍도 놓쳤습니다. 그 망설임이 쌓이면 결국 중요한 순간에 무언가를 놓칠 수도 있다는 걸, 저는 그때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습니다.
TED의 강연 <동료에게 친절하게 대하면 일의 능률도 오릅니다>에서는 이런 예시가 나옵니다. 무례한 의사의 고성이 결국 의료진 사이의 정보 단절을 낳았고, 환자에게 약을 잘못 투여하는 상황으로 이어졌다는 이야기입니다. 한 연구에서는 무례함에 노출된 팀은 정보를 공유하려 하지 않고, 서로 도움을 요청하는 것을 꺼린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무례함은 단순한 감정의 문제가 아니라, 환자의 안전과 직결되는 일이었습니다. 돌아보면 저 역시 완벽하지 않습니다. 누군가에게 무심했던 순간도 있고, 감정이 앞서 표현을 놓친 때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스스로에게 늘 되묻습니다.
“나는 지금 동료에게 친절했는가?”
“지적은 명확하게 하되, 무례하지 않았는가?”
간호는 엄격한 전문성이 필요한 분야입니다. 하지만 그 전문성이 친절함과 공존할 수 있다는 걸, 이제는 더 많은 간호사들이 경험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함께 일하지만, 진짜 ‘함께’하고 있는가?
내가 가르치는 방식은 상대의 성장을 돕고 있는가?
존중은 내 태도에서부터 시작되고 있는가?
간호학은 돌봄의 학문이지만, 그 돌봄은 환자에게만 향해서는 안 됩니다. 당신과 함께 일하는 동료, 후배, 선배에게도 존중과 연대의 마음을 전할 수 있어야 합니다. 실수를 지적해야 할 순간에는 감정을 섞지 말고, 그 일이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를 알려주세요. 그가 잘못한 일과, 그 일로 인해 느낀 당신의 피로는 별개의 것입니다. 그리고 기억하세요. 무례한 사람이 있다면, 그는 당신을 무너뜨릴 자격이 없습니다.
“그는 나를 존중하지 않았지만, 나는 나 자신을 존중하겠습니다.”
이 문장을 당신 마음에 꼭 새겨주세요.
“연대 없는 간호는 없다.”
“무례는 정보를 끊고, 친절은 생명을 연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