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편. 지속 가능한 병원 만들기

친환경 간호의 시도

by 김주이

▣ 병원이 만드는 탄소발자국
병원은 ‘치료’를 목적으로 존재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환경에는 많은 상처를 남기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에너지 다소비 구조, 일회용 의료용품의 남용, 의료 폐기물의 폭증 등은 우리가 병원을 ‘안전한 공간’으로 지켜내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어쩔 수 없는 결과처럼 받아들여져 왔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질문을 던져야 할 때입니다. "치료는 곧 환경 파괴여도 괜찮은가?"


요즘 기업마다 ESG 경영이 화두입니다.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를 고려한 지속 가능한 경영이 기업 경쟁력의 중요한 기준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병원도 예외는 아닙니다. 탄소 배출량이 많은 수술실, 일회용품 사용이 많은 감염관리, 대규모 에너지를 소모하는 병원시설 운영까지.


의료기관 역시 ESG 경영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특히 간호사는 병원의 거의 모든 공간에서 활동하며,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실행자’이자 ‘변화의 촉진자’입니다.
최근 ESG 경영이 의료계에도 본격적으로 도입되면서, 병원 운영 전반에 지속 가능성과 환경 친화적 가치가 요구되고 있습니다. 특히, 간호 영역에서의 실천은 작지만 깊은 파장을 일으키며 새로운 병원의 모습을 그려나가고 있습니다.


▣ 세계와 한국의 변화 — 병원도 ‘지속 가능성’을 고민하다
영국의 NHS(국립보건서비스)는 2040년까지 '탄소중립 병원'을 실현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이들은 친환경 건축 설계, 재사용 가능한 의료기기, 저탄소 교통수단 지원, 식단 개선 등을 실행에 옮기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변화가 시작됐습니다. 서울의 한 대형 병원은 ‘녹색병원 선포식’을 갖고, 병동 내 LED 조명 전환, 친환경 세정제 사용, 의료폐기물 분리배출 교육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또 다른 병원은 환자의 식판을 다회용으로 교체하고, 잔반을 줄이는 ‘제로 푸드 웨이스트’ 캠페인을 간호사 주도로 벌이고 있습니다.


▣ 친환경 간호는 가능한가
간호사들은 병원 내 일상적인 실천의 주체입니다. 그래서 가장 작지만 실제적인 변화의 시작점이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불필요한 일회용 장갑 사용 줄이기, 멸균이 필요 없는 곳엔 천소독포 사용, 낮에는 자연광 사용 유도, 환경 친화적 물품 선택 등은 간호사가 판단하고 실천할 수 있는 영역입니다.

이런 실천은 환자의 건강뿐 아니라 지구의 건강까지도 고려하는 ‘두 배의 배려’가 됩니다. 실제로 몇몇 병원은 간호사 대상의 친환경 교육을 운영하며, 일상 속 ESG 실천을 촉진하고 있습니다. 간호는 본디 생명을 위하는 일이고, 생명을 위한 가장 큰 틀은 곧 환경이라는 점에서, 간호사들은 친환경 병원의 핵심 주체가 될 수 있습니다.



☆ 간호학이 던지는 질문들

- 당신이 속한 병원이나 조직은 친환경을 위한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요?

- 내가 실천할 수 있는 ‘작은 친환경 간호’는 무엇인가요?

- 환경을 위한 선택이 환자 간호와 충돌할 때, 당신은 어떤 기준으로 선택하시겠습니까?


간호는 사람을 살리는 일입니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또 다른 환자를 마주합니다. 바로 '지구'라는 환자입니다. 지구는 조용히 신호를 보내고 있습니다. 그 신호를 듣는 사람이라면, 지금 내가 하는 간호가 조금 다른 방식으로도 확장될 수 있다는 것을 느낄 것입니다.


당신의 손끝은 생명을 돌보는 손입니다. 그 손끝이 환경까지 살릴 수 있다면, 간호는 더 아름다워집니다.



▣ 간호학을 시작하는 당신에게

병원은 생명을 지키는 공간이면서도, 미래 세대의 환경을 함께 지켜야 하는 책임을 가진 곳입니다. 간호는 단지 ‘지금의 환자’를 위한 행위가 아니라, ‘앞으로 살아갈 사람들의 건강한 환경’까지 아우르는 전문직입니다. 당신이 하는 작은 실천 하나가 환자의 회복을 돕는 동시에 지구의 건강을 지킬 수도 있습니다. 친환경 간호는 거창한 운동이 아니라, 일상에서 조금 더 민감하게, 조금 더 현명하게 선택하는 습관에서 시작됩니다.



▣ 다시 읽는 간호학

“간호는 한 사람의 오늘을 돌보는 동시에, 모두의 내일을 지켜내는 학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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