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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주이 Jul 19. 2020

동료에게 친절하기

사라져야 하는 태움 문화

네이버에 '태움 문화'를 치면 시사상식사전에 아래와 같은 설명이 나온다.

- '태움'은 '영혼이 재가 될 때까지 태운다.'라는 뜻에서 나온 말로, 선배 간호사가 신임 간호사를 가르치는 과정에서 괴롭힘 등으로 길들이는 규율 문화를 지칭하는 용어다. -




모든 직장생활에 선후배와의 갈등, 동료와의 갈등은 있을 텐데 왜 유독 간호사 직업군에서 이러한 용어가 생기고 이것이 사회적 문제가 된 것일까?

간호사의 업무는 다음과 같은 특징이 있다.

1) 인계 문화 - 간호사들의 업무는 지속되는 연장선 속에 있다. 교대 근무를 하면서 타인이 앞서 해 놓은 업무를 인계받고 나 역시 타인에게 나의 업무를 인계 준다. 이로 인해 나만의 과제, 나만의 납기일, 나의 성과라는 개념이 임상현장에서는 거의 없다. 나의 일은 나와 일하는 동료와 지속적으로 연결되어 타인의 근무 스타일이나 결과가 나의 근무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2) 반복되는 업무의 연속 - 임상현장에서는 새로운 과제나 업무가 주어지기보다는 반복되는 업무가 지속된다. 이에 시간이 흐르면 업무가 익숙해지고 경험이 많은 사람이 신규보다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일들이 늘어난다.


나 역시도 신규 간호사 시절 엄청 무서워하던 선배 간호사가 있었다.
한 달의 근무 표가 나오면 그 달에 쉬는 날이 언제인지보다 먼저 확인하는 것은 그 무서운 선배에게 내가 인계를 주는 횟수가 몇 번인지, 그날이 언제인지였다.

지금 생각해도 그 선배의 행동은 상식 밖이었는데, 모두가 있는 스테이션에서 소리를 지르거나, 근무 중 개인적인 일로 짜증을 내거나, 인격모독 발언을 하거나, 동료 앞에서 다른 동료를 험담하는 등의 행동이 빈번했다.

이런 이상한 사람은 사실 어느 사회에나 있는데, 내가 그 선배를 '그냥 이상한 사람 한 명 있네'라며 무시할 수 없었던 이유는 늘 우리가 같은 팀으로 유기적으로 일한다는 것, 즉 내가 그녀에게 인계를 하는 날이 계속 있다는 것과 그 인계 시에 일이 능숙한 시니어인 그녀보다 아직인 미숙한 주니어인 내가 늘 불리하다는 것, 바로 이 두 가지 이유에서였다.





다음은 TED의 인기 강연인 크리스틴 포레스의
'동료들에게 친절하게 대하면 업무에도 도움이 됩니다.'라는 주제의 약 15분의 강연이다.
들어보기를 권한다.



https://www.ted.com/talks/christine_porath_why_being_respectful_to_your_coworkers_is_good_for_business?utm_campaign=tedspread&utm_medium=referral&utm_source=tedcomshare






다음 강연에는 이런 사례가 나온다.
무례한 의사가 타 의료진에게 소리를 지르는 행동으로 인해 의료진이 환자에게 약을 잘못 투여하는 일이 발생했다.
그 결과 그 환자는 사망했다.
실제 이스라엘의 연구결과에서
무례함에 노출된 의료진의 업무능력이 저하되었다는 것이 밝혀졌다.
그 주요 원인은 무례함에 노출된 팀이 정보를 기꺼이 공유하려 하지 않았고 동료에게 도움을 구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나의 상황을 생각해보면 이렇다.
내가 해결할 수 없는,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어도 그런 선배에게 도움을 청할 수 없다.
그 사람과 마주하고 이야기하는 그 시간 자체가 나에게 너무 두렵고 괴롭기 때문에 그 사람에게 인계 시 내가 꼭 말해야 할 내용들을 빼먹고 말할 수 있다.
그런 상황들이 모여 사고가 발생한다.


동료에게 친절하라.
그것이 당신의 직업 현장의 능률을 올리는 일이다.


더 이상 환자의 위급함, 생명을 다루는 일의 숭고함 등을 이유로 후배를 태우지 말아라.
잘못한 일에 대해 무조건적으로 감싸라는 것이 아니다.
잘못은 명확하게 알려줘야 한다.
잘못에 대해서만 명확하게 지적하고 그 일에 나의 감정을 섞지 말아라. 무례하게 대하지 말아라.
그가 잘못한 것은 그의 일로 끝이다. 그로 인해 부과된 나의 업무로 인한 화를 그에게 풀지 말아라.

그러면 그다음 나의 업무는 더 늘어날 것이다.
차근히 알려줘도 될 일이다.




그리고 내가 신규 시절 만났던, 위와 같은 선배를 만난 후배들에게는 다음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


모건 프리먼의 인터뷰 기사 내용이다.
기자 : 제가 프리먼 씨에게 '검둥이'라고 말하면 어떻게 되죠?
프리먼 : 아무 일도 없어요.
기자 : 왜 기분이 나쁘지 않은 거죠?
프리먼 : 기자 양반이 나를 '검둥이'라고 하면 잘못된 단어를 사용하는 당신이 문제이지 내 문제가 아니에요.

지금 생각해보아도 그건 그때 나에게 소리를 지르던 그녀의 문제였다.



나 역시 많이 부족하다.
부족했고 앞으로도 많은 순간 부족한 모습을 보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나도 끊임없이 노력하려 한다.

동료에게 친절하게 대하기!
그리고 무례한 상대에게 상처 받지 않고 내 페이스를 유지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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