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은 나도 브런치 작가가 되고 싶었다.

합격 감사합니다.

by 오늘의 민철


어렸을 때, 아마 초등학교 시절 잠시 글 쓰는 작가를 꿈으로 가졌던 적이 있다. 시골의 작은 초등학교에서 글짓기 상을 받았던 게 계기였던 것 같다.

나이를 먹을수록

글을 쓰는 일은 재능이 없으면 쉽지 않을 거라,

작가로 먹고살기는 쉽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고 자연스레 포기했다.

사실은 어쩌면

사람들이 내 글을 읽고 구리다고 생각할까 봐,

어렵게 써낸 글들이 무시당할까 봐,

내 이야기가 아무에게도 읽히지 않을까 봐 두려웠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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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를 시작하고 나서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는 이웃들의 글을 꽤 봤다. 나 또한 도전해 보고 싶은 마음은 있었지만 무서웠다.

공들여 쓴 글이 브런치라는 플랫폼에 거절될까 봐,

그로 인해 내 글들이 보잘것없게 느껴질까 봐,

내가 초라하게 보일까 봐 두려웠다.

오랜 기간, 약 2년이 넘게 두려움을 이기지 못하고 블로그에만 꾸준히 글을 작성했다. 블로그는 적어도 거절되지 않으니 마음 편하게 내 얘기를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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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엊그제인 5월 연휴 마지막 날 저녁,

조금은 뜬금없이 이런 느낌이 찾아왔다.

‘시도해 보고 싶다

떨어져도 괜찮다.’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것도 아니다. 글을 새로 쓰고 싶지도 않았다. 그냥 블로그에 작성했던 글 중 마음에 드는 몇 개를 골라 간단한 소개를 작성해 도전했다. 총 20분도 걸리지 않았다. 신청이 이렇게나 간단했던가?

그냥 마음이 가벼웠다.

어떤 결과가 나와도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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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오후 합격 메일을 받았다.

기쁨보다 먼저 찾아온 건 허무함이었다.

그동안 두려워했던 건 도대체 뭐였을까.

글을 쓰는 재능이 없을까 봐?

내 글을 아무도 인정해 주지 않을까 봐?

괜히 나를 드러냈다가 외면당할까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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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불합격이었다면?

나는 또다시 나를 믿지 못하고 다시 도전하지 못했을까? 어쩌면 그랬을지도 모른다. 자존심 상해서 브런치는 두 번 다시 쳐다도 안 봤을지도.

그렇지만 글을 쓰는 건 멈추지 않았을 거다.

누가 보든 안 보든 블로그에 이런 속 이야기를 쓰고,

떨어진 것에 대한 분노를 글로 담았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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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나는 작가가 되고 싶었다.

어쩌면 블로그에 글을 쓰고 있는 지난날들에 이미 나는 작가였을지도 모른다. 브런치라는 플랫폼이 내가 작가인지 아닌지를 결정해 줄 수는 없다.

그렇지만 브런치 작가라는 타이틀을 다니 글을 더 잘 쓰고 싶어진 것도 사실이다. 무서웠지만 도전해 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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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떤 글을 쓰고 싶은가?

내 얘기를 쓰고 싶다.

상상력과 관찰력은 부족하지만,

내면에 일어나는 변화에 대한 감각은 예리하다.

내가 오늘 살고 있는 주변 환경의 느낌에 대해서,

나와 지금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생각,

내가 내린 사소한 작은 선택들의 이유,

크고 작은 삶의 변화들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