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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ff Jung Apr 14. 2024

저 너머, 어딘가에서 날 찾아줘

Judy Garland [Live at Carnegie Hall]

“토토, 우리가 더 이상 캔자스에 있지 않은 것 같아.”

많은 이들에게 익숙한 옛날 영화 <오즈의 마법사>, 그 속의 빨간 구두 소녀 도로시를 열연한 Judy Garland 주디 갈런드를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영화를 찍을 당시 그녀가 헐리우드 시스템에 의해 착취를 당했던 내용도 익히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벌써 한 세기가 지나가는 과거의 일화에, 저 대양 너머 연예인을 걱정할 일은 아니라 하더라도 그런 아동 학대에 대한 얘기를 듣는다는 것은 자체로 불편하다. 이런 어두운 부분이 어머니란 존재에 의해 용인된 것이라면 더더욱 말이다.

전기에 따르면 주디 갈란드는 13살에 사자가 어흥하며 시작하던 MGM 스튜디오와 계약한 이후, 아역 배우로서 제대로 된 어린 시절을 잃어버렸던 것으로 보인다. 제작자, 감독들에게 성접대를 강요당한 것은 물론, 제작사는 <오즈의 마법사> 당시 강제로 그녀에게 각성제를 먹여 장시간 촬영을 시키고는 다시 수면제로 재우는 일을 반복하며 촬영을 이어갔다고 한다. 타 여배우와 비교하여 끊임없이 외모 콤플렉스에 의한 열등감에 시달리게 하고, 다이어트를 위해 하루 수프 한 그릇, 담배 네 갑을 매일 피우도록 소녀를 학대했던 일화 등은 단순 야만의 시절 이야기로 치부하기엔 마음이 아프다. 그 결과는 성인이 되어서 계속된 결혼과 이혼, 자살 시도, 알코올 의존, 마약, 약물 중독으로 이어졌다. 유추해 보아도 개인의 관리 부재가 아닌, 어린 시절부터 강요받았던 약물과 아동 착취로 빚어진 슬픈 이면이란 것은 누구나 이해할 만하다.


그러나 이런 가십 같은 이야기를 이 지면에서 소비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그런 아픔이 있었던 인생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딸이 회고하기를 무대에 올라가면 완전히 딴 사람이 되었다고 한다. 배우뿐만 아니라 뮤지컬 가수로써 대단한 재능을 가지고 있었던 그녀답게 무대에서 만큼은 누구보다도 빛났던 것이다. 그리고 이를 완벽히 대변해 주는 한 앨범이 우리를 행복하게 해 준다.

1961년에 있었던 그녀의 카네기 홀 공연실황이 그러하다.

카네기 홀은 클래식뿐만 아니라 대중 음악사에서 역사적인 라이브 실황을 많이 담아내고 있는데 본 작품도 예외는 아니다. 여러 고전이 가득한 본 앨범은 그래미 어워드에서 당시 올해의 앨범상과 최우수 솔로 보컬 퍼포먼스 부분을 수상하는 영광도 얻는다.

그 정도였을까, 훗날 그녀의 뮤지컬에 경도된 한 청년은 1961년 카네기 홀 실황의 곡을 처음부터 끝까지 동일하게 시연한 앨범을 발매함으로써 자신의 존경심을 표현하기도 한다.


레트로가 물씬 풍기는 과거 악단의 반주에 맞추어 메들리가 시작되면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천천히 등장하는 그녀가 들린다. 조그마한 체구의 한 목소리가 카네기 홀 전체를 울리고 그 속의 관중들이 하나의 점에 집중하였을 에너지를 상상한다.

사실 그녀는 1961년 39살 본 공연을 하던 시절에도 약물 중독과 알코올 의존증이 여전했다. 그리고 수년 후인 1969년, 결국 어린 시절 강제로 먹어야 했던 그 약물에 의해 생을 마감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연 녹음본에서 그런 약한 모습은 전혀 찾아보기 힘들다. 노래 하나하나를 힘주어 부르는 열정과 강한 바이브의 아름다운 그녀가 있을 뿐이다. 때로는 그녀가 겪었을 질곡을 뛰어넘는 어떤 존엄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그래서 과거가 어떠했든 함부로 누군가의 삶에 값싼 동정을 하는 것은 오히려 무례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 찬란한 무대에서의 정점과 목소리를 행복해하며 들어준다면 예의를 다하는 것일 것이다. 이런 마음으로 공연 실황을 듣다 보면 때론 한 편의 상상이 착시와 같이 떠오르기도 한다. 360도로 돌아가는 카메라 워크를 타고 한 헐리우드 여배우의 영광스러운 시간들이 플래시 백처럼 흘러간다거나, 가장 정점의 순간이 일순 모두에게 투사되는 그런 상상들. 무대의 그 찰나가 인생의 한 정점이었다면 그렇게 고개를 끄덕이며 인정하고 싶다.   

훗날 르네 젤위거가 열연한 <주디>를 만든 의도 또한 그녀의 어두운 과거를 드러내고 싶었다기 보단,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대 위에서 찬란했고 마땅히 사랑받을 만했던 그녀를 추모하고 싶었을 것이다. 음악 외 어떤 표피보다 음악 자체에 집중하고 싶은 나로서는 충분히 동의할 만하다. 앨범은 그만의 가치를 담고 현재도 시간의 파도를 넘어 계속 나아가고 있으니 말이다.


앵콜마저 끝나고 마지막 <Over the Rainbow>의 악장이 울려 퍼지면 아마 손을 흔들며 퇴장하고 있을 그녀가 그려진다. Good night, God Bless는 그녀에게 되돌려주고 싶은 마음이다.

걱정거리일랑 레몬 사탕처럼 녹아버리는 곳으로 (Where troubles melt like lemon drops) 결국 날아가서 쉬고 계시기를 바란다.



Judy Garland [Live at Carnegie Hall] 1961년 <Alone Together>

https://youtu.be/3a71jtU4ZYE?si=dwX_UH5aXVNiCxu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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