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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청망청 카타르시스

Charles Mingus [The Black Saint And The

by Jeff Jung

Charles Mingus 찰스 밍거스의 음악을 들어보려 했던 수순은 내게 자연스러웠을 것이다. 우선 좋아하는 악기인 베이스 연주 주자란 것으로 절반은 먹고 들어갔다. Charlie Parker 찰리 파커 시절 비밥 류의 음악을 시작으로 형식을 발전시켜 나갔던 역사적인 발자취도 한몫을 하였다. 그러나 결론적으로는 절반의 성공이었다. 막귀인 탓이겠지만 개인적으로 그의 앨범들에 일정 이상의 흥미를 느낄 수 없었다. 이 매거진의 테마는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발자취를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극히 개인적으로 깊은 감흥을 일으킨 음악으로 한정한다. 그렇게 보자면 그를 언급해야 할 이유가 없다. 그런데 반드시 이야기해야 할 부분이 존재한다. 단 한 장의 앨범이 내게 숨이 막힐 듯한 감동을 주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재미있는 것은 그 한 장의 앨범이 그의 전 삶을 압축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1963년에 발매된 [The Black Saint And The Sinner Lady]라는 앨범은 그의 음악 활동에서 하나의 정점을 찍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그는 1940년대부터 콘트라 베이시스트로 재즈를 시작했고, 이후 리더 및 작곡자로서 포지션을 변경해 나갔다. 이 앨범은 그 진행 과정에서 가장 빛나는 위치에 있다고 생각한다. 이 성취를 어떤 식으로 시작해 보면 좋을까. 아무 정보 없이 들어도 좋은 게 음악이겠다. 하지만 아래 부가적인 설명을 조금 곁들여 본다면 본 앨범이 더 즐겁게 다가올 수 있을 것 같아 사족을 붙여 본다.


먼저 악기 편성을 확인해 보는 것은 본 앨범 듣기에 도움이 된다. 재즈의 흔한 편성이 아니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재즈 음악의 주요 한 축으로 Trio, Quartet, Quintet, Sextet 등의 소규모 편성이 있다. 그리고 그 대척점에 17명 이상 오케스트라 형식의 빅 밴드 편성이 있다. 앨범은 이 양 측의 중간 지점에 존재한다. 11명의 악기 편성은 작은 빅 밴드 형식이다. 앨범에서 악기들은 중간, 좌측, 우측 편에 위치하도록 녹음되어 있다. 각자의 위치에서 여러 악기의 음색들이 허공을 날아다니고, 이를 집중해서 느낄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은 주요 관전 포인트이다. 우선 가운데에서 전체 오케스트라의 중심을 잡아주고 음악을 리드하는 Charles Mingus의 베이스와 그의 음악 동반자 Dannie Richmond 데니 리치몬드의 드럼이 보인다. 그 좌측에는 메인 솔로를 표현하는 3명의 색소폰이 있다. 소프라노, 알토, 테너의 음역을 각자 담당해 주고 있으며, 주자들은 때론 플룻으로 악기를 교환하여 분위기를 전환해 주기도 한다. 우측에는 2명의 트럼펫, 1명의 트럼본, 그리고 베이스를 잡아주는 1명의 튜바가 색소폰의 대척점에서 빅밴드 사운드의 뼈대를, 때로는 리드를 해 나간다. 그 외 피아노, 스패니쉬 기타가 맛깔을 내면서 전체적인 풍성함을 더한다. 따라서 이 앨범은 이어폰으로 들었을 때 보다 명확한 양측의 음 분리를 느낄 수 있다. 또한 스피커로도 양쪽 편의 악기들이 서로 주고받고, 호응하고, 질러대는 맛을 따라가는 것이 주요한 감상 포인트라고 얘기할 수 있겠다.


두 번째로는 음악이 흐르는 형식에 대한 부분이다. 본 앨범은 A부터 F까지 6개의 테마가 4곡으로 구성되어 있다. LP의 A면에는 3곡의 테마가, B면에는 나머지 3개의 변형 테마가 메들리라는 형태의 한 곡으로 이루어져 있다. Solo dancer, Duet과 Group dancers란 제목이 보이는데, 이는 음악을 춤곡으로 작곡했다는 의도로 보인다. 사실 실제 음악 자체를 들었을 때 이게 춤 추기 적당한 곡인가 라는 의문이 생길 수는 있다. 다만 음악의 주제부, 리듬의 다채로움이 명확하기에, 이에 몰입하여 어떤 일련의 댄서들이 퍼포먼스를 보이는 무대를 상상해 보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실제, 2022년 Clod Ensemble이라는 팀이 본 앨범을 춤으로 재해석한 공연을 선보였던 경우도 있기에 확장해서 받아들일 여지는 충분하다.

앞서 악기 편성에 대해 중간 지점을 언급했듯이, 음악의 흐름 또한 그 중간 지점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해 균형과 조화라는 빅 밴드의 음악 형식을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꽉 짜인 연주로 전체의 합일을 이루기보다는 개개 연주자의 자유로운 플레이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각 곡에는 메인 테마가 분명히 제시된다. 이에 호응하듯 우측의 금관악기들이 빅밴드의 큰 틀을 잡아 주는 역할을 수행한다. 그리고 이 바탕 위에 좌측의 목관악기(색소폰)들이 튀어 나가는 기량을 발휘한다. 때로는 이 역할이 반대가 될 때도 있다. 짐작했겠지만 그 어느 절정의 지점에서는 이 모두가 미친 각자의 플레이로 분열되기도 한다. 이 중간 편성의 빅밴드를 주제의 흐름에 맞추어 절묘하게 이끌어 낸 공로는 온전히 Charles Mingus에게 돌릴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Miles Davis 마일즈 데이비스를 뇌쇄적인 트럼펫 연주로도 좋아하지만, 그의 탁월한 지휘 능력으로 더욱 높이 평가한다. 같은 의미로 이 앨범이 그렇게 훌륭하게 들렸던 것은, 전체를 아름답게 조율해 나갔던 그의 리드가 빛났기 때문이다.


세 번째로, 혹자는 앨범을 녹음할 당시 Mingus의 상태나 음악에서 담고자 했던 사상 등을 얘기할 수도 있겠다. 예를 들어 Black Saint라니 그의 선례로 봐서 인종차별과 관련된 이야기를 유추해 볼 수도 있고, 정신적으로도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었던 상황을 음악에 대입해 볼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가지들은 그닥 중요하게 생각하고 싶지 않다. 음악을 듣는다는 행위만으로도 많은 것을 생각해 보게 하는 힘이 있다. 단지 그가 직접 작성했던 라이너 노트에서 언급한 핵심은 가지고 가도 좋을 것이다. '듣고 춤을 추는 곡'으로 만들고 싶었다는 이야기는 중요하다. (I wrote the music for dancing and listening) 그리고 그의 내면만이 알겠지만 자신이 살아왔던 어떤 의미를 담아내고 싶었다는 마음이 있다. 그는 이 앨범을 자신의 묘비명이라고 언급한다. (It is my living epitaph from birth til the day I first heard of Bird and Diz) 그만큼 연주의 결과물에 흡족했다는 이야기이다. 그리고 이 자신감이 단순한 자만이 아니라 타인에게 충분한 울림으로 다가오고 만인이 인정할 만한 역사로 남았다는 것은 기쁜 일이다.

앨범에 담긴 또 다른 이가 쓴 라이너 노트도 흥미롭다. Mingus는 앨범을 제작할 당시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었던 것으로 판단되는데, 그를 담당했던 의사에게 이 앨범에 대한 라이너 노트를 써 달라고 요청한다. 당연히 깜짝 놀라며 자신은 음악에 대해서는 문외 안이라고 거절했을 장면이 예상된다. 그러나 Mingus는 웃으며 상관없다고 하며, 앨범을 들으면 이해가 갈 것이라고 얘기한다. 즉, 그는 자신의 정신적인 어떤 고통을 치료하던 의사에게 이것이 자신의 내면이며, 당신이 읽어봐 주었으면 하는 또 다른 방식의 상담을 제안했던 것이다. 이에 의사는 자신이 음악에 대한 지식이나, 기술적인 면은 가지고 있지 않지만 그가 지켜보고 있었던 Mingus란 의식을 바탕으로 나름의 감상평을 표현해 낸다. 나는 여기서 음악을 듣는다는 본질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된다. 음악을 듣는다는 것은, 그 누군가의 마음을 열린 자세로 받아들여 보는 행위란 것에 다름 아님을. 그리고 그 솔직한 서평은 나쁘지 않았다. 음악 듣기에서 사상, 기술, 배경은 보조로 기능할 뿐, 핵심을 다시 생각하게 되는 라이너 노트 읽기였다. 하긴 이는 음악뿐 아닌 모든 예술에 통용되는 것이긴 하다.


음악을 링크하면서 A면의 짧은 곡들 중에 고르려 하였으나 개개가 끊어지는 파편과 같아 앨범 전체를 아우르기에는 불충분해 보였다. 그래서 A면 3곡의 테마를 환기하고 전체를 아우르며, 절정으로 마무리해 나가는 B면의 메들리로 선곡해 보았다. 18여분의 이 곡은 3가지의 테마로 나뉘어 있으며, 적절한 브레이크로 흐름을 지속적으로 환기시켜 주기 때문에 흥미롭게 들어볼 수 있을 것이라 판단한다. 연주 당일의 풍경을 상상해 본다. 모르긴 몰라도 Charles Mingus는 베이스를 연주하는 틈틈이 수시로 연주인들에게 신호를 주고 드러머와 눈빛을 교환했을 것이다. 드러머 Dannie는 뿌리 깊은 나무와 같다. 밍거스가 요청한 바를 튼실한 리듬으로 변화시키며 좌우 주자들을 이끌어 나간다 특히 12분부터 작열하는 고저차 뜨리 콤보 공격은 이 앨범의 피날레라고 봐도 무방하다. 문득, 이 앨범을 처음 들었던 당시가 기억이 난다. 입을 떡 벌리고 있었다. 가끔 광기의 앨범을 들을 때면 헛웃음이 나곤 하는데, 이 앨범이 딱 그랬다. 앨범이 마침표를 지을 때까지 그냥 실성한 사람처럼 허허 웃고만 있었다. 아, 이 흥청망청.


‘이기 미친 거 아냐?’, '미친', '미친'

사람은 너무 놀랄 때는 표현력이 어린애가 된다. 간신히 내뱉는 욕지기 정도밖에.



Charles Mingus [The Black Saint And The Sinner Lady] 1963년

Medley :

Mode D – Trio and Group Dancers,

Mode E – Single Solos and Group Dance,

Mode F – Group and Solo Dance

https://youtu.be/jOaCrz43Sjk?si=oB1vMMmWu5EjG0e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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