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ntera 판테라 [Vulgar Display of Po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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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류를 거스른다는 것은 정말 힘들다. 흘러가는 물결에 몸을 맡기고 살 궁리를 하는 사람들이 가득한 판에, 강을 거슬러 오르는 것이 어찌 쉽겠는가. 거기에 더해 새로운 문법까지 제시해 버린다면 이는 판 자체를 갈아엎는 것이 된다. 당신들이 만들어 놓은 무대에는 관심 없다는. 그런 의미에서 Pantera 판테라는 헤비 음악의 역사에서 반드시 다루게 된다. 그리고 물론 그 에너지를 거부할 리가 없었던 내가 반드시 이야기하고픈 꼭지이기도 하다. 추억팔이 용도는 아니다. 할 얘기가 너무 많아서 오히려 많은 이야기를 쓰지 못할 것 같은 음악이 있다. 모든 것을 생략하고 단지 몇 가지 관점만 추려보고자 한다.
새로운 레벨
80년대 말부터 헤비 한 음악 쪽을 들어왔었기에 장르가 융성하고 변화하는 과정을 실시간으로 인식하였다. 그리고 누구나 알다시피 90년 초 Nirvana 너바나의 등장과 얼터너티브 록의 메인스트림 장악, 브릿 팝으로 대변되는 영국발 공격은 헤비메탈이라고 통칭되는 장르를 그야말로 초토화시켜 놓았다. 쫄바지, 가죽 잠바, 체인은 촌스러운 패션이 되었다. 8비트 리듬은 구식처럼 치부되며 사람들은 좀 더 새로움을 찾았다. Metallica 메탈리카도 Load/Reload로 말랑해져 갔고 기성 밴드들도 여기에 휩쓸려 살 길을 찾거나 조용히 사라져 갔다. 그런 암울한 상황에서 한 순간에 혁명처럼 나타난 이들이 Pantera라고 해도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시류라는 것을 완벽하게 찢어발기고는 헤비니즘을 완벽하게 새로운 레벨로 (A New Level) 뒤바꿔 놓았다. 심지어 여기에 타협이라는 브레이크를 뜯어버리고 더욱 극한까지 밀고 나가려는 제스처까지 보인다. 후에 파워 메탈, 그루브 메탈이라는 장르를 새롭게 정의한 이들의 시작이었다. 사람들은 다시 열광했고 절체절명한 순간 만난 우아한 훅으로 메탈계는 새로운 피를 수혈한다. 결국 Pantera의 전후로 헤비니즘의 역사는 정확히 절반으로 나뉘게 된다고 판단한다. 아울러 Rage Against the Machine 레이지 어게인스트 더 머신의 펑크적인 색채가 다른 영역의 영감을 제시한 이후, 세상의 헤비 밴드들은 둘의 영향 아래에 있었다고 과격하게 얘기해도 될 것이다.
블랙 사바스와 랜디 로즈를 좋아했던 친구가 있었지
기타를 치던 한 친구가 들려준 얘기가 기억난다. 스래쉬를 잘 치는 친구들은 Pantera를 잘 못 치고, Pantera를 잘 연주하는 이들은 스래쉬를 잘 못 친다고. 우스개가 가미된 이야기이지만 Pantera 음악의 리듬을 잘 설명해 주는 예시라고 생각한다. 어깨를 덩실덩실하게 만드는 리듬과 변칙적인 기타 리프는 그 맛을 제대로 살리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달리 그루브 메탈이란 장르가 생겼겠는가. 그리고 그 음악의 핵심에는 역시 형제지간 Dimebag Darrell 다임백 대럴의 기타와 Vinnie Paul 비니 폴의 드러밍이 존재한다.
그가 차고 있던 면도날과 같이, 예리하게 벼린 기타 리프, 촌철살인의 펀치, 고저를 위험하게 넘나드는 솔로잉, 그리고 그 속에 Randy Rhoads 랜디 로즈와 같은 서정 한 줌. 반할 수밖에 없는 요소만을 차곡차곡 그러모았을 때 그의 기타 톤이 완성된다. 전통성과 혁신성의 밸런스가 절묘한 연주, 리프의 구성은 그를 최고의 기타 명인으로 추앙받게 했다. 그리고 이 공격적인 기타 톤이 날아다니는 플레이 공간은 그 어느 지축보다도 단단하게 다져져 있다. 바로 심장으로 다가오는 Vinnie의 정교한 헤비 드러밍이다. 파워를 더 싣기 위해 드럼 스틱을 거꾸로 잡고 연주하는 그의 시그니쳐 연주는 투박한 맛은 있지만 리듬의 정확도는 확실하여 Dimebag의 기타와 찰떡으로 어울린다. 기계장치 같은 투 베이스의 투드륵 연타를 듣노라면 연습벌레였다는 소문을 음악으로 실감할 수 있는 부분이다.
Rex Brown 렉스 브라운의 베이스를 이야기하지 않으면 섭할 것이다. Pantera의 음악이 기존 헤비메탈과 차별화되는 또 다른 지점이 트윈 기타를 사용하지 않은 점이다. 물론 일부 Dimebag이 오버 더빙하는 부분은 있지만 트윈 기타가 아니기에 만들어내는 빈 공간은 오히려 그루브의 여지를 더욱 남겨 두었다. 대다수에서 명확하게 그르렁거리는 그의 베이스 사운드는 밴드의 사운드 축을 생각하게 한다. 그리고 베이스와 드럼만이 흐르는 빈 공간 속에서 펼쳐지는 기타의 솔로잉은 그 차별화된 매력을 어필하게 된다.
Give Me Power
개인적으로 Philip Anselmo 필립 안젤모를 좋아하지 않는다. Pantera를 그렇게 좋아한다면서 선봉대장을 좋아하지 않는다니 이 무슨 말이냐고 의아해할 것이다. 스킨헤드에 반바지, 스니커즈의 가벼움으로 음악 패션을 선도하고, 무대를 장악하는 그로울링으로 Pantera의 파워를 완성하는 방점이었는데도 말이다. Pantera의 헤비니즘은 Dimebag의 기타와 Vinnie의 드럼, Rex의 감칠맛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생각하는 기본 바탕이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나는 Pantera의 음악을 서정성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즉, Philip의 마초이즘은 전면에 보이는 일부분이지만, Dimebag의 기타는 그 파워의 이면에 순수함을 간직하고 있다. 양면성이 있는 것이다. 그의 연주에는 기타만을 미친 듯이 좋아했던 어느 한 연주인의 어린이 같은 시간이 담겨 있다. 그런 시선으로 이 밴드를 좋아했기 때문에 Philip의 파워를 작게 평가하는 것이다. 음악인으로 자기 관리를 하지 않아 형편없는 라이브 무대를 보여주었던 이력들을 좋아하지 않는 면도 있다. 하늘로 날아가버린 Dimebag, Vinnie 형제가 빠진 상태에서 최근 라이브 투어를 다니고 있는 Pantera에 관심이 없는 것은 이런 마음 때문이다.
왜 명곡만 금지곡이 되는가
90년대 공윤이 기승을 부릴 당시 금지곡으로 칼질당한 곡들을 나중에 수입반으로 접하고는 작은 분노가 일었던 기억이 있다. 왜 반드시 들어야 할 곡은 금지곡이 되는가? 예를 들어 <Mouth for War>, < Fucking Hostile>, <Hollow>를 어찌 들을 수 없었나. <Heresy>를 못 듣게 하다니 제정신인가. 이는 마치 Metallica의 <Welcome Home (Sanitarium)>을 금지곡으로 만들어 놓고, Megadeth 메가데스의 <Holy Wars... the Punishment Due>을 나중에서야 접할 수 있었던 말도 안 되는 상황과 같은 수준이다.
Pantera의 1, 2, 3, 4집 네 장은 (이들은 5집을 1집이라 명명한다.) 균일하게 에너지를 품고 있어 하나를 고르라고 하면 손을 떨 이들이 많을 것이다. 거두절미하고 <Mouth For War>를 링크로 걸어본다. 삼단콤보로 전개되는 시작은 새로운 세계를 열어주는 듯하다. 날렵한 슬라이딩으로 날아가는 기타 리프는 파도를 가르는 서핑보드와 같다. 명쾌하게 정의하는 파워의 세계, 마지막을 질주하는 투 베이스의 드러밍은 이렇게 우리는 직진한다는 선언과도 같다. 멋진 시작이다.
미술 선생님 장광현 작가님의 애정 밴드로 알고 있다. 일상의 조용한 시선을 가지고 계신 작가님께서 이런 빡신 밴드를 좋아하는가 의문도 있겠지만 내겐 당연한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순수하게 헤비함을 한계까지 밀고 나갔던 이들도 없었고, 그 이면에 담긴 서정성을 간직한 이들도 없었다. 작가님은 그 지점을 짚으셨을 것이다.
내겐 포카리스웨트의 상큼함이 함께하는 음악이다.
Pantera [Vulgar Display of Power] 1992년 <Mouth For War>
https://youtu.be/audBZo6O3xU?si=I0mAYZMcYbmy7jP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