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쉐’라는 단어를 들으면 당신은 어떤 생각이 드는가? 벤츠, BMW, 아우디 독일 3사보다는 좀 더 고급스러운 스포츠카 브랜드? 비싸서 살 수 없는 드림카? 배기음이 시끄러운 넙치같이 생긴 차?
어떤 이미지를 가져도 좋다. 최소한 대한민국의 남성에게 포르쉐는 독3사와는 다른 ‘로망’이라는 이미지가 어느 정도는 맞는 이미지인 것 같다. 나에게도 그러하였다. 19년 초 겨울 나는 인생이 너무 무료하다고 생각이 되었다. 매일 같은 출, 퇴근.. 생각보다 잘 되지 않는 투자.. 단조로운 일상.. 나의 정확한 상태는 딱 다람쥐 쳇바퀴 속에 갇혀버린 불쌍한 현대인의 전형이었다.
탈피하고 싶었다 이런 상황을. 무엇이든 좋다. 그렇다면 무엇이 좋을까? 문득 오픈카를 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픈카… 크 얼마나 멋진 로망인가… 벚꽃이 흩날리는 봄날 훈훈한 봄바람을 맡으며 미끈하게 도로를 가로지르는 모습… 생각만 해도 가슴이 설레고 그것을 현실로 만들고 싶었다.
일단 SK엔카 중고차 앱을 매일 들여다보았다. 하루에 최소 27번은 들어가서 중고차를 검색한 거 같았다. 여기서 잠깐! 나는 신차에 대한 욕심이 전혀 없는 사람이다. 오히려 안목을 길러 할인된 가격에 좋은 중고 물건을 가져야서 내 것으로 만드는 것에 더 흥미를 느끼는 사람이다. 이러한 나의 생각은 차량 구매에도 그대로 반영이 되었다.
처음에는 벤츠 SLK와 BMW Z4 둘 중에 고민하였다.(둘 다 2인승 컨버터블 로드스터) 포르쉐는 선택지에도 없었다. 마냥 너무 비싼 차… 보험료 폭탄 맞을 차… 고장 나면 폐차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나의 머릿속에 가득했던 거 같다. 나의 예산 범위는 3천만 원이었다. 적은 예산으로 상태 좋은 차를 사서 1년간 즐겨보겠다는 계산이었다. SLK와 Z4를 고민하니 생각보다 3천이면 내가 고를 수 있는 차가 많았다. 물론 모두 12년식 언저리의 차들이었다. 그러다가 문득… 음 이 예산이면 요즘 흔한 벤츠, BMW보다는 포르쉐를 한번 타볼까라는 은밀하고도 대담한 생각이 문득 뇌리에 스쳤다. 그렇게 나는 포르쉐 오너가 되겠다고 결심했다.
나는 하나를 결정하면 실행력 하나는 누구보다 빠른 사람이다. 그날부터 나의 포르쉐 구애기가 시작되었다. 핵심 기준은 딱 2가지였다.
1.보험처리 이력이 적은 차
2. 소유주가 가장 적게 바뀐 차
그렇게 며칠간의 조사가 시작되었고, 나는 결국 06년식 ‘Porsche 987 Boxster S 3.2’라는 모델의 차를 구매하게 되었다. 보험료는 내 나이 30세 기준에 245만 원이 나왔다. 비쌌다 생각보다. 그러나 포르쉐를 타본다는 생각에 하나도 아깝지 않다고 느껴졌다.
포르쉐를 부산에서 구매하고 그날 바로 뚜껑을 열고 광안대교 위를 미끄러지듯 드라이빙했다.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었다. 그리고 지난 몇 년간의 우울하고 재미없던 인생에 새로운 재미가 찾아왔다.
차를 가지고 다시 집으로 돌아왔을때, 나는 그 유명한 원룸 월세에 사는 포르쉐 오너가 되어있었다. 말로만 듣던 ‘원룸 포르쉐 남’이 되고 나서 참 나 스스로 웃기기도 하고 내가 이 사회의 문제적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문제적 남자가 되었다는 생각에 알 수 없는 영광스러움? 이 느껴지기까지 했다. 그리고 ‘외계인을 고문해 얻은 기술로 만들었다는’ 포르쉐를 앞으로 즐길 생각에 흥분되어 있었다.
나는 총 14개월 간 포르쉐를 소유했었다. 14개월 간 출퇴근은 내 16년식 아반떼로 하고 저녁이 되면 포르쉐를 타고 나가서 오픈 에어링과 고속도로 위 주행을 즐기곤 했다. 정말 행복하고 아름다운 시간들이었다. 물론 나중에 되팔 때 감가 + 알파의 금전적 손실이 있었지만 30세의 나이에 정말 좋은 경험을 했다고 생각한다. 내가 여러분에게 말하고 싶은 진짜 내용은 지금부터이다. 나의 철없었던?하지만 나름 현명했던 선택을 통해 얻은 깨달음이 여러분의 가슴속에 작은 울림을 주길 소망한다.
<2부에서 계속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