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 플랫폼 vs 대왕고래 언론

민주주의를 집어삼키는 음모

by 날개

많은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면서 길을 걷기도 하고, 밥을 먹거나, 심지어는 화장실에서도 그것을 놓지 못한다. 아침에 눈을 떠서 자기 전까지, (스마트폰이 대중화된 것이 2010년 초반이라고 한다면 그 이후 태어난 사람에겐) '요람에서 무덤까지'... 그것을 통해 일생 동안 계속 수많은 시청각적 정보를 중독적으로 받아들인다.


이에 걸맞게 컨텐츠(contents) 생산자는 도파민 터지는 자극적인 영상이든 글이든 무엇이든 사람들의 주목을 끌만한 것을 만들어내어, 중독의 세계로 이용자를 안내하고 잡아두려고 한다. 컨텐츠 생산자와 이용자를 연결하는 다양한 형태의 온라인 플랫폼은 사람들의 관심(attention)을 먹고 산다는 점에서 컨텐츠 생산자와 이해관계가 정확히 일치한다. 더많은 접속횟수와 '좋아요'의 반응, 즉 트래픽(traffic)이 폭증하면 이에 따라 광고료가 급상하는데, 수익이 커지면 파이를 어떻게 나눌지에 대한 문제, 즉 컨텐츠를 생산한 자와 온라인 플랫폼의 본격적인 밥그릇 싸움이 시작된다. 이러한 갈등은 뉴스기사를 공급하는 언론매체와 구글이나 페이스북과 같은 대형 플랫폼의 해외 사례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이 사례에서, 언론매체는 온라인 플랫폼으로부터 '갑질'을 당했다고 주장한다. 플랫폼의 우월적 지위를 통해 부당한 계약을 강요하는 바람에 자신이 작성한 뉴스기사의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하였다고 하소연하기도 하고, 온라인 플랫폼이 자신의 트래픽으로 전환하여 플랫폼 내에서 뉴스기사가 보여지도록 함으로써 광고수익을 훔쳐갔다고 생각한다. 또한, 무상으로 검색 창에서 뉴스기사 앞부분 몇 문장(이걸 'snippet'이라고 함)이 보여지도록 함으로써 플랫폼이 무단으로 저작권을 침해했다고 하기도 하고, 언론매체 이용자 데이터를 온라인 플랫폼이 자신의 수익화에 이용하였다며 피해를 호소한다. 언론매체는 뉴스기사 배열 및 순위 부여에 대한 불투명성에 대한 불만을 늘어놓고, 언론매체의 뉴스배치나 편집 노력에 대한 대가도 없었으며, 높은 광고중개 서비스료로 광고수익을 착취당하였다고 억울함을 털어놓는다.


이런 하소연에 일부 국가에서는 협상의 불균형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하여, 온라인 플랫폼이 자사 서비스를 통해 뉴스컨텐츠를 제공하는 경우, 언론매체에 그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보상하도록 하는 내용의 법률을 제정하기에 이르렀다. 호주는 '뉴스 미디어 협상법'[Treasury Laws Amendment (News Media and Digital Platforms Mandatory Bargaining Code) Act 2021]이고, 캐나다는 '온라인 뉴스법'[Online News Act 2023]이다(이에 대하여 자세히 알고 싶으시면 여기를 클릭).


아무튼, 선진국은 플랫폼 등장 이전에는 지역마다 분야마다 중소규모의 종이 신문 매체 등이 매우 풍부하게 존재해 왔고, 이를 통해 지역사회 등의 여론이 형성되고 나름의 다원적인 민주주의가 성숙되는 밑거름이 되어 왔다. 그러나 스마트폰-온라인 플랫폼의 등장으로 인하여 종이 언론산업 자체가 존폐의 위기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미국 저널리즘의 환경은 2000년대 중반 이후 2천2백여개의 지역신문이 문을 닫을 만큼 악화되었다. 이러한 중소 언론매체의 감소는 뉴스 보도의 수의 감소와 질의 저하로 이어지고, 뉴스의 다양성을 감소시킴과 동시에 뉴스 보도에 대한 동기부여를 약화시키는 등 뉴스 산업계 전반의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는 점이 지적될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경쟁법적 관점에서 보자면 소비자의 후생을 저해하는 것이고, 더 큰 헌법적 측면에서 보자면 알권리를 제한하고 다원주의를 훼손하는 것으로도 평가될 수 있어, 나아가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으로 위기감을 느꼈을 것 같다.


그러나, 이쯤에서 의문이 드는 것은 우리나라와 같은 좁고 일부 언론에 집중된 뉴스 시장에서, 거대한 자본력을 가진 대형 언론사들이 과연 온라인 플랫폼에 비해 보호받아야 할 "을"의 위치에 있는가? 협상력이 부족할 정도로 뉴미디어 시대의 생존력과 영향력이 결핍되어 있는가? 신문, 방송, 자체 채널 등 수많은 문어발식 매체 소유를 통해 뉴스를 전파하고 영향력을 행사하는 언론재벌들은 보호받아야 할 대상이라고는 도저히 볼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일부 선진국과 우리의 뉴스 제작 및 유통 산업의 시장은 그 상황이 다른 만큼 이런 해외 사례를 보면서 오해가 없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오히려 섯불리 언론매체를 보호하려다가 소비자후생을 놓친다거나, 되레 대형언론사를 우대하는 결과를 초래하지 않도록 주의하여야 한다.


극단적인 예를 들면, 공룡 온라인 플랫폼의 알고리즘 '조작'(gaming)을 통한 가짜뉴스도 위험한 일이지만, 막대한 자본력을 가진 대왕고래와 같은 기득권 언론 위주의 뉴스 콘텐츠 생산과 이에 갇혀버리게 되는 우리 사회의 '에코챔버'(echo chamber) 효과가 민주주의의 다양한 의견형성 과정에 더 큰 해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심지어, 공룡과 대왕고래의 은밀한 카르텔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