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에서의 프라이버시?

가정조사원 파견부터 거짓말 탐지기까지

by 날개

회사에서 근로자의 프라이버시 보호 문제는 꽤 긴 역사를 가지고 있다. 디지털 환경이 아닌 아주 예전부터 고용주의 감시와 통제는 지금은 상상도 하지 못할 정도로 노골적이고 침해적이었으며, 고용주들은 종업원의 가치관과 도덕성에까지 깊숙하게 관여하길 원했다.


미국의 이야기이긴 하지만, 가장 상징적인 사례로 20세기 초 포드자동차 회사가 운영했던 '사회학 부서(sociological department)'를 들 수 있는데, 이 부서에서는 조사원들을 직접 직원들의 집에 보내 음주, 도박, 기타 '비도덕적'이라고 판단되는 행위를 하는지 샅샅이 조사했다고 한다. 조사의 목적은 직원이 회사가 정한 '바른생활 방식'을 유지하는 것을 확인하여, 보너스를 받을 자격이 있는지 판단하는 것이었다. 이는 고용주가 직원의 사적 도덕과 가정생활까지 경영의 영역으로 끌어들였음을 알 수 있다.


이후에도 미국의 다양한 회사의 고용주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직원을 조사했는데, 채용 전후로 약물 검사나 심리 검사를 실시했으며, 때로는 '거짓말 탐지기'(polygraph) 검사를 요구하여 직원의 진실성을 직접적으로 검증하려 했다. 또한, 사설탐정을 고용해 직원의 신용 보고서나 의료 기록을 확보하고 사적인 배경을 파헤쳤으며, 심지어 직원들에게 사생활에 대한 민감한 정보가 포함된 설문지 작성을 강요하기도 했다. 회사들이 이렇게 노골적인 감시와 조사를 한 목적은, 부주의한 채용으로 인해 지게될 법적 책임을 회피하거나, 직장 내 도난, 기밀 유출과 같은 위법 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것에 있었다. 특히, 타인의 안전에 영향을 미치는 조종사나 운전사 같은 직종에서는 직원의 역량을 철저히 보증해야 한다는 법적 규제도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한다.


이러한 전방위적이고 침해적인 감시 방식은 근로자의 프라이버시와 인권을 지속적으로 훼손했고, 결국 법적 규제를 통해 제동이 걸리기 시작했다. 특히 통신 감시와 관련하여, 미국에서는 1968년에 제정된 '각종 범죄 단속 및 길거리 치안법'(Omnibus Crime Control and Safe Streets Act of 1968, Title III)이 사적인 도청 행위를 금지하기 시작했다. 이후 기술 발전에 대응하여 1986년에는 '전기통신 프라이버시법'(Electronic Communications Privacy Act, ECPA)이 제정되어 이메일, 팩스, 데이터 통신 등 새로운 형태의 전자 통신을 도청으로부터 보호하는 법적 틀을 구축했다. 또한, 직장 내에서 빈번하게 남용되던 거짓말 탐지기 사용에 제동을 걸기 위해 1988년 '근로자 폴리그래프 보호법'(Employee Polygraph Protection Act, EPPA)'이 제정되어, 민간 고용주가 채용 및 고용 유지 목적으로 하는 '거짓말 탐지기' 검사를 요구하는 행위를 금지했다. 이러한 법률들은 고용주가 직원의 개인 정보를 무제한으로 접근하고 활용하는 과거의 관행에 대해 명확한 선을 그었다.


과거의 노골적인 감시가 법으로 인해 크게 위축된 사이, 21세기는 ICT 기술의 발전과 함께 '디지털 감시'라는 새로운 프라이버시 전쟁을 촉발했다. 2000년대 초반 이미 많은 기업이 이메일, 인터넷 사용, 컴퓨터 파일 등을 기록 및 검토하는 전자 감시를 일상화했으며, 이는 기술 발전과 함께 더욱 심화되었다.


현재에는 미국을 포함하여 우리나라 등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직장 내 근로자 프라이버시와 관련하여 어느 정도의 법적인 원칙이 확립되어 있다. 즉, 근로자에 대한 감시는 경영 효율성 유지와 법적 책임 회피라는 고용주의 정당한 이익을 위해 일정 수준의 수인한도 내에서 합법적으로 허용되는 것이 원칙이나, 이는 감시의 목적이 정당하고, 근로자에게 사전 고지되었으며, 프라이버시 침해를 최소화하는 범위에서만 인정된다. 고용주가 이 범위를 넘어 사적인 영역을 침해하거나 은밀한 감시를 할 경우, 이에 대해 법적인 책임을 질 수 있다.


최근에는 감시의 주체가 AI와 알고리즘이 되기도 한다. Covid-19 이후 재택근무가 확산되면서 고용주는 직원에게 업무 외 시간에도 GPS 위치 추적 장치나 웹캠 감시 프로그램 설치를 요구할 수 있게 되었고, AI 기반의 관리 시스템은 키 입력 속도, 마우스 패턴, 심지어 화상회의 시의 얼굴 표정이나 목소리 톤까지 분석하여 직원의 생산성, 심리 상태, 그리고 잠재적 이직 위험까지 예측한다고 한다. 이는 근로자가 '개인의 존엄성'과 '자율성'을 유지하며 창의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심각하게 저해할 위험을 내포하며, 프라이버시 보호법은 이제 '데이터 주체로서의 권리'와 '알고리즘의 투명성 및 설명 책임'을 확보해야 하는 새로운 과제에 직면해 있다.


아무튼, 근로자의 프라이버시 보호는 예전에 비하면 획기적으로 개선되었지만, 아직도 일각에서는 직장과 같은 공적인 공간에서 '무슨 프라이버시?'냐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과도한 감시가 근로자에게 심리적 압박감과 불신감을 주어, 자율적인 사고와 창의적인 업무 수행 능력을 심각할 수도 있으니, 적정한 수준의 프라이버시 보호는 궁극적으로 회사를 위한 길이기도 하고, 근로자의 기본적인 인권을 지키는 것이기도 하다. 또한, 근로자도 감시를 피해 "주인 떠난 상머슴" 같이 행동하지 않고, 고용주와 신뢰를 유지해 나가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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