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 못이 도망간 자리에
부챗살과 바람종이는 어색하고 엉성하게 쉬고 있다.
뜨거운 여름에는 한껏 부쳤을 노동의 굴레에서
숭고한 피로 속에서 몸과 마음을 바쳤을 존재감.
겨울의 한복판에서
그 부조리함에 관하여, 존재의 목적에 대하여,
바람의 춤과 노래를 부르고 있을 그에게
나는 차가운 손으로 부채 목을 꽉 움켜 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