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치주의의 배신: 헝가리 사례를 중심으로
'포퓰리스트'(populist)는 일반 대중의 감정이나 요구에 호소하며 인기를 얻으려 하면서, 자신들을 선량한 보통 사람들의 대변자로 내세워 기존의 지배층(elite)을 부패하고 나쁜 존재로 규정하는 정치 지도자나 정당을 말한다. 이것이 나쁜 이유는, 대중의 감정이나 단기적인 욕구에만 집중하여 비현실적인 정책을 약속하고, 사회를 '선한 우리'와 '부패한 그들'로 나누어 편 가르기를 일삼고, 민주주의의 필수 요소인 합리적인 토론, 소수 의견 존중, 권력 견제 장치를 약화시키기 때문이다.
21세기에 들어와서 이러한 포퓰리즘 정치지도자가 선거에서 승리하는 현상이 세계적으로 두드러졌는데, 라틴 아메리카에서 중부 유럽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시카고 대학교수 '아지즈 Z. 후크'(Aziz Z. Huq, 1974-)는 법치주의적 관점에서 이 현상을 설명하고 분석한다. 그는 포퓰리즘을 도덕적으로 순화된 "대중"과 부패한 "엘리트"의 대립을 중심으로 구성된 "정치에 대한 도덕적 상상력"에 기반한 정치 전략으로 파악한다. 이는 '칼 슈미트'(Carl Schmitt, 1888-1985)의 "친구 v 적" 구분을 변형한 형태로서, 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Hugo Chávez, 1954-2013)가 민주주의에 대해 포괄적인 공격을 가하고,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1946-)가 형사 사법을 도구화하려는 시도에서 그 전형적인 사례를 발견할 수 있다고 그는 말한다.
그들은 이제 더 이상 폭력적인 혁명이나 쿠데타와 같은 전통적인 방식으로 법치주의를 전복시키지 않는다. 오히려 포퓰리즘은 법적 형식을 교묘하게 활용하여 실질적인 법의 종말을 초래하는 새로운 전략을 구사한다. 이러한 법치주의의 기만적 침식 과정이 명료하게 드러난 것으로 후크 교수는 헝가리 사례를 제시한다. 2011년 의회를 장악한 '오르반 빅토르'(Orbán Viktor, 1963-)의 '피데스'(Fidesz) 당은 마치 합법적인 것처럼 보이는 법률 개정을 통해 권력 견제 메커니즘을 체계적으로 무력화했다. 피데스당은 헝가리가 "자결의 권리와 힘"을 되찾았다고 선언함으로써 당과 국가를 동일시하고, 암묵적으로 정치적 반대파를 불충실하고 이질적인 존재로 규정했다.
그들은 의회 다수 의석을 이용해 수많은 헌법 개정안을 밀어붙였으며, 선거구 재조정(gerrymandering), 언론 및 온라인 미디어를 감독하고 제재할 수 있는 광범위한 권한을 가진 '미디어 당국'을 신설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자유주의와 법치주의 가치의 보루였던 헝가리 법원을 해체하고 재건한 방식이다. 대법원장이 조기에 해임되고, 의무 퇴직 연령 변경으로 100명 이상의 판사가 조기 퇴임해야 했으며, 위헌 해석의 권한과 범위가 축소되었다. 피데즈 통치 초기 18개월 동안 제정된 319개의 법령 중에는 완전히 새로운 민법과 형법이 포함되었는데, 이는 겉으로는 적절해 보이는 법률 개정이 자신의 권력을 견제할 수 있는 거의 모든 메커니즘을 무력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었음을 방증한다.
이러한 헝가리의 법적 전환은 법치주의의 규범적 이상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철학적 결과를 낳았다. '앨버트 다이시'(Albert Dicey, 1835-1922), '프리드리히 하이에크'(Friedrich Hayek, 1899-1992), ' 톰 빙엄'(Tom Bingham, 1933-2010) 등이 설명한 '법치(Rule of Law)', 즉 법이 자의적인 권력 행사를 제약하는 근본 원리 대신, 법의 형식적 준수를 통해 국가 권력을 정당화하고 통치를 효율화하려는 중국식 개념인 '이파시궈'(依法治國), 즉 '법에 의한 통치'(rule by law)에 더 가까운 것이었다고 후크 교수는 날카롭게 지적한다. 이는 법이 권력의 자의성을 제한하는 수단이 아니라, 오히려 권력의 목적을 달성하고 통치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도구가 되었음을 의미한다. 시민들이 법적 문제를 제기하기는 어려워지고 정부가 법원의 관할권 행사를 요청하기는 쉬워졌으며, 의회 데이터 보호 위원회와 같은 독립적인 규제 기관이 폐지된 것 등은 법적 형식주의가 규제의 공백을 낳게 되는 결과를 보여준다. 권력을 견제해야 할 법적 장치들이 권력을 강화하는 도구로 변질되는 순간, 법은 더 이상 정의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권력의 형식적 껍데기에 불과하게 된다.
이러한 헝가리의 내부 체제의 붕괴에 대하여, 유럽연합(EU)은 법치주의를 "유럽연합의 창립 가치 중 하나"로 확인하고, 헝가리에 대한 재정 이전을 위한 '조건부 메커니즘'을 도입하는 등 초국가적인 대응을 시도하고 있다. 유럽연합은 법치주의를 "모든 공권력이 항상 민주주의와 기본권의 가치에 따라 법에 명시된 제약 내에서 행동하는 상태"로 정의하는데, 이것의 핵심적으로 시사하는 것은 독립적이고 공정한 법원의 통제 하에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후크 교수는 이러한 초국가적 노력이 과거 세계은행의 법치주의 증진 노력보다 더 성공적 일지 미지수라는 회의론을 제기한다. 외부의 재정적 제재는 강력한 수단이지만, 만약 헝가리가 EU 내에서 충분한 정치적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다면, 이 조치는 효과를 거두지 못할 수 있다. 그 결과는 역설적으로 유럽 국가 간에 합법성 측면에서 내부적인 차별화를 더 심화시켜, EU의 규범적 통합성에 균열을 일으킬 수 있는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전히 헝가리는 피데스당이 집권 중이며, 오르반 빅토르가 지금까지 총리직을 십수년째 맡고 있다. 그렇다면, 두꺼운 법적 형식과 제도가 내부로부터 무너지는 이러한 현상에 대해 우리는 어떠한 규제적 사유를 해야 할까? 헝가리 사례는 법치주의를 단순히 법률의 존재나 절차의 적법성으로만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근본적인 경고를 던진다. 실질적인 법치주의는 입법, 행정, 사법부가 상호 견제하며 독립적으로 기능하는 데 있으며, 특히 사법부와 독립적인 규제 기관의 인적 및 재정적 독립성은 포퓰리즘 정권의 가장 중요한 공격 목표가 된다. 규제철학적 관점에서 볼 때, 우리는 겉보기에 완벽하게 적법한 절차를 거쳐 제정된 법률일지라도, 그 법률의 목적과 효과가 '민주적 책무성'(democratic accountability)을 저해하거나, 권력 남용을 체계적으로 조장한다면 이를 심각한 규제적 위협으로 간주해야 한다.
법치주의를 도구화하는 포퓰리즘에 맞서기 위해 우리는 단순히 법의 형식에 안주하는 것을 넘어, 법의 실질적인 가치를 옹호하는 시민적 자세와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법적 규제와 사법 시스템의 설계는 다음과 같은 핵심 가치를 내재화해야 한다. 첫째, 사법부와 핵심 규제 기관의 독립성을 헌법과 법률에 가장 강력한 형태로 명문화하여, 단순한 의회 다수결만으로는 이를 훼손할 수 없도록 개헌(改憲) 수준의 높은 허들을 설정해야 한다. 둘째, 시민들이 권력 남용에 대해 법적 이의를 제기하고 헌법적 검토를 요청할 수 있는 통로를 확보하고 용이하게 해야 한다. 셋째, 법치주의가 권력의 자의적 통치(rule by law)로 변질되는 징후, 즉 독립 기구의 폐지, 사법부의 인적 교체, 선거구의 악의적 재조정 등에 대해 끊임없이 비판적으로 감시하는 활발한 시민 사회의 참여가 필요하다. 법의 지배는 결국 법의 권위를 자발적으로 수용하고 그 실질적 정의를 요구하는 시민들의 의식 속에서 완성되며, 이것이 포퓰리즘의 기만적인 법적 도구화 시도를 방지할 수 있는 가장 근본적인 대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