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경쟁규제에 관한 견제와 균형 메커니즘
권력을 잡은 자는 누구나 그 자리에 앉으면 소싯적 생각은 하지 않고 언제 그랬냐는 듯 자신의 권력을 남용하려는 경향이 분명히 있다. 그래서 권력은 쪼개야 하고 서로를 감시하게 하여야 균형을 유지할 수 있다(checks & balances).
국가의 권력을 세 개로 쪼개는 '삼권분립'의 설계는 권력의 집중을 막고 법치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핵심 장치이다. 이를 처음으로 주장한 프랑스의 사상가 몽테스키외는 입법부, 행정부, 사법부가 분리되어야만 권력이 ‘잔혹한 전제주의’로 흐르지 않는다고 했다.
미국의 제4대 대통령이자 미국 헌법의 아버지(father of the Constitution)인 제임스 매디슨(James Madison, 1751–1836)은 이러한 통찰을 1787년 미국 헌법 설계 과정에 반영하면서, “야망이 또 다른 야망을 만날 때”라는 관점에서, 각 헌법 기관이 상호 견제하도록 시스템을 설계했다. 그는 대통령·의회·사법부라는 세 지부에 자기 정체성을 확립하여 상호 견제와 균형의 메커니즘을 부여했고, 동시에 연방정부와 주정부 간 권력 분산을 통해 중앙권력의 남용을 방지하려 했다.
우리나라도 이러한 미국 헌법의 권력분리 구조를 계수(繼受)하여, 국민의 기본권 보장하고 권력의 남용을 방지하려는 목적으로 입법(국회)·행정(정부)·사법(법원)을 분리하는 삼권분립 원칙을 헌법에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후크 교수에 따르면, 현대에서는 이러한 설계만으로 법치주의가 보장되는 것이 아님이 분명히 드러난다고 지적하는데, 현실의 공무원·법관·제도 운영자들은 설계된 틀을 넘어 이해관계와 정치적 맥락 속에서 움직이며, 이 간극이 바로 법치주의의 작동을 시험하는 지점이라고 지적한다.
이러한 프레임의 간극의 현실은 우리나라 공정거래위원회의 경쟁법 집행과 이에 대한 사법부의 판결을 통해서도 생생히 드러난다. 공정위가 관련시장의 시장지배적(독과점) 사업자에 대한 지위남용행위나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해 특정한 처분(시정명령, 과징금, 과태료 등)을 내리는 것은 행정부 내부의 규제적 기능이다. 하지만 이 처분은 사법부(법원)의 사법적 검증(공정위 처분에 대한 불복은 서울고등법원-대법원의 2단계를 통해 가능)을 거쳐야만 법적 효력을 갖는다는 점에서, 공정위와 사법부 사이에 견제와 균형의 역동적 긴장이 발생한다.
예컨대, 2007년 대법원은 이른바 '포스코 사건'에서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거래거절행위가 남용으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시장지배력을 이용해 경쟁을 봉쇄하려는 의도 또는 목적”과 “경쟁제한의 우려가 현실적으로 존재했음”이 모두 입증되어야 한다고 판시하여 공정위의 처분을 취소하였다. 또한, 2025년 10월 네이버 쇼핑 사건(2023두32709)에서도 대법원은 공정위가 조사한 알고리즘에 의한 자사우대 행위가 곧바로 차별행위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며, 해당 행위와 경쟁제한 효과 및 경쟁제한 의도가 명확하게 입증되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로 공정위의 손을 들어준 서울고등법원의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다.
이러한 사례는 공정위 처분만으로는 규제의 실효성이 담보되지 않으며, 처분의 정당성이 사법적 검증을 통해 다시 확보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이 긴장은 단순히 기관 간 갈등이 아니다. 입법목적을 수행하려는 행정기관의 기능과 법치적 절차를 수호하려는 사법부의 기능이 맞부딪히는 지점이다. 공정위는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 촉진 등을 위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법을 집행하지만, 법원은 공정위의 집행이 법률의 근거에 따라, 명확한 입증 근거에 의해, 권한 범위 내에서, 적법하게 이루어졌는지 등을 검증한다. 이 과정은 삼권분립의 구조에 따라 각 기관이 이해관계와 때로는 정치적 맥락 속에서 서로 견제하면서도 균형을 이루는 역동적 과정이다.
이러한 프로세스는 법치주의를 현실에서 진정으로 작동하게 만드는 메커니즘이 될 수 있다. 권력이 맹목적으로 행사되지 않고 제도 속에서 검증되고 견제받을 때, 법은 단순한 명령이 아니라 살아 있는 사회적 언어가 된다. 공정위의 규제 의지와 법원의 판단의 긴장과 상호작용을 통하여, 산업경쟁규제의 공정성과 예측가능성, 권한의 합리적 행사라는 가치를 동시에 담보될 수 있다.
매디슨이 설계한 것처럼 각 지부가 서로 야망하고 견제할 때, 법질서는 단단해진다. 즉, 행정기관이 산업현장을 규제할 때 사법부가 법적 정합성을 검증하고, 그 결과 제도가 개선되거나 처분이 정교화되는 선순환으로 이어진다면, 이는 법치주의가 제도 설계에 머무르지 않고 현실에서 작동하는 증거가 된다.